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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담화] 2019년 제105차 이민의 날 국내이주사목위원장 담화 (요약)
   2019/09/16  10:58

이주민과 난민과 더불어 살아가기

- 책임감과 연대와 연민으로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신앙인으로 어떻게 식별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함께 생각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회 문제 가운데 하나는 단연 ‘난민’ 문제였습니다.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을 향하여 쏟아진 관심과 현실적인 질문과 걱정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난민’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해 왔기에, 처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난민’에 관한 문제는 많은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분명 우리나라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 사회’입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쉽게 외국인을 만날 수 있고, 그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면, 그런 현실이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고,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도 1990년대부터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까지 ‘난민’ 문제는 계속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주 예멘 난민을 보면서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오해했고, 이들을 받아들이면 사회가 큰 혼란과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 문제를 정치와 사회 이념의 목적으로 이용하여 자기편에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신앙을 가진 우리에게 ‘이주민’, ‘난민’은 과연 누구입니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합니까? 복음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권고합니까?

“비록 거기에서 당장 실질적인 이득을 전혀 얻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이민은 제게 특별한 과제를 줍니다. 탁월한 복음 선포자이시며 복음 자체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특별히 가장 작은 이들과 동일시하십니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우리가 이 땅에서 상처받기 쉬운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부름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복음의 기쁨」, 210.209항). 교황께서 이렇게 이주민과 난민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드러내시는 이유는 바로 예수님도 헤로데의 박해를 피하여 요셉과 마리아와 함께 이집트로 떠나야만 했던 난민이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가정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주민과 난민에게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황에 즉위하시자마자 람페두사의 난민들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그때 교황께서는 “네 형제가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등지고 있는 우리에게 물으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사랑을 받았기에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 함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신앙인의 기본적인 삶의 태도이자 신앙의 표현입니다. 이런 면에서 교황님의 지향에 따라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네 가지 기본 실천 방안인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를 늘 마음에 새겨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018년, UN에서 전 세계 164개국이 동의한 ‘안전하고 질서 있고 정규적인 이주를 위한 글로벌 콤팩트’가 채택되었고, 교황께서는 신앙인의 실천적 사랑이 온 세계의 연대 속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이 글로벌 콤팩트를 따라 국제 사회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 나라를 떠난 모든 사람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와 연민을 가지고 함께 이들을 위하여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이 지향으로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프란치스코, 삼종기도, 2018.12.16.).

 

이주민과 난민의 문제는 더 이상 몇몇 국가나 사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로벌 콤팩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는 인류 공통의 문제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랑’의 소명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아름다운 ‘연민’의 마음으로 난민과 이민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불의한 처지에 놓여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다가서기를 청합니다.

 

2019년 9월 29일,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신철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