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천안(千手千眼)을 갖추어주는 기적(연중 제30주일)

마르코복음 10,46-52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이 세상의 본질을 깨달은 분이라고 한다. 경주 기림사에 있는 관세음보살 상을 보면, 그는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천수천안 千手千眼)을 가진 것으로 조각되어 있다. 그는 천 개의 눈으로 중생들의 아픔을 보고, 천 개의 손으로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며 마침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로운 부처였다고 한다. 불자들은 천수경을 외워 관세음보살에게 소원을 성취해 달라고 간청한다. 

예수님은 천수천안만 가지신 분이 아니라 천수천안을 만들어주시는 전 인류의 유일한 구세주이시다. 눈먼 사람에게 시력만 회복시켜 주지 않고 세상의 본질을 깨닫게 하며 죽은 뒤 세계가 어떠한 곳인지를 꿰뚫어 보게 하신다. 그에게 눈을 뜨게 하여 부모, 아내, 남편, 자녀들, 사랑하는 사람, 친구, 이 세상의 풍경을 보게 해주신다. 예수님은 시력은 좋아도 마음의 눈이 감긴 우리에게 와서 이웃의 말 못할 고민을 간파해내어 위로하고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애로운 마음을 만들어주신다. 나아가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믿음의 눈을 뜨게 하여 하느님의 신비, 생명, 진리, 순수, 사랑, 희망을 보게 해주신다. 우리가 날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읽어 성령을 받아 믿음의 눈을 뜨게 하여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그분의 사랑 속에서 영원한 생명과 행복을 누리게 해주신다. 예수님은 우리 마음속에 성령을 부어 사랑의 불꽃이 타올라 모든 이기심과 미움과 원한과 불의와 모순을 태워버리게 하신다.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용기까지 주신다. 이처럼 자기보다 하느님과 이웃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눈을 뜬 사람이요 성숙한 사람이다. 이웃이 말하지 않는 슬픔과 기쁨을 간파해내는 혜안을 가지고 슬퍼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은 ‘언제나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볼 수는 없다”(공자). 

마음의 눈, 믿음의 눈을 뜨게 하는 방법은 마음 수양을 하는 것이다. 마음을 사랑의 법과 원칙과 상식에 꼭 붙잡아 매어놓는 것이다. 마음에 있는 것만큼 본다. 시야에서 사라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진다. 마음이 없으면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보아도 가족이나 친구로 보이지 않고 남이나 원수로 보이는 법이다. 마음이 딴 곳에 있으면 눈은 먼다. 욕망에 눈이 어두워지고, 황금가루에 눈이 먼다. 질투는 눈을 천개 가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한 눈도 올바로 보지 못한다. 질투는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한 개의 눈도 올바로 보지 않는다.

마음의 눈, 믿음의 눈을 뜨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는 것만큼 볼 수 있다. 하느님과 이웃의 사고방식, 성격, 가치관, 사상 들을 아는 것만큼 그분들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온 실존을 다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웃과 대화한다. 자신을 아는 것이 곧 이웃을 아는 방법이다. 자기의 장점이나 결점을 알면 이웃의 장점과 결점을 알아내기 쉽다. 자기의 장점을 찾아내는 사람은 이웃의 장점도 쉽게 찾아낸다. 자기의 장점이 곧 이웃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같다. 자기의 결점을 없애는 사람은 이웃의 결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보고 그를 사랑하는 힘을 얻는다. 성격상 결점이 없는 사람의 마음이 건강하다. 사랑은 건강한 마음속이라야 오래 간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자신과 이웃을 제대로 알고 사랑도 봉사도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이기심과 명예욕에 사로잡히면 자신과 이웃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기본 능력을 잃어버린다. 이기심을 죽이고 하느님과 이웃의 입장에 서야 비로소 마음의 눈과 믿음의 눈을 뜨고 자신과 이웃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거인과 같은 위대한 능력을 발견하고 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물론 한 번의 관찰이나 결심으로 잠자는 능력을 완벽하게 깨울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찰과 결심을 되풀이함으로써 습관이 되면 나와 이웃의 내면에서 잠자는 능력을 깨워 일어나게 할 수 있다(앤서니 라빈스, 잠자는 거인).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사람은 자기 내면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특별한 선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어왔다. 나는 모두들 자신의 내면에 잠자는 거인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아직 계발되지 않은 어떤 재능과 자질, 그리고 자신만의 천재성을 갖고 있다.”(위의 책).

꾸준한 독서나 훌륭한 스승의 말씀 속에서 우연히 가슴을 울리는 한 마디 말씀이 잠자는 거인을 깨워 일어나게 할 수도 있다.

마음의 눈을 뜨면 우리의 온 실존이 밝은 빛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밝게 비출 수 있다. “속에 빛이 있으면 밖은 저절로 빛나는 법이다”(A. Schweitzer). 그러나 불행하게도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느끼지도 사랑하지도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런 아름다움도 빛도 발산하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은 바르티매오에게 육안만 뜨게 하지 않고 당신과 운명을 같이하는 제자로 불러주셨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육체의 질병을 치유받는 것만 중요한 은혜라고 여기지 않는가?

마음의 눈, 믿음의 눈이 감겨 있는데도 환하게 뜨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시력을 회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은혜는 하느님이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꾸며주심을 인정하고 이웃의 고민과 슬픔을 알아내어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실수는 박쥐의 눈으로 보고 남들의 실수는 독수리의 눈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가, 나, 다해) 가톨릭출판사

-----,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1쇄

-----, 마르코 복음 해설.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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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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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 

          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

          초판 2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

          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

          사 2012년 초판 3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

          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초판 1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 초판 2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