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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담화] 2020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담화문
   2020/01/12  9:30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협의회

2020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담화문

 

“그들은 우리에게 각별한 인정을 베풀었다”(사도 28,2 참조)

 

 

+ 평화를 빕니다.

 

매년 1월 18일에서 25일까지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입니다. 이 주간에 온 세상 그리스도인들은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고자 함께 기도합니다. 나아가,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통하여 우리는 세상의 많은 아픔을 이겨 나가는 새롭고 평화로운 방법을 터득하기도 합니다.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자료집은 몰타섬과 고조섬에 있는 그리스도 교회들(‘함께하는 몰타 그리스도인들’: Christians Together in Malta)이 마련하였습니다. 사도행전 27장과 28장에 기록된 바오로 사도와 몰타인들의 만남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몰타인들은 복음의 전래를 경축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 온 세상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자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선한 마음과 행동을 찾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불의한 권력에 의해 고소당한 바오로 사도가 수인으로 로마에 압송되면서 시작됩니다. 백인대장과 군사들은 권력과 권위를, 선원들은 기술과 경험을 가졌지만, 자연의 무서운 힘 앞에서 탑승자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탈출을 모의하는 선원들과 수인들을 그들의 결백과는 무관하게 비상시에 즉결 처형할 계획을 세운 군인들을 통하여 집단들 사이의 불신과 의심이라는 또 다른 위기가 고조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바오로 사도는 풍랑 속에서 평화의 중심으로 두각을 드러냅니다. 그의 운명이 자신이 섬기는 하느님 손안에 있음을 알고 있는 사도의 격려와 믿음으로 모든 사람이 용기를 얻게 되었고 마침내 목숨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몰타섬에 도착한 276명은 섬사람들의 각별한 환대를 받습니다. 비가 내리고 추운 날씨 때문에 섬사람들이 피워 놓은 불 가는 혼란과 공포, 위기와 고통에서 살아난 그들에게 특별한 안식처가 됩니다. 섬사람들의 친절과 환대는 그들에게 여정을 이어갈 힘을 채워 줍니다.

 

복음을 전하는 여정을 담은 사도행전의 이 기록은 오늘날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여러 나라에는 많은 이민자와 난민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자연재해, 전쟁, 빈곤 때문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정치와 경제, 냉랭한 대우로 또 다른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난제는 이것이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과제라는 점입니다. 모두의 위기를 인류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 그리스도인은 사도행전의 이야기가 보여 주듯이 무관심과 냉랭한 힘과 결탁할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각별한 인정과 친절”을 보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환대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미덕입니다. 환대를 실천하려면 우리는 어려움에 놓인 이들을 너그럽게 대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와 그의 동료들에게 각별한 인정을 보여 준 몰타섬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였지만, 바로 그들의 각별한 인정 덕분에, 분열되었던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무엇보다도 서로를 환대하는 데서, 그리고 우리와 다른 언어, 문화, 신앙을 지닌 사람들과 사랑으로 만나는 데서 드러날 것입니다. 환대와 친절은 비단 다른 문화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빈부 격차를 줄이는 일, 대결 위주의 남북 관계를 청산하는 동시에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 정의롭고 공평한 제도를 통하여 모든 불의를 종식하는 일에도 우리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현재 인류가 당면한 고통과 난제들은 수 세기 전 인류가 저지른 착취와 정복의 제국주의가 빚어낸 많은 잘못에서 비롯하였습니다. 여기에는 한반도의 분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은 각별한 인정과 친절한 마음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 안에서만 회자하는 기적이 아니라 현실에 있는, 아니 반드시 있어야만 할 인간됨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바오로처럼 굳은 믿음으로 변화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2020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동안,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 뜻에 기꺼이 따라 사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주님께 용기와 힘과 지혜를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2020년 1월 18일

 

한국천주교회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예수교장로회 김태영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윤보환 감독회장 직무대행
한국기독교장로회 육순종 총회장
구세군한국군국 김필수 사령관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양호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유영희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은섭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