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54회 평신도주일 강론 |
2021/11/08 10:38 |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그렇소.’
(1846년 8월 26일 김대건 신부님 옥중 서한)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쉰네 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불타올라 마치 누룩처럼 세상 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름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주님의 구원 사명에 동참하도록 권유하시는 그리스도의 목소리와 성령의 인도에 기꺼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즉각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인류는 지난 2년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비대면 사회 안에서의 격리와 이별,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했으며, 또 어떻게 생활하며 지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엘리야는 밀가루 한 줌과 조금 남은 기름으로 빵을 만들어 아들과 함께 먹은 후 죽으려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과부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엘리야에게 먼저 작은 빵과자 하나를 내어온 과부의 밀가루 단지와 기름병을 채워주십니다. 또한 복음에서는 성전에서 헌금을 내는 과부를 바라보시던 예수님께서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다”며 그 여인이 가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높이 평가하십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비롯한 여러 시련과 고통은 결코 두려움과 좌절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 더욱 깊은 믿음과 희망을 가지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희년을 기쁘고 뜻깊게 지내고자 애써왔습니다. 오늘 제2독서 히브리서에서 선포하듯이, 예수님께서는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그러한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김대건 신부님 역시 순교를 통해 당신이 가지신 하느님을 향한 신뢰와 사랑을 증거한 것이고, 그 뜻을 기리고 따르기 위해 우리는 희년을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희년의 뜻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난한 나라의 이웃 형제들을 위해 ‘교황님과 함께하는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하였고,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은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교황님의 말씀에 따라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습니다. 이러한 나눔의 실천은 어려움 속에서도 두려워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허락해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증거이자,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에 대한 응답이기도 합니다.
지난 10월 10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거행하였고, 또한 우리 교구 역시 지난 10월 17일 모든 본당이 시노드를 위한 지향을 가지고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 시노드는 단지 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여하는 회의가 아니라, 평신도,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 등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참여하여 친교를 이루고 서로의 사명을 새롭게 기억하고 실현해나가는 여정입니다. 이 시노드의 여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의 시기에도 우리 모두가 하나된 공동체임을 자각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경청함으로써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우리 교구가 살아가고 있는 말씀의 해,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쓰고, 나누고 실천함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다 더 가까이 체험하고자 하는 시간입니다.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지금 겪고 있는 상황으로 인한 두려움과 절망이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의 길을 비추어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시노드를 통해 우리 모두를 초대하는 함께하는 여정, 그 여정 안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경청의 시간들을 살아간다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희망을 향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말씀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인도해주시고, 그 길에서 성령의 빛으로 우리를 밝혀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희망을 향하여 걸어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 “당신은 천주교인이오?”라고 물을 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소.”라고 대답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처럼 대답할 수 있기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평신도로서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과정에 참여하는 사명을 수행해나가도록 합시다.
2021년 11월 7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평신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