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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니콜라이 교회의 기도와 독일 통일(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2015/06/20  9:59

성 니콜라이 교회의 기도와 독일 통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마태오복음 18,19-22



독일 통일의 시발점이 된 사건들 중 하나는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1989년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에 모인 촛불 기도회였다. 이 교회는 1165년에 세워져 중세 상인들의 수호성인 성 니콜라이에게 봉헌된 성당이었다. 공산주의 정권에 대항해 월요일마다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열렸던 월요데모1990103일에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시발점이 되었다. 처음에는 몇 명밖에 참석하지 않은 조용한 기도회로 시작되었다. 구동독의 경찰이 위 촛불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을 검거하여 이 평화로운 집회를 통제하고 차단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수가 차츰차츰 많아져 나중에는 매주 십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와서 민주주의, 선거와 여행의 자유, 독일 통일을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거대한 행사가 되었다. 1989109일 촛불 기도회를 계속한다면 유혈 진압을 감행하겠다는 당국의 발표가 신문에 실렸다. 군대, 전투 경찰, 사복 경찰들이 이 교회를 에워싸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촛불 기도회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되었다. 당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요 옛 동구권 지휘자의 지존인 쿠르트 마주어Kurt Masur의 호소문이 발표된 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성 니콜라이 교회 밖으로 나갔다.


뜻밖에 광장에는 수천 명이 이미 촛불을 들고 모여 있었던 것이다.무장한 군대, 전경, 사복 경찰들이 그들을 에워쌌다. 공산주의자들이 지금까지 저질러온 만행에 비추어보면 대략학살을 자행하고도 남았다. 일촉즉발의 무시무시한 순간에 기적이 일어났다. 군인들, 경찰 병력들은 선량한 시민들의 기도에 감화되고

음악이 울려나오는 거룩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군중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대규모 평화 시위가 도화선이 되어 구동독 전역으로 퍼졌나갔다. 이처럼 성 니콜라이 교회는 독일 통일의 기치를 처음 올린 역사적인 교회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성 니콜라이 교회는 성 토마스 교회와 더불어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321- 1750728)가 활동한 곳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바흐 축제가 열리면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성 니콜라이 교회로 모여와 기량을 펼친다. 또한 이 교회는 바흐 음악에 독특한 재능을 가진 오르간 연주자, 의사, 신학자, 철학자, 아프리카의 성인 알버트 슈바이처가 25살에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2년간 성직자로 일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29살 때 1년 동안 성 토마스 교회에 딸린 신학교의 기숙사 사감을 하다가 아프리카 선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의학공부를 시작했었다.

이처럼 모든 민족이 모여 하느님의 구원을 찬미하는 성전은 자유, 인권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곳이다. 독일 통일과 자유는 동독에 살던 독일인들이 성 니콜라이 교회 같은 곳에 모여 기도하고, 서독 독일인들이 같은 지향으로 기도한 데서 비롯된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들은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공산주의 독재자들이 회개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던 것이다. 그들의 기도가 가져온 효과는 무엇보다 먼저 그들의 기도회를 해산시키고 박해하려고 모인 군인들과 경찰들이 회개하여 그들의 모임을 허용한 데서 드러났다. 기도는 죄인들을 하느님과 일치시키는 신비스러운 힘이 있다. 이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곳에 하느님이 현존하며 이 기도를 들어주심이 증명된 훌륭한 사례다.

 

성 니콜라이 교회의 기도 모임이 시발점이 되어 동독 전역으로 자유를 부르짖는 함성이 메아리쳤다. 훗날 독일 통일의 아버지로 불린 열심한 천주교 신자 헬무트 콜 총리가 구소련의 고르바쵸프와 담판을 벌려 그에게 엄청난 재정을 지원하여 통일을 이루었던 것이다. 콜 총리는 1990103일에 이루어진 독일의 통일과 더불어 그해 122일에 실시된 전독일 총선에서 또다시 총리로 선출되었다. 이때 필자는 뮌헨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19901130준비를 하고 있을 때여서 이러한 독일 통일의 전야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오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날 독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본보기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여긴다.


죄인들의 존재가 신비스럽게도 교회를 하느님과 일치시키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잘못을 저지른 신자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 곳에는 계시지 않는다. 교회가 기도하지 않고서는 죄를 지은 신자를 회개시킬 수도 없다. 내가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거나 그의 회개를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지 않으면 그리스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지 않는다. 내 때문에 미움과 원한에 사무친 사람이 있다면 나와 그는 하느님의 교회에 충만하게 속하지 못하고, 몸은 교회 안에 있어도 영적으로는 구원받은 성도들의 모임에서 쫓겨나는 비참한 꼴을 당할 것이다.

 

어느 가정이나 공동체나 나라이든 절망적인 현상은 인간관계의 파괴이다. 인간관계가 모든 조직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서로 관심을 베풀고 용서하고 마음속에 품어주며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정성을 쏟아야 보존된다. 이웃을 회개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더욱더 사랑하고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것이다. 타인은 모두 혹이고 장애물이고 늑대이고(고대 로마인의 격언) 원수이고 지옥이라고 한다(J.P. Sartre). 그러나 원수들과도 함께 있지 않으면 사람답게 살 수 없다. 이는 나무뿌리가 사찰과 불상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사찰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버티어주는 역할도 하는 것과 같다. 인간관계는 서로 천천히 부수면서 서로 삶의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성 니콜라이 교회에 모여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는 정치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여 하느님의 은혜를 받은 독일인들처럼, 우리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야 하겠다. 그들은 언론인들과 함께 독선과 거짓과 무능으로 우리나라를 망치는 독소가 된지 오래다. 그들은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를 눈물바다와 절망 속으로 쳐 넣었다. 요즈음은 메르스 전염병으로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방역 무능, 정보 늑장, 격리 실패, 거짓말 남발로 불안과 불신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경제를 망가뜨리는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그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언론인들, 특히 최고위 정치인은 무지無知, 무능無能, 무위無爲, 무치無恥 = 4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여 그들의 회개를 위해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겠다. 나아가서, 동독과 서독 양쪽에서 통일을 위해 기도하여 성공한 독일인들처럼, 남한에서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의 수가 더욱더 많아지도록 기도해야 하겠다. 나아가서, 우리가 북한의 공산주의 독재자들의 회개를 위해 가정이나 공동체에서 함께 기도하면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다. 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지 않으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없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증오와 불행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에서부터 기도와 희생으로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가정에서 시작되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아 넣느냐 하는 것입니다.”(마더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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