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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옥은 사랑하는 힘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괴로움이다."(연중 제26주일)
   2016/09/24  9:22

"지옥은 사랑하는 힘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괴로움이다."

(연중 제26주일)

 

루카복음 16,19-31

 

 

 

어떤 사람이 아직 젊은 나이인데 대장암 선고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에 빠졌다. 자기가 곧 죽는다고 생각하면 제 정신이 아닐뿐더러 미치고 환장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자기 신세가 너무 가엾고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패배자라는 굴욕감이 엄습해오고 말로 이루 다 형용키 어려운 심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이별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이 순간을 미리 알았더라면 더 이해해주고, 용서해주고, 사랑할 것을!” 하면서 혀를 찬다

 

스위스의 정신 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의 정신상태를 죽음에 이르는 과정 다섯 단계라 불렀다. 첫째 단계는 이 환자가 사망선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둘째 단계는 왜 내가 이런 가혹한 운명을 당해야 하는가?”하고 자기 죽음을 부인한다. 셋째 단계는 목숨을 살려주시면 착하게 살겠으니 한 번 살려 달라고 하느님과 타협한다. 넷째 단계는 타협해도 소용이 없으면 슬픔과 낙심에 빠지고 어떠한 위로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다섯 째 단계는 죽음을 순순히 수용한다.

 

어떤 환자는 수술이 성공해서 암세포가 다 제거되어 건강을 되찾았다. 의사 선생님이 지금 암세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으니까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라고 축하해주었다. 그러나 그 환자는 머리로는 자기가 암을 이겨낸 승리자라고 인정해도 마음으로는 아직도 암환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단다. 만나는 사람마다 마치 송장을 보듯 연민의 눈초리로 안부를 묻곤 한다. 자기 내면 깊숙이 억누르는 죽음의 공포와 중압감을 지울 수 없어 강원도 첩첩산골로 칩거해 들어갔다. 암세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완쾌했다는 의사의 진단이 귓가를 요란하게 울려와도 마음속에 사무친 그 공포는 가실 줄을 모르는 것이다. 암을 이겼어도 이제는 이 병든 마음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놀아나다가 갑자기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도 자기가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도 모른 채 자기의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실컷 즐기다가 죽었다. 자기 돈을 자기 마음대로 자기만을 위해 썼다는 죄목으로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바다 속으로 떨어졌다. 그 부자는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는 재물을 아낌없이 쓰지만 불우한 이웃인 라자로의 고통을 나누어가지지 않은 죗값으로 지옥의 참혹한 운명을 당하며 이를 갈고 있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지 않는 사람은 고인 물처럼 썩는다. 이웃과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은 자폐증 환자가 되고 만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이 부활하여 내세를 창조하셨다. 날마다 그분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면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신비에 스며들고, 죽은 뒤의 세계가 주마등처럼 눈앞에 펼쳐진다그런데도 사람들이 내세믿음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이 재물의 노예가 되어 예수님의 말씀에 무디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과 마몬(재물) 중에서 하느님을 저버리고 마몬을 택하는 사람은 당신을 따를 자격이 없고 파멸에 떨어진다고 이르셨던 것이다. 현세생활에 집착하면 죽음도 죽은 뒤의 세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심을 채우기 바쁠 따름이다자기를 초월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내세를 볼 수 있다. 죽은 뒤 하느님의 심판대전으로 불려가 이승에서 내가 한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해 포상이나 벌을 받는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과 빛을 던져주는 삶을 산다

 

내세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이 세상살이가 불공평하고, 죄인들이 승승장구하며,착하게 사는 이들은 고생만 하고, 강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삼지 않는다. 죽은 뒤에 상선벌악이 집행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세믿음을 가진 사람은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찾아나서 그들과 동고동락하고 최선을 다해 도우려 한다. 굶주리고 불행을 겪는 사람들과 장애인들과 가출청소년들이 소외되거나 무시당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을 짠다. 내세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수는 그 나라의 경제발전과 연결되고, 그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사회를 건설한다. 그들은 근면, 정직, 성실, 책임을 최상 미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평생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며 죽을 수 있을지, 그리고 죽을 때도 지키고 싶은 그 무엇인가를 가꾸며 살고 있는가? 죽음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혜다. 죽음이 있기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현세를 보람 있게, 기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인간이 하느님께 가기 위해,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하는 길이다.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진정으로 삶을 살지 않는 자이다.

 

삶에서 큰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은 절대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I.칸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힘을 얻는 방법은 이 세상의 모든 것보다 영원한 사랑과 진리와 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다.

 

 

지옥은 사랑하는 힘을 잃어버린 데 오는 괴로움이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도스토예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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