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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환경소위원회] 자연공원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성명서
   2015/08/24  9:10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를 비롯하여, 환경 관련 단체는 7월 27일, 자연공원에 설치하려는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자연공원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성명서]


“생태적 회심”을 촉구합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받으소서」 217항


날이 갈수록 전 세계의 자연생태계는 점점 위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에서도 자연의 보전은 개발 논리에 항상 밀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속가능한 삶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지구는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집”입니다. 환경의 보전 없이는 인간의 삶도 위험에 처합니다. “살아 있는 피조물인 우리 모두는 서로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찬미받으소서」 42항)


이 지구와 그 안에 사는 모든 것들은 하느님의 것입니다.(시편 24,1). 인간은 “하느님 선물의 보호자”(2015년 환경의 날 담화문)로 불림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위치를 자주 망각해 왔습니다. 인간은 지구를 함부로 대했고, 다른 피조물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착각에 자주 빠졌습니다. 우리는 자연위에 군림하는 특권이 주어진 것처럼 행동해 왔습니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4대강사업에서 생생히 목격하고 있습니다. 여름마다 4대강은 시퍼런 녹조에 뒤덮입니다. 죽은 물고기가 떼로 올라옵니다. 가득 차인 물은 가뭄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경고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을 강행하며 지난 정부가 내세웠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홍수와 가뭄이 사라지고, 맑은 물과 생태계가 살아난다.” 이제 이 모두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아직도 반성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 이제는 강에 이어 산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우후죽순으로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미 국립공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는 155개의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전국 산지의 70%에 관광휴양시설을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기업의 요구를 분별없이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과연 “산으로 간 4대강사업”이라 불릴만합니다.


현재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과정에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 부처들은 케이블카 사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미 단 5일간의 스키경기를 위해 가리왕산의 500년 원시림이 무참하게 파헤쳐졌습니다. 이제는 설악산도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5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산양을 비롯한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설악산이 뚫리면, 다른 국립공원들도 줄지어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이미 지리산, 신불산, 팔공산 등 전국의 보호구역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이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의 처지는 외면한 채,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이들은 선심 쓰듯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를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무분별한 탐방과 이용으로 숨을 헐떡이는 야생생물들은 외면한 채, “환경훼손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케이블카”라고 주장합니다. “4대강살리기사업”에서 경험했던 말의 오염과 거짓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국립공원은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국립공원의 존재이유는, 그 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과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어떠한 세상을 남겨주고 싶습니까?” (「찬미받으소서」 160항)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소리가 사라진 삭막한 땅에서 우리의 자녀들은 “보시니 좋았다” (창세기 1,10)하셨던 하느님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생태계 파괴는 우리 공동의 집을 허무는 것이며,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낙후된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공동의 집을 허물고서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향상에 진정한 도움이 될지 냉철히 돌아보시길 간곡히 당부합니다. 케이블카의 환상에 속지 마십시오!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지역주민과 야생동식물이, 모두 함께 조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 함께 그 대안을 찾아나갔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에게 경고합니다. 분별없는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당장 멈추십시오! ‘관광활성화’를 내세워 전국의 산을 파헤치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십시오! 소수의 이익을 위한 생태계 파괴는 그 자체로 ‘불의’입니다. 다른 생명과 미래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정책 결정자들은 “자연환경이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공공재”(「찬미받으소서」 95항)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우리의 삶을 치유하시어
세상을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게 하시고,
오염과 파괴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씨앗을 뿌리게 하소서.
가난한 이들과 지구를 대가로 
이득만을 쫓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려 주소서.”


- 교황 프란치스코의 「지구를 위한 기도」 중에서  
    
2015년 7월 27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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