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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요,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성지 주일)
   2016/03/19  10:5

고통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요,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성지 주일)

 

 

루카복음 23,1-49

 

 

 

 

미국 영화사의 걸작인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리처드 브룩스 감독, 폴 뉴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1958)에서 주인공이 외친다.

 

나는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마취제를 쓰기를 원치 않는다. 아프다는 것은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이 살아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싶다. 고통은 인간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고난은 생명의 원리들 중 하나다.

 

나는 고통을 겪는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 있다.”(쇠렌 오뷔에 키르케고르)

 

고통 없이는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고 또 아무 것도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이의 고통 속에서, 어머니의 진통과 산고 속에서 태어났고 우리 자신의 고통 속에서 살다 죽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죽음에서 시작한다.

 

밀 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우리는 자기 몫의 고통뿐 아니라 남편과 아내와 자녀와 부모의 고통도 자기 고통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만큼 그들이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법이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 단련되고 고통 속에서 사랑을 가꾸고 고통 속에서 자기를 실현하고 고통 속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존재이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다. 고통이 뒤따르지 않는 사랑은 있을 수 없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이기심이나 자기중심주의를 죽이고, 이웃을 위해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하는 고통을 겪어야 성립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통을 견디어내기 위해서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일도 하기 싫고 건강하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이처럼 고난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고통이 없다면 아무도 사람구실을 하지 못한다.

 

고통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괴테).

 

우리는 고통을 받아야 우리가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더욱더 단련되고 강인해지고 순수해지고 삶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고통을 받을 때 드러난다. 고난은 인생을 위대하게, 깨끗하게, 깊게 한다. 상처가 깊은 영혼에서 솟아오르는 향기가 그윽하다(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 역사’). 세속적인 인생관을 가진 사람은 한 번도 고난의 잔을 마셔보지 못했다. 절망, 어둔 굴속에 갇혔으나 해방되어 나온 사람이 풍기는 향기가 사람을 감미롭게 한다. 고난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크고 작은 고난을 불행으로 여기지 말고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주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여겨라.고통은 인간성숙과 행복의 원천이고, 고통 속에 기쁨과 구원이 있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신 예수님도 하느님과 전 인류를 사랑하기 위해 당신을 완전히 버리고 잔인한 고문인 십자가형을 받으셨다. 예수님은 홀로 고통의 극치 속에서 인생의 밑바닥, 죽음의 골짜기까지 내려가셨다. 전심전력을 다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몸소 이 가르침을 실천하며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원수를 용서하라고 가르치신 예수님(루카 6,27-31)은 원수를 용서하면서 돌아가셨다(23,34). 사랑은 끊임없이 자기를 초월하는 행위이다. 이처럼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고난을 받아 당신이 우리 중 한 분이심을 증명하셨다. 하느님의 아들에게도 사랑은 언제나 자기를 희생하는 데 있다. 죄가 없으신 예수님은 당신의 몫이 아닌 고난을 받으셨다.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를 사랑하여 고통과 죽음을 당하셨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부활시키셨다. 그래서 고통과 죽음은 하느님이 영원한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 되었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데는 5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단다. 진주 한 알을 만들기 위해서 조개는 10년 동안 이물질과 싸움에서 오는 고통과 아픔을 참아야 한다.

 

예수님은 죄의 뿌리인 이기심을 모르시는 분이어서 십자가 위에서 완전무결한,지순한 사랑을 베푸신다. 많은 사람들이 십자가 위에서 처절하게 돌아가시는 그분께 사로잡혀 스스로 고난의 길로 나아갔다. 예컨대 159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주교 신자들을 잡아 죽이라고 명하자, 교토와 오사카 등지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24명이 체포되어 추운 겨울날 800킬로미터를 걸어서 나가사키까지 끌려왔다. 그들은 159725일 아침 나가사키 언덕에서 4천명 신자들이 보는 앞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채 창에 찔려 순교했다. 이 순교자들을 멀리서 호송해온 두 사람은 신자가 아닌데도 처형되는 그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즉시 예수님을 믿고 함께 순교했단다. 이 순교자들처럼 우리도 십자가 위에서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매료될 수 없을까?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지순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겠다.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을수록 그분을 향한 사랑은 계속 자라난다. 얼마나 깊이 괴로움을 겪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위대함이 결정되는 것이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도들이나 소화 데레사 같은 성인들처럼 쓰디쓴 고통을 겪을 때에도 그분을 더욱더 사랑했다.

 

크고 작은 고난과 시련을 불행으로 여기지 말고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주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여기자.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뿐만 아니라 원수들의 이름을 써놓고 각 이름 옆에 내가 그를 위해 버려야 할 집착이나 이기심이나 선입견이나 증오를 열거해보자. 이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의 힘으로 이 고통을 견디어낸다. 그래야 나 자신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이웃이 원하는 모습으로 이웃이 원하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자유로운 사람만이 예수님의 부활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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