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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의 버드나무와 아스피린(연중 제17주일)
   2014/08/02  10:45

한국의 버드나무와 아스피린(연중 제17주일)

마태오복음 13,44-46

 

펠릭스 호프만이 1890년 독일의 작은 제약회사인 바이엘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아버지가 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것을 몸씨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통증을 덜어드리려고 치료약을 찾으려 애썼다. 아버지가 그가 발명한 아스피린을 먹고는 오랜만에 통증이 없이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가 발명한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잎에서 추출한 농축액이었다. 그가 버드나무 잎과 껍질을 짜서 만든 아스피린은 전 세계로 수출되는 명약이 되었다. 버드나무 추출물인 살리신을 주성분으로 하는 아스피린을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 심장병, 성인병, 뇌졸중을 예방하고 치통을 치료하고 설사를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버드나무 껍질을 해열제로 상용했단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에 두진이 생겼을 경우 버드나무 껍질을 달여서 목욕제로 사용하면 효과가 크단다.

 

바이엘회사가 아스피린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어느 나라의 버드나무가 효과가 가장 큰 것인지를 알려고 세계 각국에서 버드나무 표본을 수집했다. 한국산 버드나무가 단연 최고임을 알아냈다. 한국산 버드나무 잎은 유럽에서 생산되는 버드나무 잎에 비하여 약효가 두 배 이상이나 높았던 것이다. 바이엘 회사는 한국에서 버드나무 묘목을 가져다 독일 땅에 심었다. 버드나무는 꺾꽂이 하는 식물인지라 옮겨심기가 쉬운 나무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버드나무 줄기를 잘라다 독일에 심었더니 잘 자랐다. 그런데 가을에 잎을 따서 농축액을 뽑아 약을 만들었는데, 약효가 한국에서 자란 나무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것이었다. 한국 토양과 기후와 풍토에서 자란 버드나무라야 제대로 약효가 나오는 것을 깨닫고 한국산 버드나무 잎을 수입하여 아스피린을 만들기로 하였다.

 

이처럼 훌륭한 아스피린을 생산해내는 버드나무가 우리나라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데도 우리는 바이엘 회사 직원들과는 달리, 위대한 발명을 꿈도 꾸지 않았다. 고작해야 봄버들을 보고 인생무상을 노래했을 따름이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매여나 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으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슨 망령으로 제자가인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나.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실 싣고 가거라.”(‘노들강변’) 우리 조상들은 버드나무를 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허리가 가냘픈 여인의 허리를 휘휘 늘어지는 능수버들 같다고 했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나무 한 포기, 곤충 한 마리, 풀 한 포기라도 그 속에 깃들인 약효와 값어치를 연구 개발하여 부강한 나라를 건설했다. 자연 안에 내재한 하느님의 섭리를 찾아내려는 눈을 가지면 아스피린이나 불로초뿐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본성을 깨달을 수 있다.

 

예수께서는 하늘 왕국을 밭에 숨겨진 보물에 비유하셨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기뻐하면서 다시 숨겨두고 가진 것을 다 팔아 이 밭을 산다. 이처럼 하늘 왕국은 그 밭을 밟고 다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추어진 반면, 어떤 사람에게만 드러나는 엄청나게 값진 것이다. 이는 하느님의 왕권이 예수님의 인격과 말씀과 활동 가운데 와 있으나 믿음의 눈으로 깨달은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왕권은 기적적인 방법으로 반대자들을 제압하거나 세상 사람들을 압도하는 식으로는 임하지 않는다. 또한 하느님의 왕권을 발견한 사람은 뜻밖에 엄청난 보물을 찾아내어 기뻐하는 사람처럼 기쁨을 가누지 못한다(로마 14,17). 이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파는 사람처럼 우리도 자신과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믿고 따라야 한다(마태 19,21.29).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움, , 성공, 지식, 명예, 건강, 가족, 애인? 이런 것들이 나의 존재이유와 최상의 행복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돈이 많으면 건강도 권력도 명예도 사랑도 심지어 사람까지 다 살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재물이나 권력을 성공의 잣대로 여기는 사람은 그것들을 위해 방해되는 사람을 피하고 아첨하는 이들만 자기 곁에 두고 독선과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안하무인격의 인간이 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물질이나 일이나 권력이나 명예가 아니라 대인관계가 아닐까?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떳떳할 정도의 명성이 있기 때문에,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내 마음속 깊이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를 꾸짖어주고 피곤한 내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 인생행로에 등불을 밝혀주는 스승이 있기 때문에 내 인생은 성공작이다. 사람을 얻는 것이 세상을 얻는 것이고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행복과 기쁨과 생명은 대인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음을 받은 존재다. 사람을 보면 하느님의 모습이 보인다는 뜻이다. 버드나무에서 아스피린을 찾아내듯, 내가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고 위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영웅적인 헌신을 하는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하느님이 그들의 감성과 지성과 마음속에서 권능을 행사하심을 감지할 수 있다. 아내와 남편과 부모와 자녀들과 이웃의 마음, 지성, 감성 안에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해내는 사람이다. 남의 장점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이라야 하느님을 뵐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비밀이 간직되고 소리 없이 봉인된 숨겨진 보물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이웃이 훌륭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내 정신의 보물이다. 마음이 슬픈 사람은 슬픔밖에 보이지 않고, 마음이 검은 사람은 모든 사람이 검게 보이는 법이다. 누구는 늘 기쁘게 사는가 하면 또 누구는 늘 미간을 찌푸리고 산다.

 

이웃의 삶 가운데 숨어 있는,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가 자기희생의 고통과 슬픔 속에서 그런 모습을 갖추었음을 생각해야 하겠다. “내가 창조한 것은 모두 슬픔에서 나온 것이다.”(F. 슈베르트) 예술가의 비애와 고독에서 아름다운 가곡이 나온다. 이웃에게서 하느님의 모습을 찾아내는 사람도 초자연과 내세를 내다보는 믿음의 눈을 떠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고통 속에 기쁨과 구원이 있다. 기뻐하는 사람은 그 근거를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기뻐하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공부가 모든 공부 중에서 제일 중요하다.

 

날마다 만나는 이웃의 삶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하느님의 보물을 찾아내고 이 보물을 간직하면 천국으로 간다는 희망으로 늘 기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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