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미사] 성 베드로 대성전, 유흥식 대주교 강론 |
2021/08/25 10:50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미사 강론
2021년 8월 21일(토) 15:30,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
성 김대건 신부님, 고맙습니다!
에제 34,11-26
요한 10,11-16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반갑습니다.
로마의 무더위 속에 이처럼 함께 모여 미사를 봉헌할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윤허해 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성 베드로 대성전의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님(Card. Mauro Gambetti)께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200년 전 바로 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충청도 내포지방 시골 작은 마을 솔뫼에서 탄생하셨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가정은 4대에 걸쳐 3분의 성인, 2분의 복자, 6분의 순교자를 배출한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특별한 가정입니다.
평신도를 통하여 복음이 전해진 초기 한국교회는 신앙 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꿈꾸며 방인 사제를 갈망하였습니다. 프랑스 선교사이셨던 모방 신부님은 1836년에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세 신학생을 마카오로 파견하였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1845년 8월 17일 상하이 김가항 성당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첫 번째로 사제품을 받으셨습니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사목 활동을 하시다 체포되셨고,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목숨을 바쳐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하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순교하신 지 79년이 되던 1925년 7월 5일 바로 이곳 베드로 대성전에서 다른 순교자들 78위와 함께 한국 순교복자로 시복되셨습니다. 1968년에 24위 시복식이 있었고, 1984년 5월 6일 여의도 광장에서 우리의 장한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102위 한국 순교복자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성인품에 올리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지난 2014년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한국 교회를 사목 방문하셨습니다. 솔뫼 성지와 해미 성지에서 아시아의 젊은이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교황님의 은혜로운 방문 후에 교황님께서 남겨주신 말씀과 만나는 이와 눈높이를 맞추시는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 신앙 선조들은 차별이 엄격하던 신분 사회에서도 믿음과 생활이 일치하였던 복음적인 삶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평등사상을 실천하였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께서 25년 26일이라는 짧은 지상의 삶을 통하여 인간의 참된 삶의 가치를 보여 주셨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며, 모든 이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였습니다. 엄격한 유교적 신분사회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사상,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한마디로 믿음과 삶이 일치하였습니다.
국제연합의 유네스코(UNESCO)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이런 삶을 온 인류가 기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성 김대건 신부님을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함을 깊게 받아들였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을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함을 한국 천주교회의 새로운 은혜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기 위하여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선포하였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쇄국정책과 엄격한 신분 질서 아래에 있던 조선 시대에 보편적 인류애와 만민평등 사상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애덕을 실천하고 또 전파하신 업적을 기리고, 본받기 위함이었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은총의 시기로 꾸미는 삶을 살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을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던 코로나19의 창궐로 온 인류가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세상이 점점 단절되고 이기주의와 차별이 심해져 가는 위기의 시대에 맞은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은총과 함께 중대한 사명을 새롭게 전해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장되어 큰 어려움을 주는 고통스러운 시기에 인류의 착한 목자요 본당 신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계십니다. 교황님께서는 사회 회칙 “Fratelli tutti”(모든 형제들: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통하여 코로나19 전염병을 이겨내는 방법과 코로나19 후에 교회가 새롭게 나아갈 모습과 인류가 더불어서 함께 사는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형제애의 실현으로 교회가 쇄신되고 사회적 우애를 통해 인류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해답의 길임을 제시하셨습니다. 바로 형제애가 치료약입니다. 코로나19가 국경도 그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이에게 퍼져나간다면 이를 극복할 치료약 또한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형제애여야만 합니다. 형제애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병든 세상을 위한 유일한 해독제입니다. 형제애는 코로나19 전염병에서 벗어나고, 사회악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모든 형제들』 67항에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오직 착한 사마리아인을 닮는 길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만나 초주검의 상태로 길에 쓰러져 있는 이가 어느 민족이고, 어떤 종교를 믿고, 어떤 신분인지를 묻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 이웃이 되어주었습니다(루카 10,29-37 참고). 이처럼 “우리를 고립시키고 분열시키는 사슬들을 끊고 그곳에 다리를 건설하는 사랑”(『모든 형제들』 62항)이야말로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한 진정한 치료제인 형제애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 믿음과 삶이 일치하셨던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본받기 위하여 지난해 11월에 대전교구에서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3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주교님들은 백신 나눔 운동을 전국적으로 모든 교구에서 실시하자고 결의하셨습니다. 한국의 모든 교구에서 백신 나눔 운동을 펴고 있고, 지금까지 미화 5백만 달러가 넘는 돈이 모금되어 교황님을 통하여 가난한 이들의 백신 접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백신 나눔 운동은 성 김대건 신부님의 희년을 맞아 믿음과 삶이 하나 되는 참 신앙인이 되는 회심 운동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우리는 아직도 6.25 전쟁으로 부모형제자매가 갈라져 70년을 넘게 살고 있습니다. 가족이 나누어져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70년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여 함께 살 수 있는 시간이 앞당겨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드립시다. 우리 모두 성 김대건 신부님과 자랑스런 신앙의 선조들인 순교자들의 믿음과 삶을 본받을 때 가능해집니다. 특별히 남북 통신선이 복구되었다가 멈추는 등 남과 북, 북미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 관계에서 유연한 모습을 취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이 보이는 듯합니다. 이런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하셔서 남북과 북미 등 새로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립시다. 특별히 성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의 자랑스런 순교자들의 전구를 청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우리가 사는 지구 위에 많은 어려움이 매일 새롭게 닥치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지진, 아프카니스탄의 폭력과 미얀마의 군부 독재 등 어려운 소식들입니다. 또한, 코로나19는 아직도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치료약은 “형제애”입니다. “형제애”를 통해서만 더 나은 아름다운 교회, 더불어 사는 인류를 이룰 수 있습니다. 특별히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를 실행에 옮기면서 “더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