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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을 돕지 않으면 고독하고 외로워질 수 밖에 없다(민족들의 복음화 주일)
   2012/10/20  11:46

남을 돕지 않으면 고독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민족들의 복음화 주일)

 

마태오복음 28,16-20

 

성공한 사업가에게 애완견을 좋아하느냐 하고 물었더니, 애완견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고 대답했다. 언제나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애완견과 같은 남편이나 아내나 친구가 있는가? 대인관계가 폭넓고 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그 사업가의 말을 듣고 보니,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움을 씹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완전한 보살핌과 애정을 갈구하는 그 사람이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은 모든 사람의 운명이다.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 외로움 속에서 창밖에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 밤새도록 이마에 찬 수건을 얹고 외로움에 떨어본 적이 있는가? 외로워서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새처럼 말이다. 그래야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있다.

 

유명한 사람도 자기가 명성을 얻기 전에도 고독했고 명성을 얻은 뒤에는 더욱 더 고독하다고 말한다. 2010년 8월 12일 75세로 별세한 원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패션세계를 추구해왔다. 그는 자기의 외로운 인생행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남들은 인생의 반쪽을 여인에게서 찾지만, 나는 이미 패션에서 그 반쪽을 찾았습니다.” 평소에 고인이 지인들에게 하던 말이다. “전 룸살롱도 노래방도 가본 적이 없어요. 포커나 고스톱도 할 줄 몰라요. 결혼도 하지 못했어요. 한 여인의 남편이 되어 사랑을 나누지도 못했지요. 저에겐 자유롭고 소박한 삶이 없어요. 내가 동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한 그릇만 먹어도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되니까요. 하지만 저의 독창적인 세계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외로움을 이겨내야 해요.” 땅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씨앗은 봄이 와도 발아하지 못하는 법이다. 우리는 삶의 쓴 맛을 봐야 삶의 환희를 맛볼 수 있다.

 

외로움은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갈 자리가 없고 모든 사람들이 나의 존재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나를 잊어버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웃이 늘 내가 바라는 그 자리에,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있어주지 않아서 외롭다. 우리가 모두 외로운 것은 남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배려하고 인정하고 아껴주지 않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이 나를 외롭게 만든다.” 하고 한탄한다. “자신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없는 이는 자신의 마음을 잡아먹는 사람이다”(F. Bacon).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은 여느 인간처럼 고독과 불의와 좌절과 증오에 희생되셨다. 십자가에서 당신 실존의 의미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영영 여의지 않을까 하는 위기를 겪으며 처절한 고독 속에서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 하고 외치셨다. 이는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받으신 고난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고독하지 않게 해주려고 십자가에서 고독하게 돌아가시고 부활하여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신다. “나는 세상 종말까지 어느 날이나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다.”(마태 28,20)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임마누엘’)으로서 당신 이름으로 두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곳에 계시며(1,23; 18,20) 세상종말까지 항상 당신 백성을 위로하고 구원으로 인도하신다. 당신이 영원히 제자들을 돕고 계신다는 말씀은 교회와 7성사를 창조하고 죄인들을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는 원동력이다. 그분은 늘 나에게 필요한 곳에 계시며 나와 동고동락하시는 임마누엘이다.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말씀과 성사 안에 살아계시는 그리스도를 만나 온갖 시련과 불행과 좌절과 실망과 죽을 위험을 이겨낼 힘을 받고 사람의 품위를 지킬 수 있지 않았던가? 근심으로 가득한 밤에 잠자리에서 울어본 사람만이 하느님의 힘을 안다(J.W. von Gothe).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시지 않는다면 모순투성이요 불가사의하고 수수께끼 같은 우리네 인생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예수님은 우리의 복음선포를 통해서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을 도우려 하신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녀들인 우리의 도움을 받으신다. 우리 마음을 움직여 이기심을 없애고 남을 위해 배려하게 하시어 유일신 신앙과 내세신앙을 전하게 하신다. 우리는 하느님의 협력자라는 고귀한 신분과 사명을 이행하려고 세례를 받았다. 이웃에게 가장 필요한 복음인 유일신신앙, 내세신앙, 영원한 행복의 길을 전해주려고 하느님의 자녀로 뽑혔다. 내가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웃을 행복하게 해주면 그도 나를 행복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남들을 도우면 그들이 내 주위로 모여든다. “인간은 타인을 도울 때를 제외하고는 고독하다”(E. 프롬). 고독한 사람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져주는 사람은 결코 고독하지 않다. 내가 남에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고독하지 않다. 따라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으며 누구를 돕고 있는가이다.

 

나와 함께 사는 그 사람들이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 “가장 큰 병은 결핵이나 문둥병이 아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병이다. 육체의 병은 약으로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고독과 절망과 좌절의 유일한 치료제는 사랑이다. 세상에는 빵 한 조각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작은 사랑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마더 테레사).

 

미사 때 예수님은 우리를 온 세상으로 파견하신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우리 마음속에 임하신 예수님을 모시고 가족과 친구와 이웃에게 가서 그들이 예수님과 만나 하느님의 세계에서 살도록 예수님을 보여드려야 한다. 성체성사의 뜻을 실현하는 이러한 만남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삶에 큰 영향과 의미를 준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여기고 충실하게 만나자. 이러한 만남을 통해 하느님과 인격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세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사라질 것이다. 그저 주변의 누군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북미 인디언 투스카로라 족의 ‘영혼이 숨 쉬는 곳’). 그러나 전교하지 않는 사람은 비신자들이 예수님을 알지 못하게 방해하고 그들의 파멸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주의자요 하느님의 자녀 신분을 저버리는 죄인이다.

 

얼마나 진지하게 사랑했는가가 내 존재의 의미를 결정한다. 영원히 남는 것은 사랑뿐이다(1코린 13,13). 그러나 나의 작품, 재력, 업적, 지위는 내 존재의 의미가 될 수 없다. 이런 것은 사랑처럼 나의 전인적인 관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나의 지성이나 특기에서 나온 기능적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귀가 아무리 황금을 잔뜩 짊어진다 해도 황금으로 변하지 않고 나귀에 지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하늘의 태양보다 더 찬란한 곳이다. 타인의 불행에 눈물짓고 서로 사랑하고 축하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A. 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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