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추도사]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추모 미사 추도사(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대주교) |
2023/01/09 9:28 |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추모 미사 추도사
2023년 1월 7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 대성당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의 선종 소식은 우리 마음에 슬픔과 고마움을 불러일으킵니다.
가톨릭 교회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수행하신 보배로운 직무에 감사드립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전문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내어놓으신 이 뛰어난 신학자께서는 당신의 긴 생애 동안 끊임없이 영향력을 발휘한 신앙의 교사가 되셨습니다. 사제, 대학 교수, 신학자, 대주교 그리고 추기경으로서 그분의 목소리는 참된 이해의 깊이를 더하면서, 우리 모두를 진리와 하느님 신비에 대한 더욱 심오한 사랑으로 이끌었습니다.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남긴 학식의 풍요로움을 더욱 깊이 탐구하려면 긴 세월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제2 개인 비서로 5년간 그분께 봉사하는 영광을 누렸기 때문에, 많은 모습이 제 마음 안으로 다시 밀려 들어옵니다. 제가 직접 뵈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아버지셨고, 관심과 자애가 가득하셨고, 지혜로우셨으며 지극히 겸손하셨습니다. 요셉 성인이 신실한 순명으로 성가정을 돌보았던 것처럼 요제프 라칭거 또한, 특히 교황으로 봉사할 때 신실한 순명으로 교회를 돌보았습니다.
2013년, 로마 주교로서의 책무를 사임하겠다는 자유로운 결정을 발표하며 세상을 얼마나 놀라게 했었는지 우리는 모두 기억합니다. 2013년 2월 11일, 교황님께서는 일어서시어 다음과 같이 선언하셨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거듭거듭 제 양심을 성찰하면서, 저는 고령으로 더 이상 베드로 직무를 수행하기에 맞갖은 힘이 없다는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놀랍도록 용감한 이 행동으로, 교황님께서는 겸손과 교회를 향한 사랑에 관한 당신의 가르침을 지속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를 어우르는 보편 교회 최고 목자인 당신께 쇄도하는 요청들과, 그러한 엄청난 임무들에 대한 당신의 육체적 한계를 알고 계셨습니다. 퇴임한 다음에도 교황님께서는 기도와 연구에 매진하는 고요한 삶을 보내시면서, 계속되는 당신의 유산을 통하여 우리가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가르치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남기신 많은 책과 연설과 강론은 후대에도 끊임없는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 모든 저작은 우리 시대에는 물론 미래에도 반드시 필요한 심오한 학식과 성찰을 보여 줍니다. 주님과의 친밀한 삶을 통하여 배운 것을 나누셨던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참 예언자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13년 2월 27일, 구름 같은 인파로 채워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수요 일반 알현에서 다음과 같은 위안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벗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당신 교회를 이끌어 주시고 언제나 한결같이, 특히 어려움에 놓인 때일수록 교회를 지켜 주십니다. 교회가 걸어가는 여정과 세상이 걸어가는 여정을 바라보는 참다운 길인 이 믿음의 전망을 결코 잃지 맙시다. 주님께서 우리 곁에 계신다는 기쁨의 확신을 우리 마음속에, 여러분 저마다의 마음속에 늘 간직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가까이에 머무르십니다. 주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 주십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영적 유언은 이러한 말로 끝납니다. “저는 겸손되이 청합니다. 저의 온갖 죄와 허물에도, 주님께서 저를 영원한 집에 반가이 맞아들여 주실 수 있도록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저의 돌봄에 맡겨진 모든 이를 위하여 저는 날마다 온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분을 여읜 슬픔에 잠겨 있지만, 그럼에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과 그분의 교황 직무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시다. 주님, 저희가 다 함께 간절히 청하오니,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주한 교황대사
+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