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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담화] 2018년 제51회 군인주일 담화
   2018/10/04  10:20

군(軍) 복음화, 변함없는 열정으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51회 군인 주일을 맞이하여 군의 복음화와 모든 군인들에 대한 봉사의 삶에 헌신하는 군종 사제, 남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선교사들과 함께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깊은 나라 사랑으로 조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땀 흘리며 수고하는 장병들, 군 간부들 및 지휘관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드립니다. 또 군과 군 가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와 물질적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군종후원회 회원님들께도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에, 현재 진행 중인 북미회담 및 남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정치 지도자들을 움직이시어 ‘진정한 평화’라는 놀라운 축복의 결실을 맺어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이 기도와 함께, 저는 누구보다 강한 애국심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군인들에게 감사드리면서, 우리 군인들이 변함없이 긴장된 자세로 나라를 지키는 사명에 충실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그대들이 있어 우리가 안전합니다.”라는 칭송을 듣는 군인들이 되어주시길 희망합니다.

 

군종교구는 “군 복음화, 변함없는 열정으로”라는 사목표어 아래, 군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사람의 열정은 뜨거워질 수도 식을 수도 있기에, 어떤 중요한 목표를 가질 때에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상태를 자주 점검하면서 지속적인 열정을 지니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금년도 사목교서에서 사도 성 바오로의 다음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2티모 4,7-8) 이 사목교서에서 나 자신의 복음화와 모든 이의 복음화를 위해 변함없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면서 복음화의 두 가지 모습을 제시하였습니다. 하나는, 하느님을 모르는 군인들과 군 가족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해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고 회개하여 세례를 받게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군종 사제들과 군종 사목에 임하는 수녀들이 중심이 되어, 기존 신자들을 영적으로 잘 돌보아주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더 닮아가게 하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 모습 가운데 첫 번째 것인 ‘하느님을 모르는 군인들과 군 가족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일은 특별히 젊은 장병들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7년간 저희 교구가 세례를 베푼 통계를 보면 연평균 24,000여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세례 받은 군인들 가운데 95%가 젊은 장병들입니다. 우리 군종 사제 역시 군인이기에, 모든 군인들의 봉사자로서 모든 군인들을 찾아가 격려와 위로와 가르침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도움을 주고 있고 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장병들의 영적인 아버지요 벗이요 동반자요 치유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영혼 구원’의 사명감을 갖고 하느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군인들과 군 가족들에게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직전에 당신 제자들에게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47-48)

 

군에서 복음을 선포하여 세례를 주는 데에는, 특히 군 세례자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기초훈련기간 장병들에게 세례를 주는 데에는 한 가지 크고도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육군이든 해군이든 공군이든 5주간 혹은 6주간의 훈련기간을 이용해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는데, 사용할 수 있는 교리 시간이 4회 혹은 5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어떤 군종 사제들은 세례식 미사 때에도 교리 교육을 합니다. 이렇게 교리를 충분히 가르치지 못한 상태에서 세례를 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도 군종 사제들도 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데, 비록 교리교육 시간이 부족하지만 원하는 훈련병들에게 세례를 주는 쪽을 저희는 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 기회는 너무도 중요하다고 보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장병들 마음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어려운 조건 가운데서도 싹을 내고 열매를 맺게 해주신다는 믿음을 저희는 갖고 있습니다. 변명으로 들릴지 몰라도, 복음서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께 대한 믿음을 보이는 병자들에게 병 치유 은총과 함께 영혼 구원의 은총까지도 주셨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리 한 번도 가르치지 않으시고 당신을 믿는 병자들의 마음을 보시고 구원의 은혜까지 주신 것입니다. 저희 군종교구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4회 혹은 5회라는 짧으면서도 집중적인 교리, 곧 그리스도교 교리의 중심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전교생활, 수난, 십자가형으로 죽으심, 부활, 승천, 그리고 재림에 초점을 둔 교리서를 준비했고, 교리교육에 도움을 줄 시청각 자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복음화의 두 번째 모습인 기존의 신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일에 보다 큰 관심을 갖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이 승천하시기 직전 하신 일이 바로 당신이 지극히 사랑하시던 제자 베드로를 따로 부르시어 그에게 당신을 계승할 지상 최고목자로 임명하시면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세 차례나 하시고 베드로 사도가 “예”라고 답할 때마다,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라고 간청하고 명하신 일입니다(참조: 요한 21,15-18). 주님의 목자인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은 그 무엇보다 주님의 이 간청, 이 명령을 늘 유념하면서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군종 사제들과 군종 사목에 임하는 수녀들은 이 “영적 돌봄”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면서 군 신자들이 성경 말씀, 기도, 성체성사를 가까이하는 삶, 그리고 형제적 친교의 생활에 보다 충실하도록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목방문을 하면서 장병들, 간부 및 지휘관 그리고 군 가족들이 무엇보다 성경을 읽고 필사하는 일에 노력하고 있음을 보고 큰 기쁨을 가집니다. 구원의 말씀, 진리의 말씀인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해서 살아갈 때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이 더욱더 충실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희 군종 신부님들의 경우, 기존 신자들을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군 당국이 모든 군종 장교들에게 요구하는 일들, 예를 들면 종교를 초월하여 병사들을 방문하여 격려하고 위문하고 지도하는 일들을 수행해야 하고, 또 군종 신부 자신이 담당하는 군부대 지역이 매우 광범위하기에 시간을 많이 소모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군종 신부님들을 바쁘게 또 피곤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우리 군종 신부님들은 신자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일에 기쁘게 정성을 다해 임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저는 저희 군종 신부님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국가의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인들의 복음화를 위해 변함없는 지원을 다시금 부탁드립니다. 군인 주일 51주년을 맞아 군 사목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교우 여러분의 영육 간의 건강을 빌고 국군 장병들, 군 간부와 지휘관들, 군 가족들 그리고 군종후원회 회원 여러분께도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드립니다.

 

2018년 10월 7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수일 F. 하비에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