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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과 시련 속에 영생이 창조된다(사순 제4주일)
   2015/03/14  14:47

고통과 시련 속에 영생이 창조된다(사순 제4주일)

 

요한복음 3,14-21

 

어느 날 나는 버스 안에서 한 소녀를 보았다. 그는 무척 쾌활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가 부러웠다. 그때 이 소녀는 버스에서 내리려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는 것이었다. 소녀는 내 옆을 지나가며 살며시 웃음을 입가에 띠며 고마워요.” 하며 지나가게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했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러게 기도했다. “, 하느님, 제가 투덜거리거나 불평하면 용서해 주세요. 제게는 다리가 두개나 있어요.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답니다. 저 아름다운 소녀처럼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이웃에게 고마워할 줄 알게 해주소서.”

나도 버스에서 내렸다. 껌을 파는 소년을 보았다. 껌을 하나 살려고 다가갔다. 그는 미남에다 매력적이었다. 껌을 사려하자 소년이 무척 기뻐했다. 내가 껌을 받아들고 돌아가려는데 소년이 고마워요. 껌을 사 주셔서.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볼 수가 없답니다.” 그때 나는 다시 기도했다. “, 하느님, 제가 투덜거리거든 용서하세요. 제게는 눈이 두개나 있습니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잖아요. 저 앞을 못 보는 소년처럼 늘 고마워할 줄 알게 해주소서.”

또 나는 길을 계속 가다가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 가까이 아이 하나가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아이에게 물었다. “애야, 너도 가서 아이들과 놀지 그래.” 그렇게 말했는데도 아이는 앞만 뚫어지데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가 아예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 아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줄을 짐작했다. 자기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내가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데 방해가 되는 것으로 알고 얼른 자리를 비키는 것이 아닌가? 또 나는 기도했다. “, 하느님, 제가 불평하면 용서하세요. 제게는 귀가 두개나 있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잖아요. 저 앞을 못 보는 소년처럼 남을 배려할 줄 알게 해주소서.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다리가 있고,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듣고 싶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으니, 하느님, 제가 불평하거든 용서하세요.”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는 그 소녀, 앞을 못 보는 그 껌팔이 소년, 들을 수 없어 친구들과 함께 놀지 못 하는 그 소년은 고통 속에 매여 있지 않고 고통을 이겨냈다. 그래서 미소를 잊지 않고 고마워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다. 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가 무엇인지 가르친다. 그것을 깨닫는 사람이 성령에 힘입어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 불구자인 그 소녀와 그 껌팔이 소년과 그 들을 수 없는 소년이 역설적으로 영생과 영복을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참으로 부럽다.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해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이르셨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물은 니코데모에게 이 재생이 당신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과 승천이 가져다주는 열매라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우리가 성령의 힘으로 모든 죄의 뿌리인 이기심을 버리고 거룩한 마음으로 세례성사를 받고 예수님의 죽음에 참여했다. 천주교 신자,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던 것이다. 우리가 신자가 된 목적은 불행을 모면하기 위함이 아니라 불행과 온갖 고난을 겪음으로써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하나 되기 위함이다. 특히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겪는 고통은 예수님의 운명에 참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어차피 받는 불행과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은혜를 체험한다. 고통은 하느님의 은혜로 알아듣고 고마워할 귀한 선물이다.

 

하느님, 당신과 이웃을 위해 고통을 받게 해주시든지 아니면 저를 빨리 당신 품속으로 데려가시든지, 이 둘 중 하나만 허락해주소서!”(대 데레사)

 

불행을 모면할 길은 없다. 불행은 예고 없이 도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행을 밟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힘이 있다. 불행은 때때로 유일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위하여 불행을 이용할 수 있다. 불행 앞에 우는 사람이 되지 말고, 불행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오노레 더 발자크)

 

사람은 불행에 빠져야 비로소 자기가 누구이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행복은 훌륭한 선생이다. 그러나 역경은 그보다 더 훌륭한 선생이다. 불우한 사람들, 병자들, 정박아들, 불구자들은 고통으로 단련되어 겸손하고 인생의 모순과 불공평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달관의 경지로 나아간다. 쉽고 편안한 환경에선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강한 영혼이 탄생한다.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괴테).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데는 5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다. 진주 한 알을 만들기 위해서 조개는 10년 동안 이물질과 싸움에서 오는 고통과 아픔을 참아야 한다.

 

배수로에서 구해온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의 몸은 반쯤 벌레에게 파 먹힌 상태였죠. 집으로 데려오자 그가 말하기를, ‘저는 거리에서 짐승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랑과 관심 속에서 천사처럼 죽는군요.’ 우리가 그의 몸에서 벌레를 모두 떼어냈을 때 그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수녀님, 저는 하느님이 계신 집으로 갑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자기 신세를 다른 사람들의 처지와 비교하지 않고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그 남자의 위대함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하더라도 마음이 부유한 사람들의 위대함이지요.”(마더 데레사) 이와 반대로, 고통을 모르고 부귀영화에 탐닉하는 사람들치고 인간성이 황폐화되지 않은 사람이 드문 것 같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무식한 서민들의 애환을 이해할 힘이 없고 그들을 무시한다. 사람은 고통과 사랑의 힘으로 훌륭해지는 반면,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사람구실을 하기 어렵다.

 

고통을 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께 은혜를 많이 받았음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그래서 불만이 많은 자들을 자기 삶을 하느님의 선물로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불우시설로 데려가 현장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 고마워하는 사람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어김없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푼다. 행복한 사람은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면 자기의 행복은 갑절로 커진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기 때문에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모든 불행과 고통과 죽음은 인류가 죄를 짓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예수님은 인류를 대신하여 그 죗값을 치르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불행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들은 인류가 받아야 하는 고난을 대신해서 당하는 이들이다. 그들의 고통 덕분에 자기가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고마워하는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은 없다. 남들이 나를 비추어 주기 때문에 나에게서 빛이 나온다.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 때문에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행한 사람의 침묵이 없었던들 행복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안톤 체호프)

 

절뚝거리는 그 소녀, 앞을 못 보는 그 껌팔이 소년 들을 수 없어 친구들과 함께 놀지 못 하는 그 소년과 동일시하신다. 하느님은 고통 받고 슬피 우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권능을 행사하며 영생과 영복을 창조하신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고통을 겪지 않은 날을 허송세월이라 여기자. 고통을 찾아나서는 사람이 하느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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