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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을 닮은 세종대왕(연중 제4주일)
   2016/01/30  9:10

예수님을 닮은 세종대왕(연중 제4주일)

 

 

루카복음 4,21-30

 

 

우리나라 역사에서 세종대왕은 가장 훌륭했던 왕이자 정치가 중 한 명이었음을 부인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들고, ‘농사직설,’ ‘향약집성방’ 들 농업서적과 의학서를 간행했다.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시켜 해시계, 자격루, 측우기 같은 각종 과학기구를 발명하기도 했다. 세종은 문화와 학문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박연을 시켜 궁중음악을 완성하고, 집현전 학자의 양성에서 드러나듯 인재들을 등용하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세종 시대에 활동했던 황 희 정승, 허조, 맹사성은 청렴결백한 명재상으로 유명하다. 세종대왕은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경계가 이뤄진 오늘날 한반도의 영토를 확정한 왕이었다. 노비에게 출산휴가제도를 처음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공법(貢法)이라는 세법을 확정하려고 17만 여 명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도 했다. 이처럼 세종대왕이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불우하고 가족들의 불행을 처절하게 당한 사람이었다.

 

세종이 왕으로 즉위한 직후 상왕으로 있던 태종은 자기의 사돈이자 세종의 장인인 심온을 처형하고 심온의 부인을 관노비로 삼았다. 외척의 발호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한 조치였다. 그러나 세종 입장에서는 왕이 되자마자 장인이 처형되고 장모가 노비가 되는 상황을 맞아 비통했으리라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세종은 왕비 소헌왕후에게서 8남 2녀를 뒀는데, 그 중 세 명이 자기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 맏딸 정소공주는 13살 어린 나이로 죽었다. 세종이 48세 되던 해인 1444년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 그 이듬해에는 일곱째 아들 평원대군이 죽었다. 1446년에는 사랑했던 왕비 소헌왕후마저 그의 곁을 떠나갔다. 세종은 이처럼 자식과 아내를 계속해서 잃으면서 심신이 약해졌다. 그래서 불교에 귀의하려고 궁중에 내불당을 세웠다. ‘월인천강지곡’이나 ‘석보상절’과 같은 불교 서적을 간행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집현전 학자나 성균관 유생들은 유교왕국을 지향하는 국가의 이념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세종의 숭불정책을 비판했다.

 

세종의 며느리들도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가 조선 역사상 최초로 장자를 후계자로 삼아 왕위에 올리려고 하여 왕비가 될 세자빈을 간택하는 데 애를 많이 썼다. 휘빈 김 씨가 세자빈으로 뽑혔으나 세자가 휘빈을 멀리했다. 휘빈은 세자의 마음을 돌리려고 민간 비방책이라는 무리수를 썼다. 문종이 좋아하는 궁녀의 신발을 몰래 훔쳐 그것을 불에 태워 문종에게 먹이려 하다 발각됐던 것이다. 휘빈 김씨는 2년 3개월 만에 쫓겨났다. 1429년 세종은 두 번째 세자빈 간택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세종은 가문과 부덕, 용모까지 겸비한 순빈 봉 씨를 세자빈으로 간택했다. 그러나 불행하게 도 순빈 봉 씨는 술을 좋아하고 여종과 동성애에 빠지곤 했다. 결국 세종은 순빈도 내보냈다. 세종은 본디 세자 후궁으로 있던 권 씨라는 여자를 세자빈으로 뽑았다. 그는 성품이 온화하고 세자와 사이도 좋았다. 현덕왕후가 된 권 씨는 원손인 단종을 낳았지만 출산 후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종은 특히 어머니 없이 자라는 어린 손자 단종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세종 본인도 건강문제 때문에 또 즉위 직후 연이어 국상을 세 번이나 당해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즉위하자마자 1419년 정종이 죽고, 1420년 어머니 원경왕후에 이어 1422년 태종마저 죽었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세종의 질병 기록은 다 50여건이나 된다. 세종 6년과 7년인 20대 후반에는 두통과 이질을 앓았고, 30대 중반에는 풍병과 종기를 앓았다. 40대 중반에는 안질과 소갈증(消渴症)과 수전증을 앓았고 한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그 밖에도 세종은 백내장, 당뇨, 전립선염, 방광염도 앓았다. 43세에는 큰일은 세자 문종에게 맡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세종이 많은 질병에 시달린 것은 과로뿐만 아니라 날마다 육식을 한 식습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처럼 세종대왕은 가족들의 불운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본인이 각종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제 책임을 다한 위대한 군주가 되었다.

 

예수님은 당신을 배척한 나자렛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셨다. 그들이 구약시대 조상들을 닮았다고 이르셨다. 요컨대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이 3년 반 동안 가뭄과 극심한 기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도 엘리야 예언자를 그들에게 보내 도와주지 않으셨음을 상기시키셨다. 하느님은 이방인 여자인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에게만 보내 그의 죽은 아들을 다시 살려주게 하셨던 것이다(1열왕 17,8-24). 이처럼 예수님의 동향인인 나자렛 사람들도 당신을 배척하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엘리야의 제자 엘리사 예언자가 많은 이스라엘 나병환자들 중에 아무도 고쳐주지 않고 이방인인 시리아의 나아만만 깨끗하게 해준 것(2열왕 5,1-19)을 인용하며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이방 민족에게 구원을 베푸셨다고 이르셨다. 예수님은 나자렛 사람들도 이 조상들처럼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는 특혜를 이방인들에게 빼앗기고 구원받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하셨다. 이는 오늘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가르침이다. 우리도 예수님을 믿고 따라 그분을 닮으려고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그분을 닮은 비신자들이 우리를 제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것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비신자들 중에서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쟁난민들, 낯선 사람들, 헐벗은 이들, 굶주린 이들, 목마른 이들, 병자들, 감옥에 갇힌 이들을 지극정성으로 헌신적으로 돌봐주는 이들은 예수님을 닮았다. 예수님은 당신을 이처럼 불우한 이들과 동일시하시기 때문이다(마태25,40-45). 예수님을 닮는 사람들은 선행을 제 존재이유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들 중에는 천주교 신자와 개신교 신자들도 있지만 비신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시청이나 구청, 대기업에서도 사회봉사 차원에서 사회복지 사업을 많이 한다.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은 비록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지 않았을지라도 그분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이라 한다.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을 ‘익명의 그리스도 교회’라 일컫는다(K. 라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16)에서도 자기 탓이 아닌 상황에서 복음을 몰라 세례를 받지 못했어도 양심에 따라 사는 비신자들도 은총에 힘입어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비신자들 가운데 우리보다 더 자비로운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리보다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을 성당으로 데려와 구원 은총을 충만하게 받게 해야 한다. 하느님은 교회 안에서만 구원이 충만하게 베푸시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영원히 기쁘게 사는 것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아무리 세례를 받은 신자일지라도 예수님을 닮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 세종대왕은 세례성사를 받지 못했어도 가족사의 불운과 자기의 수많은 병력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에 참여했다고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평생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백성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헌신한 세종대왕이 예수님을 어느 정도라도 닮은 것이다. 이런 뜻에서 세종대왕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 하겠다. 세종대왕은 불행한 삶과 온갖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할 백성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분이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분들 중에서 비신자 친구나 위대한 분들이 많다. 자기 둘레에 본받을 만한 인물이 있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존경할만한 사람들이 많으면 나도 모르게 그런 인물을 닮게 된다. 예수님을 닮는 사람은 날마다 사랑, 열정, 기쁨 속에서 산다. 비신자들이 우리가 늘 기쁘게 사는 것을 보고 우리를 보고 “과연 신앙인이라서 우리와는 다르십니다. 고통 속에도 기쁨이 있음을 아시는 분이군요. 존경스럽습니다.” 하고 말할까? 우리가 얼굴을 찌푸리고 욕구불만인 인상을 보이면 비신자들은 “나는 성당에 나가지 않아도 당신네들만큼 잘 산다. 늘 무얼 하려고 성당에 나가나?” 하고 말하지 않을까?

 

최근 미국 예일 의과대학교 연구팀은 열이 받치는 날일지라도 이웃에게 사소한 선행을 실천하면 일상 속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정신건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가톨릭출판사, 바오로딸, 성바오로

박영식, 말씀의 등불 다해. 주일 복음 묵상?해설(다해). 가톨릭출판사(으뜸사랑)

2012년(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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