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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사로잡힌 대한민국
   2014/08/16  11:23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사로잡힌 대한민국

마태오복음 15,21-28

프란치스코 1세 교황이 한국에 와서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는가에 대해 한국 천주교회에 서로 다른 두 가지 견해가 보인다. 강우일 주교는 교황의 방문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 124위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쳐 증언한 복음의 가치들을 더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순교하려는 정신에서 평화와 화해를 찾을 수 있다고 주교단을 대표하여 말했다. 그러나 평신자, 신부들, 남녀수도자들은 같은 복음을 인용하며 교황이 가난한 소외계층을 찾아가 그들을 위한 정의와 봉사를 강조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현 정권과 기득권층과 사이좋게 지내며 공권력의 억압을 받는 소외계층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진보파라 할 수 있겠다. 진보파는 교황이 예컨대 부정부패의 온상이며 장애인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강제로 수용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꽃동네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견해차는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 남북한 대립현상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두고 생긴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이루어진 급격히 사회, 경제 발전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과 율법을 모르는 이방인들을 무시하고 상종하지 않은 당대 이스라엘 백성과는 반대로, 이방인인 가나안 여자에게도 구원을 베푸셨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시고 몸소 이 가르침을 실천하며 십자가에서 돌아가 이스라엘 백성과 이방인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전 인류를 하나로 일치시키셨다. 예수님의 제자들인 가톨릭교회는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 이, 높은 이와 낮은 이, 민족과 국적의 차이, 의인과 죄인을 다 포용하는 보편적인 교회다. 나와 견해나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우리는 북한의 김정일이나 김정은 같은 인간을 단죄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구원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14-1845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체류 기간인데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한국 사회의 양 극을 다 포용하고 위로와 채찍질을 아끼지 않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던지려고 애쓴 것 같다. 교황이 만나는 사람들은 세월호 침몰사건 생존자들과 유가족 4백 여 명,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및 자살자 유가족, 용산 철거 화재 유가족,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 밀양 송전탑 설치반대 사람들, 충북 음성 꽃동네 장애인 2백 여 명, 남녀 수도자 4천 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다. 그래서 816일 자 미국 New York Times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상처 입은 대한민국을 어루만져 준다고 평가했다.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을 포함한 천주교 신자, 일반시민 들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거행했다. 교황은 오후에는 당진 솔뫼 성지에 도착해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생가에 헌화한 뒤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자들 6천여 명과 대화했다. 교황은 미사 전에 세월호 생존자 학생과 유족 대표 등을 따로 접견하고 위로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0여 명의 영혼이 담긴 십자가', 순례단이 900km를 걸으며 짊어졌던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하자 교황은 "이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저녁 8시쯤 서강대학교 안의 예수회 공동체를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다 상경한 신부들(김성환, 김정욱, 이영찬)과 수사(박동현)을 격려했다. 16일 오전에는 서소문 순교성지에 참배하고 광화문에 와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시복식 미사를 주례하고 오후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 장애인들 2백여 명을 만나고 남녀 수도자 4천여 명과 평신도들과 대화한다. 꽃동내의 관계자들에게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면서 “나는 여러분이 인간 증진이라는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도록 격려한다”고 강조했다. 17일에는 서산 해미성지에 가서 아시아주교들과 만나고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마지막 날인 189시에 명동성당에서 한국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난 뒤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이 미사에는 그 동안 폭력에 멍든 이들이 대거 초청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세 명을 비롯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오후 1시쯤 바티칸으로 돌아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14일 청와대 정상 연설에서 남한과 북한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푸는 해법을 제시했다.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하며, 상호 존중과 이해, 화해의 토대를 건설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뤄 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에 과거 불의는 잊지 않아도 서로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고, 협력해야 한다.”며 대치하지 말고 대화하라고 조언했다.

교황은 한국에 민주주의가 결여되어 있다고 여겼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한다.” 하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갈수록 심화되는 물질만능주의와 지나친 개인주의, 경쟁으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세태에 대해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정치 분열과 경제 불평등, 환경문제 들을 해결하려면 마지막 한 사람의 목소리까지 열린 마음으로 듣고 소통과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인들에게도 교황은

여러분은 자녀들을 위해 더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지향한다.”고 하며 그들의 임무를 강조했다.

교황은 한국천주교회의 주교들에게 부귀영화와 독선에 빠지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들과 만나 성공과 권력의 유혹 물리치고가난하게 살고 가난한 이들의 편을 들며 희망을 창출하고 독선에 빠지지 말고 사제들과 협력하라고 일렀단다. 교황은 한국 주교들과 신부들이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와 무사안일주의와 권위주의에 빠졌다고 여긴 것 같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형제 사제들에게 권고합니다.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의 온갖 유혹을 물리치십시오. 성령을 질식시키고 회개를 무사안일로 대체하고 마침내 모든 선교 열정을 소멸시켜 버리는, 그러한 정신적 사목적 세속성에서 하늘이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를 빕니다.”

아시아 청년 6천 여 명에게는

우리가 모두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 부정부패에 항거하고 일치를 창조하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시복식 미사 강론에서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해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께서 당신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시어 세상 안에서 거룩함과 진리의 누룩, 즉 땅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식은 그분들이 목숨을 바쳐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신 것을 기념하며 우리도 그분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황은 우리나라가 빈부격차가 날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순교자들을 본받으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금년 전 세계를 움직이는 50명 중에서 1위가 된 것은 가난한 사람, 굶주리는 이, 병자, 억압받는 이, 정신질환자 들을 당신 자신과 동일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인류가 그리스도를 갈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불행히 성직자들과 수도자들과 평신자들이 모두 그리스도의 모습을 감추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회를 떠나고 외면하는 것 같다. 교황은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으로 삼으라고 타이른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예수님을 조금만이라도 더 닮으려고 애쓰면 어둔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될 수 있다.

"나의 친구는 세 종류가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를 미워하는 사람, 그리고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유순함을 가르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나에게 조심성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나에게 자립심을 가르쳐 준다."(J.E. 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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