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무너지면 쌓을 수 없는 것: 존경, 신뢰, 우정

(연중 제27주일)

마태오복음 21,33-43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그림을 그리는 것이요 창조이다. 각자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아름다운 그림이나 추한 그림을 그린다. 우리는 항상 이치와 상식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고 무엇에 씌어 있는 것처럼 충동적으로 엉뚱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내 인생은 혼자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리는 것이다. 그러나 화가는 자신이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내 인생을 남편이나 아내나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법이다. 그들은 내가 그리는 그림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들 없이는 그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림을 얼마나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그리는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성공한 만큼이 아니라 도전한 만큼 아름다운 인생이 될 것이다.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은 남을 위해 산 삶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남을 위해 사는 인생만이 가치 있는 인생이다. 내 인생의 그림에서 하느님이 처음 나에게 숨을 쉬게 하신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내 옆에서, 내 앞에서 나를 업고서 걸어가신 모습이 그려져야 내 그림이 의미심장한 작품이요 보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진, 선, 미, 사랑, 인격의 존엄성, 타인의 행복과 생명을 위해 희생을 하는 삶이 영원히 생명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 이러한 가치를 수단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모든 사람에게 무시당하고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모습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사랑 없이 사는 것과 용서하지 않고 사는 것은 정말로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가장 오래 남는 인생체험이다. 이와 반대로, 질투와 증오와 원한에 사로잡힌 내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볼까 민망하고 두렵다. 이웃과 원수들을 사랑하기 위해 마음고생을 하거나 몸부림치는 모습뿐만 아니라 잘못을 후회하며 제 가슴을 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내 인생 그림이면 좋겠다. 내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많이 가졌거나 많이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힘껏 자기를 내어주고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우는 모습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존경과 신뢰를 받고 우정을 간직한다. 존경, 신뢰, 우정, 이 세 가지는 인생에서 한번 무너지면 쌓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이에 걸맞는 덕행을 쌓지 못해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 곧 하느님이 내리시는 심판이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타락한 인간, 이기주의자, 모리배로 취급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경고는 오늘도 존경과 신뢰와 우정을 모르는 자들에게 내리고 있다. 이런 모습이 담긴 그림을 빨리 지우고 새로 그려야 하겠다.

오늘도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그리자. 이 모습은 세 가지다.

첫째,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열과 성을 쏟는 모습,

둘째, 지금 내가 만나는 모든 이웃에게 마음과 뜻을 다하는 모습,

셋째,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톨스토이).

내일로 미루면 영원히 못한다. 오늘 곧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잘못된 일은 내일부터 시정한다 하지 말고 오늘 지금 곧 그만둬야 한다. 사람들은 내일부터 잘 하리라고 생각하다가 영원히 세월을 허송하고 죄악의 구렁텅이에 발을 깊이 빠뜨리고 말기 때문이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년.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장. 입문, 새 본문번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년

-----, 루카복음. 루카복음 3-24장 해설. 도서출판으뜸사랑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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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 마르코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개정 초판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