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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큰 절을 올린 스님(사순 제3주일)
   2016/02/27  8:56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큰 절을 올린 스님

(사순 제3주일)

 

 

루카복음 13,1-9

 

 

 

옛날 옛적에 어느 가난한 집에서 아이가 배가 고파 온종일 울고 있었다. 부모는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회초리로 그를 때리곤 했다. 마침 집 앞을 지나가던 나이가 지긋한 스님 한 분이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집안으로 들어와 매를 맞는 아이에게 넙죽 큰 절을 올렸다. 부모는 놀라며 스님,어찌하여 하찮은 아이에게 큰 절을 하십니까?” 스님은 이 아이는 나중에 정승이 되실 분이니 곱고 귀하게 키우셔야 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 후 집안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쳤다. 부모는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키웠다. 그 아이는 영의정이 되었다. 부모는 그 스님을 수소문해 찾아가 큰절을 올리며 사례했다. “스님, 정말 용하십니다. 스님 말고는 그 누구도 우리 아이가 정승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가 없었습니다.” 스님이 이르기를, “이 땡 중이 어찌 앞날을 점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하나 있습니다. 모든 사물을 귀하게 보면 한없이 귀하지만, 하찮게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이랍니다. 아이도 정승같이 키우면 정승이 되지만, 머슴처럼 키우면 머슴이 될 수밖에 없답니다.”

 

한 포기의 풀이 싱싱하게 자라려면 따스한 햇볕이 필요하듯, 한 인간이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칭찬이라는 햇살이 필요하다.”(쟝 자크 룻소)

 

칭찬과 격려 가운데서 자란 아이는 자신을 가지고 늘 감사할 줄 알지만, 놀림과 비판을 받고 자란 아이는 비난만 하고 수줍음만 탄다. 아이들의 버릇을 고치려면 남들에게 아이들을 칭찬하되 아이들이 엿듣게 해야 한다.

 

여자는 칭찬을 받으면 왕비가 되고 남자는 칭찬을 받으면 어린애가 된다. 칭찬 덕에 여자는 품위를 갖추고, 남자는 순수한 마음이 된다. 칭찬은 그가 하는 일을 완수하게 하는 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언자들이 하느님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잘라버리시지 말고 심판을 보류해달라고 간청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열매 맺는 무화과나무는 예수님이 전해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이스라엘 백성을 상징한다. 한 마디로 하느님의 말씀을 지켜 그분을 닮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와 반대로,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는 예수님의 복음을 거절한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킨다.

 

회개한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이요 덕을 닦아 그의 인품이 사랑과 진리로 흘러넘치는 사람이요 열매를 풍성히 맺은 무화과나무다. 회개한 사람은 자기중심주의를 버리고 타인중심주의와 하느님 중심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회개한 사람은 남을 향해 마음을 열고 남의 장점을 찾아내는 눈을 뜬 사람이다. 회개한 사람은 남을 칭찬하여 용기와 희망과 열정을 만들어 준다. 나아가서, 회개한 사람은 이웃의 장점을 보고 이 장점을 만들어주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한다.

 

남을 칭찬하는 사람과는 반대로, 회개하지 않은 자는 자기중심주의에 사로잡혀 모든 사람과 세상만사가 자기를 위해 있다고 생각한다. 달팽이처럼 자기 속에 갇혀 남의 장점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러면 자기 장점도 찾아내지 못한다. 그는 남을 칭찬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않고 깎아내리는 데 명수다. 그래야 자기가 그보다 더 훌륭하게 보인다고 착각한다.

 

사람은 남을 칭찬함으로써 자기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자기를 그와 같은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괴테)

 

더욱더 비참한 것은 남을 비난하는 자가 자기도 비난받아 마땅한 인간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웃의 장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이웃의 마음과 삶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냉담자나 무신론자가 되고 만다.

 

회개하여 열매를 많이 맺는 무화과나무가 되려면 나의 명예를 손상시키려는 자도 기꺼이 칭찬해주고 그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 그러면 그가 가진 혀끝의 독은 감사로 변하고, 악의는 신뢰로 바뀔 것이다. 뛰어난 적을 친구로 만들면 훌륭한 협조자가 된다.”(B. 그라시안, 지혜의 기술, 227)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들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 사람에게 더 감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졌다. 칭찬하는 사람은 품위가 있다는 평을 받는다. 자기에게 너그러운 사람을 결코 나쁘게 보지 않는 법이다.

 

칭찬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한 가지 장점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게서도 같은 장점을 발견하기가 쉬워진다. 이렇게 하면 사람을 이해하는 안목과 식견이 높아져 상대의 좋은 점을 놓치지 않게 된다.”(그라시안, 위의 책, 177-178)

 

이웃이 지닌 좋은 점을 찾아내어 칭찬해 주면 그의 자부심이 올라가서 더욱더 칭찬을 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칭찬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다. 칭찬, 감사, 사랑의 말을 많이 하면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 누구에게든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격려하고 칭찬해야 한다.

 

칭찬을 듣는 사람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는 그가 칭찬 받는데 자기라고 못 받을 게 없다는 경쟁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날마다 배가 고파 우는 아이를 때린 부모에게 아이를 애지중지 키우면 진짜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가르친 그 노스님은 우리에게도 같은 가르침을 준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마다 칭찬해주면 아무리 비천하고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남이 베푸는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 남들에게서 사랑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힘을 받은 사람이다. 한결같이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받는 사람이 영원히 산다. 이와 반대로, 사랑하지도 못하고 사랑을 받지도 못하는 사람은 가뭄에 말라비틀어지는 나무 가지와 같이 죽어버린다.

 

항상 칭찬하자. 이웃에게 좋은 말이나 유쾌한 말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을 지키자. 우리의 행복은 작은 조각들, 예컨대 금방 잊히는 작은 입맞춤이나 미소를 주는 자비, 친절한 시선, 마음에서 나오는 찬사, 그리고 수 없는 유쾌하고 온화한 느낌들의 극미량들로 이루어진다. 당신이 쓸모 있는 것만큼 행복해지고 이웃도 행복하게 할 것이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가톨릭출판사, 바오로딸, 성바오로

박영식, 말씀의 등불 다해. 주일 복음 묵상?해설(다해). 가톨릭출판사(으뜸사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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