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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담화] 2018년 제8회 생명주일 담화
   2018/04/28  11:41

제8회 생명 주일 담화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하느님께서 선사해 주신 생명의 복음이 여러분의 가정과 삶의 현장을 풍성하게 비추어 주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여덟 번째 생명 주일을 지내면서 다시 한번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을 수호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이 땅에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로 다짐합니다. 올해는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께서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을 반포하신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인간 생명을 전달하는 지극히 중대한 부부의 임무를 강조한 이 회칙은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내세우고, 생명을 환대할 책임이 있는 부모의 소명을 드높여 주었습니다. 이에 그리스도인 부부들이 먼저 앞장서 새 생명을 환대하고, 자녀들을 통하여 주님의 복을 받으며, 이웃에게도 생명의 복음을 널리 선포하기를 바랍니다.

 

2. 자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사랑은 언제나 생명을 낳습니다”(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165항). 생명의 복음이 선포되려면 무엇보다 사랑하는 부부를 중심으로 모인 가정이 “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환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사랑의 기쁨」, 166항 참조). 그러나 오히려 우리 현실은 자녀를 낳은 것이 실수였다고 말하는 이가 있기까지 합니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이 낳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마저 듣게 됩니다. 그렇지만 “많은 아이들이 삶의 첫 순간부터 거부당하고 버려지며 그들의 어린 시절과 미래를 박탈당한다면 …… 그래서 아이가 이 세상에 나오도록 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한다면, 이는 그리스도인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사랑의 기쁨」, 166항 참조).

 

3.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특히 첫 순간부터 존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새 생명을 환대하지 못하는 세상의 현실을 각성하고 경각심을 느껴야 합니다. “생명권은 방금 태어난 유아에게도 성인 못지않게 똑같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교황청 신앙교리성,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 11항 참조). 교회는, 인간 생명을 임신 첫 순간부터 존중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책임이고, 국가 차원에서 낙태 방지와 생명 보호를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쳐 왔습니다(「인간 생명」, 14항 참조). 태아의 생명은 그 어떤 이해관계보다 우선하고 하느님만이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생명의 복음」, 55항 참조).

 

4. ‘낙태죄 폐지와 자연 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청원 운동의 당사자들은 ‘대한민국이 비록 저출산 국가이지만 원하지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난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면서, 낙태 시술을 합법화하여 여성들의 안전과 건강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 한쪽에서는 태어나야 할 아이와 이미 태어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비교하면서, 국가에서 피임 대책과 자연 유산 유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거절당하고 버려지는 아이들의 현실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른들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태아를 처벌해야 한다면, 어떻게 다른 모든 인간과 아이의 권리를 다룰 수 있다는 말입니까?(「사랑의 기쁨」, 166항 참조)

 

5. 사회 한쪽에서는 자녀의 출산을 자기 몸에 대한 권리의 문제로 접근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낙태를 경험한 이들, 그리고 미혼모와 미혼부를 비롯하여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어떻게 아파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낙태를 경험한 많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들이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 또한 그러한 결정이 현실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쉽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미혼모와 미혼부를 비롯하여 홀로 상처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제 교회 공동체는 그들과 상처를 함께 나누고자 나서야 합니다.

 

6.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의 시작부터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것을 알고,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믿으며, 이를 세상에 드러내는 이들입니다. 특히 생명의 돌봄이 시작되는 혼인과 가정은 ‘생명’에 대한 신앙이 드러나고 선포되는 특별한 자리입니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이 환대받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나서는 일이야말로, 주님께서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요한 10,10)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기신 복음 선포의 중대한 사명입니다.

 

실천 사항

 

● 혼인과 가정의 자리가 생명을 환대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생명의 문화 운동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 낙태를 경험한 여성과 미혼모, 미혼부를 비롯하여 홀로 자녀를 돌보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 일상과 직장에서 만나는 모든 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2018년 5월 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