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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학대는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일...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합니다
   2022/02/14  13:21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Vatican Media)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뮌헨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미사 중 반복하는 “저의 큰 탓이옵니다(mea maxima culpa)”라는 표현에서 영감을 받아 성직자들의 미성년자 성 학대 문제에 대해 말했다. “우리가 이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그에 걸맞은 필수적인 결단력과 책임감으로 이에 맞서지 못할 때마다 우리도 이 중대한 잘못에 말려들게 됩니다.”

 



Vatican News / 번역 이창욱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5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대교구장을 지냈던 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의 성 학대 범죄 조사의 보고와 관련해 직접적이고 개인적으로 개입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여러 곳에서 발생한 학대와 잘못에 대한 고통”을 표명하는 한편, 개인 “고백”을 아우르는 참회의 문장으로 서한을 써서 입장을 밝혔다.

 

서한의 전반부에서 전임교황은 보고서 발표 직후 “양심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친밀함을 표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문서를 검토하고 조사위원회에 보낼 답변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력했던 사람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전혀 의도치 않게 벌어진 실수에 대해 사과했다. 이는 지난 1980년 1월 15일 회의 참석과 관련된 것으로, 당시 회의에서 치료를 요하는 한 사제를 교구로 받아들이는 결정이 이뤄졌다. 아울러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게 개인적으로 표명한 신뢰, 지지, 기도에 특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한의 후반부에서 전임교황은 교회가 매일 모든 미사 예식의 중심에 “우리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는 살아 계신 하느님께 우리의 잘못, 우리의 큰 탓(grandissima colpa)을 용서해 주시기를 공개적으로 간청합니다.”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큰(grandissima)’이라는 단어가 날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혹시 오늘도 저의 큰 탓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매일 묻게 됩니다. 이를 통해, 오늘 제 잘못이 아무리 크더라도 주님께 진심으로 나를 맡겨드리고 진정으로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 주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신다고 위안의 말씀을 해 주십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성직자들에 의한 성 학대 피해자들과 만나 얼굴을 맞대고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만남에서, 특히 여러 사도 순방 여정 동안 저는 사제들에 의한 성 학대 피해자들과 만나면서 가장 중대한 잘못(grandissima colpa)의 결과를 직접 마주해야 했고, 아울러 우리가 이를 소홀히 하거나 그에 걸맞은 필수적인 결단력과 책임감으로 이에 맞서지 못할 때마다 우리도 이 중대한 잘못(grandissima colpa)에 말려든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전임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그러한 만남에서와 마찬가지로 저는 성 학대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수치심과 큰 슬픔을 표하고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저는 가톨릭 교회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았습니다. 저의 재임 기간 동안 여러 곳에서 발생한 학대와 잘못에 대한 저의 고통은 더 큽니다. 각각의 성 학대 사건은 끔찍하고 돌이킬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께 깊은 연민을 표하며 이 모든 사건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임교황은 “그리스도께서 올리브산에서 느끼셨던 반감과 두려움을 점점 더 이해하고 있다”며 “그때 그분께서는 거기서 내적으로 견디셔야 할 온갖 끔찍한 일들을 보셨다”고 말했다. “그 순간 제자들이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도 다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나타내며, 저 역시 그러한 상황에 응답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주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으며, 모든 천사와 성인들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이 저를 위해 우리 주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고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임교황은 “조만간 나는 내 인생의 마지막 심판관 앞에 서게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서한을 마무리했다. “저의 긴 인생을 돌이켜볼 때 두렵고 떨리는 이유가 차고 넘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기쁨의 환호를 올립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공정한 심판관이시기에, 또한 저의 부족함으로 이미 고통을 받으신 벗이자 형제이신 주님께서 저의 변호인(파라클리토)이심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심판의 시간에서 바라보면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에 대한 은총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저에게 앎, 더 나아가 제 인생의 심판관과 나눌 수 있는 우정을 선사하고, 또한 죽음의 어두운 문을 용감하게 거쳐갈 수 있게 해 줍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서한과 더불어 스테판 뮈클, 헬무트 프리, 스테판 코르타, 카르스텐 브레네케 등 4명의 법률 전문가들이 작성한 3쪽 분량의 짧은 별첨 문서도 공개됐다. 이들은 조사위원회의 질문서에 대한 82쪽 분량의 답변서 초안을 마련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뮌헨 성 학대 보고서에 첨부된 그 답변서는 논란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그 답변서에는 당시 성 학대 가해 사제를 교구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 회의에 당시 대교구장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본명) 추기경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명시하는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새로운 답변서에서 라칭거 추기경이 뮌헨에서 치료를 요하는 사제의 이적을 승인했을 때 그 사제가 학대자였던 사실을 몰랐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1980년 1월 회의에선 그 사제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언급되지도 않았고, 사목활동에 투입하기로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문서들은 라칭거 추기경이 말한 내용을 확인해 준다.

 

라칭거 추기경이 처음에 부인했던 사안과 관련해 회의 참석 여부에 관한 오류의 이유도 상세히 설명돼 있다. 곧, 그 회의록을 저장, 인쇄, 복사하는 기능 없이 전산상으로만 열람할 수 있게 한 사람은 뮈클 교수뿐이었다. 이후 처리과정에서 코르타 박사는 1980년 1월 15일 회의에 라칭거 추기경이 불참했다고 무심코 생각하고 전사 오류를 범했다. 그러므로 허위 증언이나 “거짓말”로 비춰질 수 있는 이러한 전사 오류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이미 2010년의 여러 언론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라칭거 추기경이 그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부인된 바 없으며, 또한 전임교황 스스로도 독일 언론인 겸 저술가 페터 제발트가 2020년 펴낸 자신의 전기를 통해 회의에 참석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를 분석한 사례 중 어느 경우에도 라칭거 추기경이 성직자들에 의한 성 학대나 성 학대 의혹을 인지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한다. 문서는 반대 입장에 관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다며, 실제로 기자회견 도중 이 사안을 다룬 특정 질문과 관련해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던 같은 변호사들은 라칭거 추기경이 알았을 것이라 추측했으나 이러한 주장이 증언이나 문서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답변하고 있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전임교황을 대신해 작성한 답변서에서, 그 사제의 노출증 행동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노출증 환자의 행동을 축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명시적으로 규탄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노출증을 축소하기 위한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사용된 문구는 맥락에서 벗어나 있다.” 이 답변서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노출증을 포함한 성 학대가 “끔찍하고” “죄질이 나쁘며”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하고” “회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당시 시행된 법률에 따라 노출증은 “교회법에 따른 범죄가 아니”며 “관련 형법에 이러한 유형의 행동이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만 상기돼 있다. 

 

전임교황의 책임하에 있는 네 협조자들의 서명이 담긴 별첨 문서는 라칭거 추기경의 생각과 마음에서 우러나온 내용임은 물론 그의 협조자들의 조사 결과를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뮌헨에서 짧게 대교구장을 지내는 동안 사제들이 저지른 성 학대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겸손하고 심오한 그리스도인의 용어로 용서를 구하는 부분은, 성 학대라는 “가장 중대한 잘못(grandissima colpa)”과 재임 중 발생한 오류에 관한 것이다. 

 

원문 :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2-02/lettera-benedetto-xvi-abusi-monaco-perdon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