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 “평화는 무기가 아니라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 때 이뤄집니다” |
2024/04/11 15:40 |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31일 주님 부활 대축일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만이 인류 여정에서 전쟁과 인도주의 위기의 돌을 굴려 생명의 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의 희생자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가자지구에서 인질 교환과 휴전을 촉구했다. 아울러 시리아, 레바논, 아이티, 로힝야족과 곤경에 처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생명의 선물이 인간에 의해 얼마나 경시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개탄했다.
Michele Raviart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날에도 예수님의 무덤을 막고 있던 큰 돌처럼 수많은 육중한 돌들이 인류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는 전쟁의 돌이, 가자지구와 아이티, 미얀마의 로힝야족에게는 인도주의 위기의 돌이, 이주민과 어린이에게는 인권 침해와 인신매매라는 돌이 인류의 희망을 가로막는다. 열려 있고 텅 빈 예수님의 무덤 앞에서 여인들의 놀라움을 되새기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서 약 6만 명의 신자들 앞에서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을 통해 오직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생명의 길을 막고 있는 돌들을 굴리실 수 있으며”, “세계에 만연한 전쟁으로 우리가 계속 닫고 있는” 생명의 문을 우리 앞에 열어주신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오직 하느님만이 죽음 한가운데서 생명의 길, 전쟁 한가운데서 평화의 길, 증오 한가운데서 화해의 길, 적대감 한가운데서 형제애의 길을 열어주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느님의 용서 없이는 그 돌을 옮길 수 없다”며, 하느님만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눈에 담긴 고통
교황은 예루살렘과 이스라엘 성지의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기억하는 한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지의 고통받는 이들에게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길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청하며 세계 여러 분쟁 희생자들을 생각했다. 아울러 국제법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적으로’ 모든 포로를 맞교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 보장되길 다시금 호소합니다. 또한 지난 10월 7일 납치된 인질들의 즉각적인 석방과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다시금 촉구합니다.”
“현재의 적대행위가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계속 미치지 않게 합시다. 아이들의 눈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보게 되는지요? 전쟁 중인 그 땅의 아이들은 미소를 잃었습니다. 아이들이 그 눈으로 우리에게 묻습니다. 왜 이래야 하냐고요.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냐고요. 전쟁은 언제나 터무니없는 일이며 패배만 남깁니다! 유럽과 지중해에 전쟁의 거센 바람이 불지 않도록 합시다. 무기와 재무장의 논리에 굴복하지 맙시다. 평화는 결코 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 때 이뤄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곤경에 처한 세상을 잊지 맙시다
교황은 “13년 동안 길고 파괴적인 전쟁의 결과로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곤경에 빠진 지역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들, 수많은 실종자들, 수많은 빈곤과 파괴가 국제사회를 포함한 모든 이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스라엘과의 남쪽 국경에서 벌어진 적대행위로 인해 심각한 제도적,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 처한 레바논의 상황을 언급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사랑하는 레바논 사람들을 위로하시고, 만남과 공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땅이 되고자 하는 레바논 전체의 소명을 지켜주시길 빕니다.”
교황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이후 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도 기억했다.
“이들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대화를 지속하고, 실향민들을 도우며, 다양한 종교의 예배 장소를 존중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최종적인 평화협정에 도달할 수 있길 빕니다.”
교황은 유럽 통합을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서부 발칸반도 지역을 언급했다.
“민족적, 문화적, 종교적 차이가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유럽 전체와 전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원천이 되길 빕니다.”
모든 형태의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
교황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폭력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 아프리카의 광활한 땅에서 기근과 기아를 초래하는 장기간의 가뭄에 시달리는 이들, 식량불안과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주시고 모든 형태의 테러 희생자들에게 위로를 주시길 청했다.
“목숨을 잃은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며,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회개와 회심을 간구합시다.”
교황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아이티 사람들을 도우시어 “아이티에서 폭력과 파괴, 유혈사태가 조속히 종식되고 민주주의와 형제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했다. 아울러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로 고통받는 로힝야족에게 위로를 달라고 청하고, 수년간의 내전으로 분열된 미얀마에 화해의 길을 열어주시어 모든 폭력의 논리가 완전히 사라지길 기도했다. 또한 수단과 사헬지역 전체,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지역, 콩고민주공화국, 모잠비크의 카부델가두 지역에서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길 청했다. 교황은 그리스도께서 이주민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당신의 빛을 비추시어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찾아가는 가정들을 도울 수 있도록 선량한 모든 이가 연대에 나설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이 열린 성 베드로 광장
생명이라는 선물을 경시하는 인류
교황은 부활절을 맞아 성자의 부활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선물을 기뻐하고 우리 각자를 위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기억하자고 초대했다. “그런데도 생명의 선물이 인간에 의해 얼마나 경시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태아가 빛도 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필수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지요? 얼마나 많은 생명이 인신매매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는지요?”
끝으로 교황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죽음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신 날”에 “정치 지도자들”이 인신매매라는 재앙에 맞서 싸우며 “착취의 네트워크를 해체하고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기 위해 끊임없이 헌신”할 것을 촉구했다. “주님께서 특히 사랑하는 가족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인신매매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시고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부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전대사를 베풀었다.
번역 이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