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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이가 들면서 빛을 뿌리는 사람이 어르신이다(위령의 날)
   2014/11/01  10:24

나이가 들면서 빛을 뿌리는 사람(위령의 날)

마태오복음 25,1-13

 

요즈음 장수시대가 되어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기보다 오래 살되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살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풍족한 연금에다 남는 것이라고는 시간밖에 없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일찍 죽으면 그 많은 연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겠는가 하고 혀를 차면서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은 다 섭취하고 날마다 재미있게 살 계획을 짜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럴수록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비법을 터득해야 하겠다. 노년을 다복하고 건강하게 보내는 사람들 옆에는 노년을 비참하게 사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정신이 몽롱하고 기력도 떨어지고 돈도 없는 노년이라면 오래 사는 것이 지겹고 괴로울 뿐이다. 이런 사람들을 돕는 사람은 인생을 보람 있게 산다. 자기 혼자서만 인생을 희희낙락하면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에 나오는 그 부자, 성조 아브라함의 품속에서 영원히 행복의 극치를 누리는 라자로를 지옥 불 속에서 부러워하는 그 부자처럼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사람은 그 부자처럼 죽으면서 그때 좀 베풀 걸! 그때 좀 참을 걸! 그때 좀 배울 걸!” 하고 후회하지도 못할 만큼 구제불능의 인간이 된다.

 

일반적으로 자기 나이에 비례하여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한다. 어릴 적엔 오후 반나절도 길지만 늙어서는 몇 년도 짧은 오후처럼 지나가버린다. 만남과 이별은 불가피하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것처럼 이별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이 순간을 미리 알았다면 더 많은 사랑을 베풀고 더 많이 일을 할 것을 하면서 후회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구원의 문이 닫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삶의 방향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되도록 젊을 때부터 죽음을 생각해보고 자기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사는 것이 인생을 가장 보람 있게 사는 것이다.

 

사람은 왜 죽는가 하는 물음은 곧, 사람은 왜 사는가 하는 물음에 직결된다.

  (박두진)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완성되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목적이다. 이러한 죽음의 본질을 이해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나뭇잎은 얼마나 아름답게 늙어가는가! 그들의 마지막은 얼마나 빛과 색으로 가득한가!”(존 버로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사는 것이 영적으로 늘 깨어 있는 삶이다. 이러한 삶은 믿음의 눈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쓰고 대인관계와 일상사 가운데 하느님의 뜻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이기심과 물욕과 세상잡사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져 늘 베푸는 사람이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고 등불을 밝히는 슬기로운 처녀처럼 주 하느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깨어 있는 사람이다. 그는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영원인 듯 사는 사람이다. 깨어 있는 사람은 마음을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활짝 열어놓고 사랑과 우정과 동료애를 지키기 위해 성공도 출세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소비풍조를 조장하며 관중을 흥겹게 하는 대중매체, 텔레비전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영원한 것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장애물이고 우리를 천박하고 이기적인 인간, 무신론자로 만드는 독소이다. 오로지 성공과 출세를 향해 매진하여 목적지에 다다른다 하더라도 사랑과 우정을 잃어버린 텅 빈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는 기름을 준비하지 않고 등불을 꺼버린 어리석은 처녀이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나는 반드시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살아야 하는가? 그 답은 북미 인디언의 격언에 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뻐할 수 있기를!”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 입문, 새 본문번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

-----, 루카복음. 루카복음 3-24장 해설. 도서출판으뜸사랑 2013

-----, 마태오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3년 개정초판

-----,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

-----, 마르코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개정 초판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