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와 한 선교사 |
2023/08/16 12:32 |
프란치스코 교황과 “안나의 집” 설립자 빈첸조 보르도(김하종) 신부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회복지기관 중 하나인 “안나의 집” 설립자이자 오블라띠 선교수도회 소속으로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빈첸조 보르도(한국명 김하종) 신부가 8월 9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조르조 라 피라” 운동 젊은이들도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이 젊은이들은 우크라이나, 레바논, 시리아에서 온 8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Fabrizio Peloni
프란치스코 교황과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던 젊은이들간 포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8월 9일 오전 일반알현에서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차기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영적 준비가 시작됐다. 한국으로 떠나는 순례는 교황의 여름 휴식 후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또 다른 포옹으로 시작됐다. 곧, 프란치스코 교황과 빈첸조 보르도(한국명 김하종) 신부의 포옹이다. 빈첸조 보르도 신부는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회복지기관 중 하나인 “안나의 집” 설립자이자 오블라띠 선교수도회 소속으로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보르도 신부는 ‘김하종’이라는 한국 이름을 직접 지을 정도로 한국 정서에 깊이 빠져 있다. 한국명 ‘김하종’은 한국의 첫 순교 사제 김대건 성인의 성씨인 ‘김’과 ‘하느님의 종’의 줄임말 ‘하종’에서 따온 것이다.
“안나의 집”이라는 희망의 표징 안에서 서울로 향하는 젊은이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봉사와 선교라는 표징 아래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김하종 신부는 “한국인은 ‘나’라는 표현 대신 항상 ‘우리’라는 표현을 쓴다”며 “이것이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청년대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교회의 보편성’과 젊은이들이 증인이 되는 ‘일치의 꿈’에 대한 아름다운 표징을 재발견하는 희망의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66세인 김하종 신부는 이탈리아 비테르보 출신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의 오블라띠 선교수도회 소속이다. 세네갈에서 선교 활동을 한 뒤 30년 넘게 한국에 머물고 있다. 1998년 서울 근교 성남에서 시작한 “안나의 집”은 지금까지 300만 끼 이상의 식사와 2만 명 이상의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도시의 변두리에 “버려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김하종 신부는 “안나의 집이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해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세계청년대회의 본질과 크게 맞닿아 있다”며 “바로 희망”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한국에서 출판한 『사랑이 밥 먹여준다』(2021)의 이탈리아어 번역본 『사랑의 요리사』(Chef per amore)를 이날 오전 교황에게 선물한 김하종 신부가 바로 그 희망의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김하종 신부는 “서울 세계청년대회 여정은 안나의 집 경험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며 “안나의 집은 영적으로 이미 젊은이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 ‘아지트’(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프로젝트(이동형 아웃리치 활동)를 통해 거리로 나가 “직접 청소년을 찾아가는 버스”의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안나의 집 문도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지트는 “찾아가는 상담소, 가출 청소년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야전병원, 삶의 고통스러운 밤에 길을 잃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평화의 오아시스, 학대 피해자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위로의 바다”라고 설명했다.
교황과 인사하는 신자들
두려움 없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리스본에서 돌아오다
이날 교리 교육에서 교황은 바오로 6세 홀에 참석한 수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리스본에서 며칠 전 막을 내린 세계청년대회의 여정과 감동을 되새겼다. 교황은 세상을 바꾸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가라고 다시금 권고했다. 아울러 파티마 성모성지에도 들렀던 제42차 해외 사도 순방의 주요 순간을 떠올리며 바오로 6세 홀에서도 일반알현 참석자들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의 분위기와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교황은 포르투갈에서 느낀 감동을 전하면서 이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가 “복음을 따르는 길이자 인류 가족을 위한 희망의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격리조치와 봉쇄조치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이 친교, 환대, 형제애 그리고 하느님을 찾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부르심에 용감하게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날 일반알현에 참석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의 눈동자와 마음에는 리스본에서 겪은 신앙과 만남, 나눔과 성장의 위대한 체험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젊은이들은 교황의 요청대로 두려움 없이 세상을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교황에게 감사를 표하고 교황의 말을 다시 듣기 위해 이날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교황과 인사하는 통가의 젊은이들
통가 젊은이들의 인사
특히 통가교구에서 온 10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의 진정한 “뒤풀이”에 생동감을 더했다. 그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청년사목 책임자 제임스 마피와 함께 신앙 순례를 이어갔다. 바오로 6세 홀에서 통가의 젊은이들은 작은 통가 국기를 흔들며 리스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체를 대표하는 슬로건이자 행운의 인사말인 “말로 레이레이”(mälö lelei, ‘안녕하세요’)를 크게 외쳤다. 그들에게 이 말은 일종의 구호와도 같았다. 일반알현에 참석한 이들 중에는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관구의 아레시보교구에서 온 젊은이들도 있었다. 41명의 젊은이들과 2명의 사제로 구성된 교구 대표단은 모두 로마를 처음 방문했지만, 이들 중 몇몇은 지난 2013년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했던 이들이다. 이날 일반알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구세주 그리스도’ 성지 책임자 오마르 하포주 신부도 함께했다.
조르조 라 피라의 가르침에 따라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 레바논, 시리아에서 온 젊은이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이미 “조르조 라 피라” 운동 젊은이들의 의제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레바논, 시리아에서 온 8명의 젊은이들은 교황에게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자신들의 계획을 소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하르키우 출신 가톨릭 신자 대학생 다리나 씨와 다리이아 씨, 그리고 전쟁으로 지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키릴로 씨 등 세 명의 젊은이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는 교황의 호소에 희망을 품으며 귀를 바짝 기울였다.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을 비롯해 교황을 만난 매디 씨와 가디 씨는 각각 레바논 티레와 베이루트에서 온 로마 가톨릭 신자와 마론-가톨릭 신자다. 특히 이주민 사목을 담당하는 시리아인 스텔라 씨와 다니 카다르 신부는 파올로 달롤료 신부(예수회)와 함께 마르 무사 수도원 공동체를 설립한 시리아-가톨릭 홈즈대교구장 자크 무라드 대주교의 협력자로 일하고 있다. 무라드 대주교는 지난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들에게 납치돼 5개월 동안 구금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레바논, 시리아에서 온 이 여덟 명의 젊은이들은 앞으로 며칠 동안 이탈리아 그로세토 현의 카스틸리오네 델라 페스카이아에 위치한 “라 벨라”(La Vela) 마을에 모여 “조르조 라 피라” 운동이 주최하는 국제 캠프에서 지중해 평화를 위한 대화의 주요 이슈 논의에 동참할 예정이다. 조르조 라 피라는 “성인 시장”(il sindaco santo)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정치인이다. 이 국제 캠프에는 또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러시아 젊은이들을 비롯해 이탈리아 피렌체교구와 피에솔레교구의 젊은이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무슬림 젊은이 대표들도 참석한다.
번역 김호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