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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공할 사람은 나이든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대림 제3주일)
   2014/12/13  19:49

성공할 사람은 나이든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인다

(대림 제3주일)

요한복음 1,6-8.19-28

 

조선 시대의 3대 청백리는 반구정의 황희 정승, 충남 아산의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 13601438), 전남 장성의 아곡 박수량(14911554) 선생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명재상이었던 맹사성은 고려 말 명장군 최영의 손녀사위다. 맹사성은 여러 벼슬을 거쳐 세종 때 이조판서로 예문관 대제학을 겸하였고 우의정에 올랐다. 맹사성이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를 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되었을 때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내가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겠습니까?” 무명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하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무명선사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자리에 앉혔다. 그는 못 이기는 체 자리에 앉았다.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그러나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잔뜩 성이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 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고 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에 세게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맹사성은 무명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평생 청백리 명재상으로서 한 시대를 비춘 빛이 되었다.

 

세례자 요한은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어둠 속에 있는 이들에게 생명의 빛이시라고 증언했다(요한 1,6-9). 하느님은 성 마리아의 연약한 몸에서 태어나시고,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식민지인 작은 나라 이스라엘을 조국으로 삼으셨다. 그분은 정치, 종교 지도자들의 독선과 부정부패와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는 세상, 혼란스러운 정치상황, 오해와 편견과 얽히고설킨 이해타산이 난무하는 세상, 집단이기주의와 약육강식의 세계, 이처럼 죽음의 깜깜한 밤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고 부활하셨기 때문에 구원의 빛으로 임하신다. 이 빛은 죽음과 파멸의 세계인 어둠 속을 비추어 생명과 구원을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뜻한다. 사랑으로 가득 찬 그분의 인격에서 생명의 빛이 솟아오른다. 그리스도의 빛은 이기심에 사로잡혀 눈이 어두워진 사람들을 비추어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고, 증오와 불의의 세계에 사랑을 심으며, 이웃의 어려움이나 슬픔과 기쁨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더러운 것이라도 강한 빛을 비추어서 아름답게 되지 않는 것은 없다. 나아가서, 그리스도의 빛은 죽은 뒤의 세계까지 비추고 우리에게 내세믿음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영원한 죽음의 어둠 속에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의 빛을 받았다. 모든 빛이 꺼지고 절망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성령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의 영이 비추는 빛을 체험하고 있다. 우리 마음속에 임한 성령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고 그분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불꽃을 타오르게 한다.

 

예수 메시아께서 이 세상의 유일한 구원의 빛이시라고 증언한 세례자 요한을 본받자. 기도와 영적 독서와 미사참례와 여러 신심활동으로 큰 빛이신 예수 메시아와 인격관계를 맺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빛에 참여하여 빛의 역할을 한다. 선행, 가정의 화목을 위한 인내, 하고 싶은 말이라도 다시 생각해보고 하는 것,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희생, 이웃에 대한 노여움을 내색하지 않는 것, 자기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망을 죽이기, 인정받기보다 먼저 인정하는 자세, 남을 탓하기보다 자기를 먼저 탓하는 겸손을 통해 빛의 구실을 할 수 있다. 또한 이웃이 가지고 있는 빛나는 장점들이 별것 아닐지라도 인정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말 한 마디와 따뜻한 미소 한 번도 이웃의 평생을 빛나게 해주는 위력이 있다. 이웃 안에서 빛나는 1퍼센트를 인정해주자. “너니까 그 일을 해낸 거야. 너는 어디서든지 필요한 사람이야.” 하는 말이 평생을 비추는 빛이 된다. 남을 탓하기보다 자기를 먼저 탓하고, “부탁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잘 되어가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신에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하는 사소한 말 습관도 평생 성공을 뒷받침 하는 빛이 된다. 이처럼 빛을 비추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밝게 하고 의미를 준다. 나이든 사람들의 충고는 겸손히 받아들이고, 젊은이들의 생각에는 품위있게 양보하자.

 

따뜻한 표정과 밝은 미소가 정확한 말 한마디보다 이웃의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잘 읽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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