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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천주교 남녀 수도회장상협의회 시국 선언문
   2016/11/08  10:36

“나쁜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백성이 한숨짓는다.”(잠언 29,2)

 

한국 천주교 남녀수도자들은 지난 2013년 8월 26일,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에 대하여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2014년 2월 3일, 국가기관의 개입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은 결코 정상적일 수 없다는 복음적 식별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요구는 대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왔고, 오히려 고귀한 피를 흘리며 일궈낸 우리의 민주주의는 참담하게 파괴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국가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다하지 못해 수많은 이들이 시련과 고통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고, 죽어가는 농업을 살리려는 농민의 절규는 살인 물대포 앞에 스러졌으며, 노동자들은 쉬운 해고라는 노동개악에 의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급기야 우리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최순실과 비선실세들의 이름이 날마다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최근의 사태는 국정의 난맥과 비정상의 근원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 천주교회는 “교회는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하여 국가권력을 점령하는 폐쇄적 지배집단의 형성을 도와주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06항).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공화정의 실체가 파괴된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이 허탈감과 분노를 풀어주고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현 정권은 반드시 책임져야만 합니다.
 
대통령은 우선 국민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지난 10월 25일 있었던 녹화방송을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 기대했던 대국민담화문 역시 진정성이 별로 없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문 채 오히려 현재 검찰 수사 진행 중이라 자세히 밝힐 수 없다는 말로 책임 회피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과 수습 능력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으로써 또다시 우리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무조건적으로 직무에서 퇴진해야 하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의로운 정치적, 사법적 책임도 져야 합니다.
 
또한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과 권력기관들은 뼈를 깎는 성찰을 해야 합니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따른 행보가 아니라 파괴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참된 지혜와 힘을 모으기를 요청합니다.
 
우리 천주교 남녀 수도자들은 국민들과 올바른 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이후의 상황과 과정을 주시하며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아모스 5,24)

2016년 11월 4일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