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황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의미한 전쟁입니다” |
2023/08/28 13:39 |
프란치스코 교황 (자료사진) (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21일 바티칸에서 유럽평의회 회원국 변호사 대표단을 만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의 두 번째 부분을 집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갈수록 개인의 권리를 요구하는 경향을 규탄했다.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인간에 관한 진리를 추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과 자기 행동의 척도가 되고 맙니다.”
Paolo Ondarza
우크라이나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주일 삼종기도, 수요 일반알현과 교리 교육 시간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거듭 호소한 교황은 8월 21일 바티칸 사도궁 서재에서 지난 2022년 6월 11일 비엔나 협약에 서명한 유럽평의회 회원국 변호사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다시 한번 이 “무의미한 전쟁”을 우려하고 또 규탄했다.
대표단에게 연설하는 교황
법치에 예외는 없습니다
교황은 유럽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서 회원국들이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에 전념할 것을 촉구한 비엔나 협약을 강조했다. “법치주의는 위기 상황을 포함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결코 예외를 둘 수 없습니다.” 교황은 “사회경제 위기, 정체성의 위기, 안보의 위기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항상 원칙에 충실하면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안과 폭력에 대한 두려움, 불안정한 변화에 대한 전망, 긴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쉽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예외를 만들거나 적어도 한시적으로 법치를 제한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두 번째 부분 작업 중
교황은 연설문을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이 예고했다. “저는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의 두 번째 부분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어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이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 작업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초월적 기원에 있습니다
교황은 오늘날 모든 인간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다른 이들의 권리와 의무, 사회의 공동선에 관련된 사회적 맥락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갈수록 개인의 권리를 요구하는 경향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의 유행이나 권력에 좌우되지 않고 사람을 중심으로 삼아야 합니다.” 아울러 “각 인간의 존엄성은 초월적 기원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따라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 본성과 인간에 대한 그릇된 개념, 곧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를 약화시키고 이를 좋은 것으로 보이게끔 인도하는 심각한 남용이 갈수록 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11월 25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이미 밝힌 내용을 되풀이하면서 “삶의 초월적 차원에 더 이상 열려 있지 못하는 유럽은 서서히 자신의 영혼마저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인간에 관한 진리를 추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과 자기 행동의 척도가 되고 맙니다.”
대표단과 대화를 나누는 교황
법치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교황은 “인권 개념에 대한 오해와 역설적인 남용은 사람들을 ‘천사 같은 순수주의, 상대주의의 독재, 공허한 미사여구,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반역사적 근본주의, 선의가 없는 도덕주의, 지혜가 없는 지성주의’(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31항 참조)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치는 경제적, 이념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되고 날조된 인간을 위한 것이 되고 말 뿐입니다.”
“법치란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모든 이의 존엄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따라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교황은 또 비엔나 협약이 일부 회원국에서 침해되고 있다고 규탄한 변호사들의 업무상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신뢰의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번역 이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