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강론]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추모 미사 강론 |
2023/01/09 9:26 |
故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추모 미사
(2023년 1월 7일 오후 4시, 명동 대성당)
이용훈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시간 우리는 이 시대의 큰 스승이시며, 보편 교회의 목자시요 베드로의 후계자이신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를 추모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온 백성의 간절한 기도 속에 지난 2022년 12월 31일 하느님의 품에 평온하게 안기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05년에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사도좌에 즉위하셨으며, 재위 8년 동안 교회 내외의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가며 무거운 십자가를 어깨에 지시고 지상의 순례하는 교회와 백성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이신 주님을 따라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 맡기시며, 굳은 믿음 안에서 영원한 희망을 바라보며 사랑의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가 불안하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가슴앓이 할 때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들으면 마치 앞 못 보던 사람이 눈이 뜨듯 경이로운 주님 섭리의 손길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선종은 우리에게 깊은 슬픔으로 다가오며, 그분의 빈자리가 자못 클 수밖에 없습니다.
2006년 8월 29일 작성되었으나 이번 교황님의 선종과 함께 알려진 유언은 남아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유언을 통해 우리 모두가 “믿음 안에서 굳건히 서 있기”를 원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회칙「희망으로 구원된 우리」에서 “믿음은 단순히 아직 전혀 존재하지 않지만 앞으로 올 것에 대한 개인적인 지향이 아닙니다. … 신앙은 미래를 현재로 이끕니다. 미래가 더 이상 단순한 ‘아직 오지 않은’ 무엇이 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이러한 미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현재를 바꿉니다.”(7항 참조)라는 깊은 울림을 주셨습니다. 물질주의와 세속화의 경향이 만연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믿음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믿음을 통해 이 세상은 사랑과 평화의 땅으로 바뀔 것입니다. 누구도 미래를 앞당겨 살아 볼 수 없으나, 우리의 믿음은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으로 바꿉니다. 우리에게 보편적 진리와 올바름, 곧 세속화에 빠지지 말라는 흔들림 없는 가르침을 주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선종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교황님께서 천상 아버지의 집에서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우리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 주실 것을 알기에 우리는 큰 위로를 받습니다.
2007년 사도좌 정기 방문에 참석하신 우리 주교님들께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한국 주교단에게 사랑과 진리 안에 머무르라는 요한 복음사가의 권고를 여러 차례 강조하시며, 물질주의의 유혹과 세속적 분위기에 젖어들기 쉬운 하느님의 백성을 잘 이끌어 교회의 신비와 보살핌 안에 머물도록 초대하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친교와 참여를 통해 공동의 사명을 실천해야 하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교회에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은 수행해야 할 우리의 소명을 분명하게 알려 주고 계십니다.
또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독일의 분단상황을 경험하셨기에, 자부적인 마음으로 한국과 한국의 국민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이셨습니다. 한국 순교자들의 탁월한 증거와 그리스도와 교회에 충실한 신앙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한국 교회를 사랑하셨으며,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시면서 남북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등 한반도 여러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07년 ‘분단으로 인해 오래 고통받고 마음 아파하는 한국 국민들과 영적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친서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한국 주교단은 남북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의 복음화를 위한 역할과 몫이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황님께서는 2008년 경기도 이천 화재 참사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시며 모든 참사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시며, 자애심 깊은 부성애를 보여 주셨습니다.
지난 2013년 오랜 숙고와 성찰 끝에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베드로 직무를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시고, 당신은 아버지 집으로 가시는 마지막 여정을 시작하셨습니다. 성령께서는 교회를 이끌고 계시기에 성령께 대한 우리의 믿음은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용기와 지혜를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화답송을 통해 시편 저자는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라고 노래합니다. 한평생 은총과 자애로 우리 삶을 돌보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당신의 집에 초대하시고, 영원히 주님 집에 살도록 안배하셨다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은 주님만을 믿고 그분께 의탁한 삶을 사신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께 그대로 들어맞고 있습니다. 이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하느님 곁에서 우리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를 바쳐주실 것입니다. 천국으로 거처를 옮기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오소서.
주님의 천사들이여, 마주 오소서.
이 영혼을 받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 바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