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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도 사랑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신다."(주님의 고난 성지 주일)
   2015/03/28  11:35

하느님도 사랑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신다

(주님의 고난 성지 주일)

 

마르코복음 15,1-39

 

예수님은 기본적인 인간 품위조차 지키지 못하고 발가벗겨져 뼛조각이나 쇠붙이나 못이 달린 가죽 끈으로 채찍질과 혹독한 고문을 당하셨다. 십자가에 못 박혀 땅 위에서 꾀 높이 매달리셨다. 형리들은 야수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하려고 그리 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양팔이 높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호흡하시기가 어려웠다. 이따금 형리들은 그분의 몸을 떠받쳐 호흡하실 수 있게 하여 더 오래 동안 고통을 받으시게 했다. 형리들 중 하나가 고통의 극치 속에 계시는 예수께 고통을 들어주려고 해면에 식초를 적셔 막대기에 달아 입가에 가져다 드렸다. 그러나 예수님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인류구원을 위해 스스로 희생제물이 되려고 결심하셨기 때문에 식초를 받아 마시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비굴하게 고통에 짓 이겨진 참혹한 모습이 아니라 이미 고통을 이기신 비장하고도 보람 있어 하시는 모습으로 당신을 잡으러 온 대사제의 종의 잘려나간 귀를 고쳐주고 당신을 죽이는 원수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셨다. 당신 옆에서 함께 처형당하는 사형수가 회개하자 그를 당장 낙원으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하셨다. 드디어 예수님은 기진맥진하여 질식해서 혹은 과다출혈로 혹은 체내 분비액의 결여로 돌아가셨다.

 

어떻게 우리와 같은 사람이신 예수님이 그처럼 잔인하고 혹독한 죽음을 당하실 수 있었을까?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극진하여 그분의 계명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 하셨기 때문이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38)

 

예수님은 위 사랑의 계명을 가치치고 목숨을 다 바쳐 그것을 몸소 실천하셨던 것이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안톤 체홉)

 

그러나 예수님의 헌신적인 사랑은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고 무위로 끝나는 것 같이 보였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저버리셨나이까?”(마르 15,34) 하느님은 예수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시려 것 같이 보였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루카 23,37)

 

죽음은 사랑의 끝장, 인생의 끝장, 희망의 끝장, 투쟁의 끝장, 사람이 매달리는 모든 것의 끝장이고, 태양도 빛을 잃는 순간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예수님의 경우에도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사랑도 무의미하게 보였으며, 하느님의 심판인 어둠이 온 땅위에 짙게 깔렸다. 하느님은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죄인들을 심판하기 시작하셨다. 최후심판이 그분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예수님의 애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다. 예수님의 헌신적 사랑이 인류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열매를 맺게 해 주셨다. 하느님은 성전 휘장을 두 갈래로 찢어 구약을 마감하고 신약의 결정적인 구원을 창조하심으로써 예수님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마르 15,38). 또한 하느님은 예수님을 처형한 백인대장에게 믿음의 눈을 뜨게 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예수님이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따르게 하심으로써 예수님의 기도를 들어주셨던 것이다(15,39). 예수님이 돌아가시자 사랑의 새벽, 희망의 새벽, 평화의 새벽, 우리가 갈망하는 모든 것의 새벽에 태양이 솟아올랐다. 하느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 안에 현존하신다. 예수님은 우리를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여 하느님 같은 영광스러운 존재가 되게 해 주셨다. 하느님은 인간이 겪는 가장 비참한 벌인 죽음을 예수님의 부활로 구원과 생명의 원천으로 만드셨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전 인류의 죄를 용서하고 갈등과 증오로 점철되어 온 인간 세계를 사랑과 평화로 일치시키신다. 하느님과 예수님을 닮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행복의 극치를 누리기 시작했다.

 

예수님을 닮지 않으려는 사람은 자기를 합리화하는 데 명수들이다.

 

나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내가 특출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세상이 다 그렇다.

모든 것이 다 세상 탓이고 세월 탓이다.

 

이와 반대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참여하는 사람은 이렇게 산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친다.

지역사회에 자신을 바친다.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친다.

 

미치도록 사랑하세요. 사랑하기엔 백년도 짧아요.”

(백세가 되기 한 달 전에 돌아간 엠마누엘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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