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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피고름을 흘리는 사람을 덥석 안아주는 사랑(연중 제24주일)
   2012/09/15  19:42

피고름을 흘리는 사람을 덥석 안아주는 사랑

(연중 제24주일)

마르코복음 8,27-35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도 비행기로 두 시간을 더 가야 하는 웨브예라는 마을은 그야말로 땅 끝이었다. 샘물이 없고, 오물이 흘러 들어온 강물로 밥을 해서 먹는다.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 배가 다 맹꽁이의 배처럼 튀어나왔고, 태어나 목욕을 한 번도 안 해서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거기서 내 사랑의 위선을 보았다. 아이들이 나를 끌어안는데 역한 냄새가 진동하니 참을 수가 없더라. 그날 밤 꿈을 꿨다. 온몸에서 피고름이 흐르는 남자가 자기 좀 도와달라고 외치는데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하고 곁에 가질 못한다. 그때 누가 저 멀리서 뛰어오더니 단숨에 병자를 끌어안는다. 그의 눈물이 닿는 곳마다 병자의 상처가 나았고 피와 고름이 멈추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에 우리의 갈 길은 이렇게 멀다... 내가 오늘 죽는다면 오늘이 세상을 떠날 완벽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나를 부르실 그날까지 땅 끝에 선 아이들 가슴에 사랑을 심어주고 싶다.”(이민아) 내 마음속에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게 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인류를 사랑하여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을 마음속에 품고 산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해 자기를 부정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과 운명을 같이 하라고 이르셨다. 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인생고를 달게 견딘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중심의 생활양식을 버리고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다(1코린 6,19). 우리가 예수님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이유는 제 목숨을 찾으려는 사람은 누구나 잃을 것이고 예수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누구나 생명을 얻을 것이라는 역설적인 원칙 때문이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아 이기심을 죽이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으로 모시는 이들이다(갈라 2,20).

 

둘째 이유는 영생을 얻기 위해서이다. 자기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상의 재물, 경력, 권력, 지위 들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자기 존재의 실현이라는 충만한 생명을 차지할 수 없다. 영생은 예수님을 닮아 예수님의 부활생명을 얻는 것이다.

 

셋째 이유는 하느님이 각자를 그 행실대로 심판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심이나 자기중심주의는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며, 죄와 불행의 뿌리이며 영원한 파멸의 원인이다. 이는 인류가 하느님께 받은 가장 참담한 심판이요 암, 에이즈 같은 불치병이나 육체적인 죽음보다 더 가혹한 벌이다. “‘나’라는/ 이 완고한 돌문을 열리게 하옵시고/ 당신의 음성이/ 불길이 되어/ 저를 태워 주십시오.”(박목월, <부활절 아침의 기도>). 자기중심주의를 버리고 이타주의를 추구해야 이웃을 위해 선을 행할 수 있다. 선을 해서 자기실현을 이루었을 때 몸속에서 좋은 호르몬(엔도르핀)이 가장 많이 분비되어 보람과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생명력으로 가득 찬다. 이와 반대로, 이기심을 충족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은 몸속에 나쁜 호르몬(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어 좌절과 실망과 증오심에 빠지고 신체적 생명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생명도 감손되거나 파괴되고 만다. 그것이 곧 지옥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감정은 모습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여 몸이 건강해진다. 이처럼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자기를 위하는 길이다. 지금 생명을 느끼고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그것이 곧 천국이다.

 

우리는 자기희생의 고통 속에서 사랑을 가꾸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줄 수 있다. 사랑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통해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고통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들과 협력자들, 친구들과 원수들의 이름을 나열해 보자. 각자의 이름 옆에 내가 버려야할 집착들을 써 보자. 사랑의 힘으로 나 자신에게서 해방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웃이 내가 동네나 성당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면 나를 꼭 있어야 하는 존재로 높이 평가한다. “온몸에서 피고름이 흐르는 남자가 자기 좀 도와달라고 외치면 내가 제일 먼저 저 멀리서 뛰어와 단숨에 그 병자를 끌어안는다. 나의 눈물이 닿는 곳마다 병자의 상처가 나았고 피와 고름이 멈추었다.” 그러나 내가 남에게 무관심하거나 냉정하거나 불평을 많이 늘어놓거나 내 명성을 위해 헌금을 하거나 음식과 술을 대접하면 나를 타산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무시하거나 나를 이용해먹으려 하지 않을까?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데는 5-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다. 진주 한 알을 만들기 위해서 조개는 10년 동안 이물질과 싸움에서 오는 고통과 아픔을 참아야 한다. 진정한 축복은 흔히 고통, 상실, 좌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면 머지않아 제대로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Joseph Addison, 1672-1719년).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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