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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국이나 지옥은 부부생활에 달렸다(연중 제27주일)
   2012/10/07  17:39

천국이나 지옥은 부부생활에 달렸다(연중 제27주일)

마르코복음 10,2-12

사람은 누구나 자기완성을 이루거나 자기의 존재이유를 실현하려고 혼인성사를 받고 부부로 산다. 남편의 행복이나 불행은 곧 아내의 행복이나 불행이 된다. 남편이 아내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자기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 생명과 행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부부생활에 대한 성패는 인생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남과 여, 이 성 차이는 영원한 신비이다. “남자는 세계가 자신이지만, 여자는 자신이 세계이다”(오스카 와일드). 사랑은 여자에게는 삶의 전부이지만 남자에게는 하나의 지나가는 사건일 뿐이다. 남자는 언제나 여인의 첫사랑이 되고 싶어 하는 반면,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낭만이 되려고 한다. 남자는 사랑에 죽고 여자는 사랑에 산다(프랑스 속담). 남자는 더없이 사랑한다는데도 여자는 별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떠나간다. 남자는 관심이 밖에 있고, 여자는 관심이 자신 속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여자는 요구하지도 않고 바란다. 남편이 미리 아내의 바람을 간파하고 아내가 바라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성을 낸다. 또한 여자는 자기도 모르는 이유 때문에 운다. 남자가 자기가 잘못해서 우느냐? 하고 물으면 아니란다. 그럼 무엇 때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이때 남자는 절대로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기가 왜 우는 지도 모르고 우니까. 그럴 때 아무 말도 말고 여자를 포근하게 안아주면 울음을 그친다.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이해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오스카 와일드).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서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부는 서로 성격이나 사고방식이 다른 것을 당연지사로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부부사이라도 남과 남의 만남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이 있다. 사교성이 많은 사람은 밝아서 좋고, 사교성이 적은 사람은 나서지 않아서 좋다고 여길 수 있겠다. 소심한 사람은 섬세해서 좋고, 질투심이 많은 사람은 적극적이어서 좋은 법이다. 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겸손해서 좋다. 이처럼 남편이나 아내의 장점을 찾아내어 작은 것이라도 서로 칭찬하자. 이웃의 장점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느님을 뵐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장점도 찾아내어 훌륭한 대인관계를 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남편이나 아내의 장점보다 단점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면 미워지고 고독해지기 시작한다. 고독에 자신이 없거나 고독이 두렵다면 아예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여자는 결혼하기 전에 울고, 남자는 결혼한 뒤에 우는가 보다. 울지 않으려면 결혼이 3할은 사랑이고 7할은 죄를 용서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결혼은 본디 정치처럼 협상의 연속이다.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사이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서로 만만하게 여겨 상처를 입히는 말을 쉽게 던지곤 한다. 조심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면 냉전을 초래하게 된다. 싸움 끝에 서로 말을 하지 않기로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은 아내가 깨워줘야 일어나서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아내의 침대 머리맡에 “내일 아침 7시에 나를 깨워 줘!”라는 쪽지를 붙이고 잤다. 그러나 그가 이튿날 일어나 보니 7시 반이었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아내에게 따졌다. 아내는 손가락으로 남편의 침대 머리맡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7시야, 얼른 일어나!”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아야 되겠다.

 

자주 ‘야!’ ‘너!’라는 호칭으로 막말을 하는 부부는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서로 상처를 입힐 확률이 아주 높다. “우리 부부는 이런 말쯤은 괜찮아!” 혹은 “편하게 말하는 것이 뭐가 나빠?” 혹은 “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혹은 “내가? 그러는 당신은 어떤 줄 알아?” “우리 이혼해!”라고 말한다면 불난 데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만다. 말은 곧 인격의 표현이요 말로써 친밀감이나 존중심을 표현하는 법이다. 사랑과 존경에서 나온 말은 남편이나 아내를 건강하고 기쁘게 한다. 그러나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로도 깊이 상처를 입히고 병들게 만들며 수명을 단축시킨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다듬고, 다른 사람들에게 정성을 베푸는 것보다 더 많이 배려하고 다독거려 주어야 하는 법이다. 부부니까 가족이니까 무슨 말이든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한 번이라도 남편과 아내에게 상처를 입혔으면 몇 배로 보상해야 그 상처가 아문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말은 칼을 한번 휘두르는 것 보다 더 깊이 찌른다는 것을 명심하자. 친절한 말은 짧고 하기도 쉽지만 그 메아리는 오래간다.

 

말수가 적고 친절한 것은 여성의 가장 좋은 장식이다(톨스토이). 어질고 똑똑한 남자는 여자에 대한 말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는다(사무엘 버틀러). 여자는 자신의 장점 때문에 사랑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때로는 동의도 하지만 언제나 바라는 것은 남자가 자신의 결점을 사랑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의 사소한 결점을 사랑할 수 없는 남자는 여자를 사랑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여겨야 한다.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아버지를 욕하면 그들은 욕을 먹어야 하는 아버지와 결혼해서 자기들을 낳은 어머니를 비난한다. 결국 어머니는 남편과 자녀들을 다 잃어버리기에 이른다. 또한 아버지가 엄마와 멀어지는 것이 엄마가 아버지와 멀어지려고 하는 것 보다 아이들의 정서에 더 나쁜 영향을 준다. 아버지가 정서적으로 안정감이나 따뜻함을 주지 못할 때 아이들은 더욱 불안해지고 우울해지며 움츠러들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아이들은 더욱 공격적이며 비행소년이 되기 쉽고 학교생활에 적응력이 떨어진다. 이와 반대로, 엄마의 정서가 불안한 것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영향만 준다. 이처럼 어머니가 아버지의 위상과 부권을 세워주지 않으면 온 가족이 다 문제아가 되고 서로 미워하고 불행해지며 지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결혼은 남편이 아내의 가족과 살려고 장가가는 것이요, 아내가 남편의 가족, 즉 시집과 살려 가는 것이다. ‘시집’이란 남편이 아니라 ‘남편 집’을 의미한다. 또한 ‘장가간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장가’는 ‘장인 장모의 집, 즉 처가’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옛날 풍속에서는 남자가 아내를 얻으려면 먼저 처가에 가서 처가 일을 보다가 첫아이를 낳게 되면 비로소 색시를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결혼은 남녀 1대 1의 결합이 아니라 한 가족 대 자기의 결합인 것이다. 따라서 남편이나 아내가 되는 것은 그의 성공과 행복만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의 행복에도 책임을 지기 위함임을 잊지 말자.

 

남편이 되는 것은 아내와 가정을 위해 시간을 다 바치고 자식들까지 운반해야 하는 직업이다. 남편의 소득이 많으면 부부가 함께 오래 산다. 남편이 오래 사는 데는 아내의 교육 수준이 중요하다. 아내가 오래 살기 위해서는 남편의 소득 수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아내가 주로 식사를 준비하고, 병원이나 약국 이용 등도 주도하기 때문에 여성의 교육 수준이 가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남성의 소득이 많을수록 영양섭취가 좋아지고 운동이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편, 아내, 가족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 사람은 이웃을 인정하고 사랑할 힘을 받는다. 이러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도 이웃을 사랑할 힘을 얻는다. 이처럼 믿음과 사랑은 가정에서 시작한다. 우리 가정은 구원을 받기 위한 실습장이요 구원의 요람이 되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가족들이 서로 짐이라고 여기고 서로 미워하는 가정은 범죄의 온상이 되고 만다. 그들은 남을 사랑하기는커녕 남의 인생을 괴롭게 만들고 남이 죄를 짓게 한다. 날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면 이 모든 행복한 부부생활 수칙을 지킬 힘을 받는다. 기도하는 부부는 고약한 성질을 죽이고 좋은 성격을 연마하여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행복해진 부부만이 남도 행복하게 하고 그 대가로 천국에서 영복을 누릴 자격을 얻는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아마 가장 어려운 일이며, 궁극적인 최후의 시험이자 증명이므로, 여타 일들은 모두 사랑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1쇄

-----, 마르코 복음 해설.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1쇄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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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

           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 초판 2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

         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초판 3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초판 1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 초판 2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