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황 “군비 지출 줄이고 인도주의 지원 늘립시다” |
2023/08/28 13:33 |
튀르키예와 키프로스 지진 피해자를 위한 인도주의 지원 (ANSA)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9일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교황 ‘엑스’(X, 트위터의 새 명칭) 계정(@Pontifex)을 통해 전쟁이나 자연재해 때문에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 1억3000만 명의 사람들을 지원하는 문화를 장려하고자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도주의 활동가와 관련된 사건 사고는 2003년 이래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평균 약 450명이 사망, 부상 또는 납치되고 있다.
Antonella Palermo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9일 유엔이 정한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교황 ‘엑스’(X, 트위터의 새 명칭) 계정(@Pontifex)을 통해 군비 지출을 줄이고 인도주의 지원을 확대하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사회적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한편, 국제기구의 ‘주력사업’이 무기가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리가 책임을 지고 인류의 마음에서 증오와 폭력을 뿌리뽑아야 합니다. 인도주의적 필요가 충족되고 죽음의 도구가 생명의 도구로 바뀔 수 있도록 무기를 내려놓고 군비 지출을 줄일 수 있게 합시다.”
“눈앞에 어떤 일이 닥쳐도”(No Matter What)
식량, 식수, 쉼터, 교육, 보건, 영양, 보호. 인도주의 단체는 취약하고 위험한 상황, 심지어 비참을 경험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러한 것들을 제공한다. 2008년 유엔 총회에서 제정된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전 세계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는 날이다. 공식 누리집에 명시된 바와 같이 올해 표어는 “누구든, 어디에 있든, 눈앞에 어떤 일이 닥쳐도”이다. 눈앞에 어떤 일이 닥쳐도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자신만의 사명을 이어간다. 오늘날 전쟁이나 자연재해 때문에 인도주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1억3000만 명 이상이다.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위험과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인류애, 공평성, 중립성, 독립성을 바탕으로 재난이 발생한 지역과 분쟁의 최선선에 뛰어들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구하고 보호한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이러한 활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며 일반인에게 인도주의 활동을 촉구하기 위해 지정됐다. 그럼에도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상황은 점점 더 험난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이래로 인도주의 활동가가 연루된 사건의 수는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매년 평균 약 450명의 인도주의 활동가가 사망, 부상 또는 납치되고 있다.
“매년 평균 450명의 인도주의 활동가가 사망, 부상 또는 납치됩니다.”
바그다드 캐널 호텔 테러공격 20년 후
“오만과 무관심, 타인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시작된 전쟁이 얼마나 많은지요?” 세르지우 비에이라 지 멜루 이라크 주재 유엔 특별대사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03년 유엔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이라크 바그다드 캐널 호텔을 초토화시킨 폭탄 테러의 희생자 22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사건은 중립적인 국제 인도주의 기구가 사상 처음으로 테러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테러 사건이 8월 19일 발생했으므로 이날을 상징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세계 인도주의의 날로 정했다. 동시에 이날은 인도주의 활동의 중단을 야기한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끔찍한 테러 행위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사명을 꺼뜨리지 않고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의미로 가득 채웠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이는 현지사회에 속해 살아가면서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증언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유엔 “수백만 명에 대한 원조를 줄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세계 인도주의의 날 메시지를 통해 오늘날 전 세계 인도주의 활동이 20년 전보다 10배 늘어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전 세계 인도주의 활동은 69개국 2억5000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한 수백만 명에 대한 원조를 줄여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지난 20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증가했다면서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 △국제 인도주의 및 인권법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고의적인 공격과 허위 정보 캠페인 등을 나열하며 “인도주의 자체가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역설적으로 전 세계 인도주의 공동체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자국에서 활동하는 현지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인명을 구하고 보호하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재난 피해 지역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거나 분쟁의 최전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카리타스, 복잡하고 장기적인 위기에 대응
국제 카리타스 사무총장 알리스테어 더튼은 “오늘날 우리 세상은 불평등 심화, 분쟁 증가, 기후 비상사태라는 세 가지 주요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해지는 비상사태와 점점 더 장기화되는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봉사하고 그들의 인도주의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자기 안전을 기꺼이 ??희생합니다.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재난이 발생하기 전, 재난이 벌어지는 동안, 그리고 재난 발생 이후에도 오랫동안 함께합니다.” 더튼 사무총장은 “우리가 섬기는 이들은 단순히 인도주의 지원의 수혜자가 아니라 우리 활동의 중심에 있다”며 “물질적, 사회적, 심리적, 영적 필요를 고려하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모든 지원이 전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나 시리아처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납치된 상황 혹은 집이 파괴되고 그들 자신도 실향민이 된 상황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시리아와 튀르키예 지진 이후 많은 튀르키예 카리타스 아나톨리아 직원들은 차에서 잠을 청해야 했음에도 구호품 지원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튼 사무총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헌신이 수많은 위기, 2000만 명 이상이 기아 위험에 처해있는 에티오피아처럼 잊힌 위기, 극심한 빈곤, 국제사회의 관심 부족과 충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번역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