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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연중 제31주일)
   2012/11/03  19:51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연중 제31주일)

 

마르코복음 12,28-34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거액의 빚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자녀들과 함께 먹고 살기 위해 하기 싫은 보험회사의 점원으로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여자가 험악한 세상으로 나가 먹고 살 돈을 버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녀들만 없었어도 즉시 보험회사를 그만두고도 남았을 만큼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추운 겨울 거액의 보험을 들겠다며 자기 집으로 와달라는 홀아비의 전화를 받고 갔다가 성희롱을 당할 뻔 했다. 가까스로 도망쳐 나와 공원 벤치에 앉아 통곡을 했다. 자기 신세가 너무나 가엽고 서러워 울고 또 울었다. 자살할 생각까지 하며 울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공원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파는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통곡하고 있는 그 부인에게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하더니 손수레에서 꿀 차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몇 번 휘휘 젓고 나서 울고 있는 그 부인의 손에 쥐어 주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 할머니는 자기의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자기도 산전수전 다 겪고도 이처럼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뜻한 미소만 보여주고 손수레를 끌고 떠나갔다. 뒤뚱뒤뚱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아침식사도 하지 못해 춥고 배가 고팠던 그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꿀 차와 할머니의 따뜻한 자상한 인정을 마시고 힘을 얻어 다시 일터로 갔다. 

 

몇 년이 지난 뒤 어느 날이었다. 공원에서 차를 팔던 할머니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다행이 수술이 잘 되어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뺑소니 사고였기 때문에 할머니는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퇴원하는 날이 가까이 오자 할머니는 거액의 수술비와 병원비를 걱정하여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딸이 퇴원수속을 위해 서무과로 가자 서무과 여직원은 병원비 계산서 대신 쪽지 하나를 주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수술비 + 입원비 + 약값 + 기타 비용 = 꿀 차 한 병

 

할머니의 딸이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뜨자 서무과 여직원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5년 전 자살을 생각했다가 꿀 차 한 병에 다시 용기를 얻고 지금은 보험 왕이 된 어떤 분이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통해 생명과 안녕과 행복을 얻는다. 우리는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우리 마음을 채워주는 사람이 있고, 우리를 꾸짖어주는 사람이 있으며, 우리 어깨에 손을 얹어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사랑하거나 사랑을 받음으로써 새 사람이 되고 남을 사랑할 힘을 얻는다. 인생은 받는 것이라기보다 힘껏 자기를 내어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하느님의 왕국에서 살고 죽은 뒤에는 영원히 하느님과 함께 행복의 극치 속에서 살게 된다. 사랑은 사랑하는 당자의 마음뿐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지구를 아름답게 한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과 하나 되어야 영생과 영복을 누릴 수 있도록 지어내셨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헌신적으로 가족, 친구, 이웃, 원수를 사랑한다. 우리 마음을 하느님의 말씀에 꼭 매놓아야 타산적이고 이기적인 감성에서 해방되어 원수까지 사랑할 힘을 얻는다. 그래서 하느님은 의지, 생명, 신체적이고 정신적 능력과 사고와 감성을 총동원하여 당신의 뜻과 가르침을 실천하여 당신을 사랑하라고 명하셨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신명 6,4-9). 나누어지지 않은 마음으로 하느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한다는 뜻이다. 기원전 2세기부터 경건한 유다인들은 위 신명기의 말씀을 양피지에 적어 넣은 4각형 성구갑(聖句匣 tepillin)을 이마와 왼팔 위에 매달고 다니고(마태 23,5) 날마다 아침과 저녁에 이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당신 백성으로 불러주신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여겼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 못지않게 이웃사랑도 중요하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이 아니라 자기의 행복을 위해 기울이는 관심과 정성을 이웃에게 베풀어 그를 사랑하라고 명하셨다. 이웃사랑은 자기사랑과 동등하게 중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초월하고 이기심과 영원한 죽음을 이긴다. 이는 예수님이 하느님과 우리를 사랑하여 목숨을 바치셨기 때문에 부활하실 수 있었다는 데서 비롯된 가르침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가르치고 이 가르침을 실천하셨다. 원수를 용서하라고 가르치신 예수님(루카 6,27-31)은 원수를 용서하면서 돌아가셨다(23,34). 사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뿐만 아니라 죽음에서 생명을 창조하기도 한다. 사랑과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은 당신과 우리를 사랑하여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의 주검 안에 부활 생명을 창조하셨다.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아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면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선물 중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은 사랑하는 능력이다. 사랑 없이는 나의 실존은 생각할 수도 없다. 사랑을 무시하는 사람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희망이 없는 사람이다. 진정한 사랑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상대방을 자유롭게 하고 생기를 북돋아주며 희망에 가득 차게 하는 것이다. 불우이웃은 우리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이처럼 사랑은 상대방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에 필수 조건이 되는 상태이다. 우리가 이웃의 행복을 위해 고통을 받으면 이웃과 우리 자신이 행복해진다. 그러나 이기심과 욕망을 충족하느라고 자기를 학대하는 사람은 진정 사랑할 능력을 잃어버리고 자기와 이웃을 불행하게 한다. 

 

“지혜가 깊은 사람은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까 해서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것 그 자체에 행복이 있으므로 사랑하는 것이다.”(B.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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