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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 “전쟁을 멈추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승리하도록 합시다”
   2022/05/03  10:54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17일 주님 부활 대축일 전 세계를 향한 전통적인 부활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오랜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거나 사회적 긴장과 끔찍한 인도적 위기를 겪는 나라들을 기억했다. 아울러 평화가 “모든 이의 일차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정숙

 

“우리 삶, 우리 가정, 우리 나라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오도록 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17일 부활 메시지와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교황 강복을 통해 이 같이 호소했다. 교황 문장을 담은 휘장이 미풍에 흔들리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중앙 ‘강복의 발코니(Loggia delle Benedizioni)’에서 교황은 수많은 신자들로 붐비는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황의 곁에는 레나토 라파엘레 마르티노(Renato Raffaele Martino) 추기경과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임시 장관 마이클 체르니(Michael Czerny) 추기경이 함께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인접국으로 두 차례 파견된 체르니 추기경은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교회의 친밀함을 보여주고자 난민들을 환대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교황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인사하신 대로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참조)라는 말씀으로 인사하면서도 올해는 “전쟁의 부활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피와 폭력을 목격해 왔습니다. (…) 우리는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것과 참으로 죽음을 이기셨음을 믿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교황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이 끝없는 사순시기처럼 보일지라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며 “참으로 부활하셨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생각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암시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수십 년 동안 분쟁으로 얼룩진 나라들, 끔찍한 인도적 위기나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교황은 2년에 걸친 코로나19 대유행의 결과도 생각하고 있다.  

 

“터널에서 빠져나와 함께 손을 잡고 우리의 힘과 자원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 하지만 아직도 우리 안에는 예수님의 영이 없습니다. 아벨을 형제가 아닌 경쟁자로 보고 제거할 방법만 궁리하는 카인의 영이 여전히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에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부활하신 주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사랑의 승리를 믿고 화해를 바랄 수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있기를
교황의 목소리가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 퍼진다. 이날 광장은 네덜란드 플로리스트와 슬로베니아 나클로 시의 생명공학 플로리스트 학과 교수들이 제공하고 바티칸 정원사들의 협력으로 마련한 4만 송이의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었다. 교황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 난 상처는 우리를 위해 사랑의 무기로 싸워 이기신 투쟁의 표징”이라며 “이는 우리가 평화를 되찾고, 평화 안에 머물고, 평화롭게 지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언급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깃들길 기원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이 잔인하고 무의미한 전쟁에 끌려 들어가 폭력과 파괴로 가혹하게 고통받으며 극심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고통과 죽음의 이 끔찍한 밤, 희망의 새 여명이 하루빨리 밝아오길 바랍니다! 평화를 선택하십시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힘을 과시하지 마십시오.”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서 바라본 성 베드로 광장

 

교황이 마음에 품고 있는 난민, 실향민, 노인과 어린이
교황은 모든 이가 평화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국가 지도자들이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는 수많은 우크라이나 희생자, 수백만 명의 난민과 국내 실향민, 이산가족, 홀로 남겨진 노인, 산산조각 난 삶과 피폐해진 도시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쟁을 피해 달아난 고아들의 눈을 봅니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과 세상에서 고통받는 또 다른 많은 어린이의 고통의 외침을 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굶주림이나 치료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 학대와 폭력으로 희생되는 아이들, 태어날 권리조차 거부당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강복의 발코니

 

사랑이 이기심과 개인주의를 극복하길 바랍니다
교황은 현재 일어나는 일을 슬퍼하면서도 “유럽 전역에서 이주민과 피란민을 환대하기 위해 수많은 가정과 공동체의 문이 열리는 등 고무적인 조짐도 보인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이러한 수많은 애덕의 행위가 때로는 너무 많은 이기심과 개인주의로 타락한 우리 사회를 위한 축복이 되고, 모든 이를 환영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또 다른 긴장, 고통, 아픔의 상황”에 대한 배려도 희망했다. 

 

중동과 예루살렘이 형제애로 살아가길
교황은 기도를 가장 필요로 하는 나라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바티칸 미디어는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외에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도 해설을 제공하며 교황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년간 분열과 갈등으로 시달리는 중동에 평화가 있길 빕니다. 이 영광스러운 날에 예루살렘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평화를 구합시다. 그리스도인, 유다인, 무슬림을 위해서도 평화를 청합시다. 이스라엘인, 팔레스타인인과 성지의 모든 주민이 순례자들과 함께 평화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형제애로 살면서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거룩한 장소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길 바랍니다.” 

 


부활 메시지를 전하는 교황

 

긴장과 폭력으로 분열된 나라와 아프리카 전체를 위한 평화
교황은 계속해서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국민들을 기억했다. “리비아가 수년 간의 긴장 끝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끊임없는 희생자들과 함께 모두에게 잊힌 내전으로 고통받는 예멘에도 평화가 찾아오길 빕니다.” 아울러 “최근 체결된 예멘의 휴전협정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되찾게 해 주길” 기원했다. 이어 “증오와 폭력의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와, 위험한 사회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고 끔찍한 인도적 위기가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기도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 다음 교황은 아프리카 대륙으로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희생자를 양산하는 착취, 특히 사헬 지역의 테러 공격으로 인한 출혈이 멈추고 민중의 형제애에서 구체적인 지원을 찾을 수 있기를 빕니다. 심각한 인도적 위기로 고통받는 에티오피아가 대화와 화해의 길을 되찾을 수 있길, 또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폭력이 종식되길 빕니다. 엄청난 홍수로 피해를 입은 남아프리카 동부지역 주민들을 위한 기도와 연대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문제
끝으로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범죄, 폭력, 부패, 마약 밀매 등”으로 사회 상황이 일부 악화된 중남미를 위해 기도했다. 또한 캐나다 가톨릭 교회와 원주민의 화해를 위해 기도했다.

 


꽃장식으로 꾸며낸 성 베드로 광장

 

평화, 모든 이의 일차적 책임
교황은 부활 메시지를 마치면서 다시 한번 전쟁을 언급했다. “모든 전쟁은 눈물에서 피란민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경제 및 식량위기에 이르기까지 온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교황은 그럼에도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는 예수님을 바라보자고 격려했다. 

 

“죄, 두려움, 죽음의 승리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계속되는 전쟁의 징조는 물론 삶에 대한 수많은 고통스러운 좌절 앞에서도 악과 폭력에 굴복하지 말라고 재촉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평화가 승리하도록 합시다! 평화는 가능합니다. 평화는 의무입니다. 평화는 모든 이의 일차적 책임입니다!”

 

이후 마르티노 추기경이 전통적인 조건에 따른 교황의 강복과 전대사를 선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엄 기도문으로 기도하며 모든 이의 죄를 사했다. 이어 십자성호를 긋기 전 잠시 침묵한 다음 라틴어로 사죄경을 바쳤다. “참되고 열매 맺는 회개, 항상 회개하는 마음과 삶의 회심, 성령의 은총과 권고, 끊임없는 선행의 인내로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풀어주시고, 사해주시길 청하나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강복의 발코니 꽃장식

 

교황의 부활절 메시지에 앞서 바티칸 헌병대 악단의 교황 찬가와 카라비니에리 군(이탈리아 헌병대)의 이탈리아 국가가 연주됐다. 제복을 입은 스위스 근위대와 이탈리아 군대의 대표단은 성 베드로 대성전 앞에서 줄지어 서 있다가 교황의 부활 강복 행사가 끝날 때 교황에게 경의를 표했다. 

 

원문 :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2-04/papa-francesco-urbi-et-orbi-pasqua-pace-guerra-ucraina-risort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