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피조물 보호를 위한 공동 담화문 |
2022/01/13 16:21 |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와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와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피조물 보호를 위한 공동 담화문
(2021년 9월 1일)
우리는 모두, 가난하거나 부유하거나 힘이 약하거나 강하거나 상관없이 일 년이 넘게 세계적 유행병의 파괴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 보호를 받았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취약하였습니다. 그러나 삽시간에 전파된 감염병은 우리가 안전을 위하여 서로에게 의지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 재앙 앞에서 우리는 모든 이가 안전하게 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행동이 서로에게 참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오늘의 행위가 앞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새로운 교훈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새롭게 마주하여야 했습니다. 우리가 이 시기를 허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어떠한 세상을 남겨 주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명령하십니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9). 우리는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바로 생명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9월에 하느님의 피조물을 위하여 기도하고 보호하는 기회인 창조 시기를 지냅니다. 세계 지도자들이 우리 지구의 미래에 대하여 숙고하고자 11월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모임을 준비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우리가 모두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숙고합니다. 이에 교회의 지도자들인 우리는 모든 이가 자신의 믿음이나 세계관에 상관없이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지구를 위하여 의미 있는 희생을 할 것을 약속하도록 요청합니다.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
우리 공동의 그리스도교 전승에서 성경과 성인들은 현재의 실재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보는 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에 대한 희망을 모두 이해하도록 돕는 여러 관점을 전해 줍니다. 관리의 개념, 곧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에 대한 개인의 책임과 공동의 책임의 개념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시작점을 제시합니다. 신약 성경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해진 끝은 망각한 채 많은 소출을 저장하는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를 읽습니다(루카 12,13-21 참조). 우리는 일찍이 자기 몫의 재산을 받아 그것을 탕진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는 방탕한 아들 이야기(루카 15,11-32 참조)를 배웁니다. 우리는 폭풍을 견뎌내도록 반석 위에 우리 공동의 집을 짓는(마태 7,24-27 참조) 대신에 모래 위에 언뜻 보기에 저비용으로 단기간에 집을 짓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더욱 넓게 바라보고 인류의 오랜 역사 안에서 우리의 자리를 인식하도록 초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희생시켜 가며 최대의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재물에만 집착한 나머지, 자연의 풍요로움을 포함해 장기 자산들을 단기 이익을 위하여 고갈시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기술은 진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고삐 풀린 부의 축적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다른 이들이나 지구의 한계를 거의 배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지구는 회복력을 지녔지만 부서지기 쉽습니다. 이 지구의 보호와 보존(창세 2,15 참조)을 우리가 거부한 결과를 이미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제 바로 이 순간 우리는 반성하고 해결하고자 뒤돌아보며 방향을 전환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기적인 이득 대신에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며 돈을 쓰는 방법에서 관대함과 공정함을 추구하여야 합니다.
빈곤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현재의 기후 위기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을 어떻게 바라보며 다루고 있는지에 대하여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엄중한 심판 앞에 서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 감소와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는 우리 행동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입니다. 이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지구 자원을 우리가 탐욕스럽게 소비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심각한 불의에 직면합니다. 이러한 남용의 가장 비극적인 결과를 견뎌내고 있는 이들은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로서, 이들에게는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데에 대한 책임이 가장 작습니다. 우리는 정의의 하느님께 봉사합니다. 정의의 하느님께서는 피조물 안에서 기뻐하시며 모든 사람을 당신의 모습으로 창조하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십니다. 그래서 그러한 파괴적인 불의를 보면 비통한 마음으로 응답하고자 하는 타고난 부름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발생한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는 강력한 힘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를 일으키며 기후 변화가 미래의 도전 과제만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시급한 생존 문제라는 것을 우리에게 새삼 드러내 줍니다.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홍수와 화재와 가뭄은 모든 대륙을 위협합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온 공동체가 이주할 수밖에 없고, 사이클론이 온 지역을 강타하여 생명과 생계를 파괴합니다. 물 부족과 불안정한 식량 공급은 분쟁을 야기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동하도록 만듭니다. 소규모 농업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미 이러한 현상이 목격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선진 산업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목격합니다. 이들 국가의 정교한 기반 시설조차 예상치 못한 파괴를 완전하게 예방할 수 없습니다.
내일은 더 심각해질지 모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협력자들’(창세 2,4-7 참조)로서 지금 이 세상을 지키고자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오늘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파괴적인 결과를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들의 미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즉각적인 이익과 수익만이 아니라 미래의 선익을 생각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먹고 여행하며 소비하고 투자하며 살아가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세대의 잘못을 참회합니다. 하느님의 약속에 더더욱 맞갖은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헌신적인 기도와 행동으로 온 세상의 젊은 세대들과 함께합니다.
협력의 의무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체계는 무너졌고, 우리는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돈을 쓰고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이 모든 이에게 유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건, 환경, 식량, 경제, 사회 등 모두 깊이 연결되어 있는 일련의 위기들에 빠져 있고, 나약하고 불안한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위기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 선택안을 내놓습니다. 우리는 근시안적 안목과 투기적 이익 추구로 이러한 위기들에 대처하거나 아니면 이러한 위기들을 대화와 변화의 기회로 붙잡아야 하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인류를 가족으로 여기고 공동선에 기반한 미래를 향하여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아주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모든 이가 번영하는 삶을 위한 전망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사랑과 정의와 자비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더욱 공정하고 충만한 사회를 향하여 가장 힘없는 이들을 중심에 두고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개인적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방식에 책임져야 합니다. 이러한 길은, 모든 교회가 피조물 보호를 위한 노력에 더욱 밀접하게 협력하도록 요구합니다. 공동체, 교회, 도시, 국가로서 우리는 함께 경로를 바꾸어야 하고, 민족들 사이에 존재하는 오래된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원 쟁취를 위한 경쟁을 그만두며 협력을 시작하도록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행정을 이끌거나 기업을 운영하거나 사람을 채용하거나 자금을 투자하는 등 더욱 큰 책임을 지닌 이들에게 말합니다. 사람 중심의 이익을 선택하십시오. 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하십시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로 바꾸어 내는 지도자들이 되십시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십니다”(루카 12,48).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 세 사람은 환경 지속 가능성의 시급함, 그 문제가 가난의 굴레에 미치는 영향, 세계적 협력의 중요성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우리 공동체들을 대표하여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인, 모든 믿는 이와 선의를 지닌 모든 이의 마음과 정신에 진심으로 함께 호소합니다. 우리 지구와 모든 이를 위한 미래를 결정하고자 글래스고에 모일 우리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우리는 다음 성경 말씀을 다시 한번 상기합니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9). 생명을 선택하는 것은 희생하고 자기 절제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누구든 그리고 어디에 있든 우리는 모두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라는 전례 없는 위협에 대한 우리 공동의 대응을 바꾸는 데에 한몫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피조물을 돌보는 것은 헌신적인 응답을 요구하는 영적인 임무입니다. 지금은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우리 자녀들의 미래와 우리 공동의 집의 미래가 지금 이 순간에 달려 있습니다.
2021년 9월 1일
프란치스코 교황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