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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골(散骨)에 관한 질의응답
   2018/02/04  20:0

산골(散骨)에 관한 질의응답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승인(2017년 12월 4일)

 

1. 그리스도교의 장례는 어떻게 치러야 합니까?

 

교회는 죽음 너머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매장을 전통적으로 장려합니다. 그러나 육신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교 교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화장도 허락합니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교황청 신앙교리성 훈령]의 한국 교회 적용지침”, 2항 참조).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은 죽음 너머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고 준비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전통적으로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매장을 장려합니다(『장례 예식』, 15항 참조). 그러나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그리스도교의 근본 신앙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시신을 불사르는 화장도 허락합니다. 왜냐하면 죽은 이의 육신을 화장하는 것은 그의 영혼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하느님께서 죽은 이의 육신을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리시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화장 자체는 영혼의 불멸과 육신의 부활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객관적으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매장 장소로 교회는 죽은 이들의 육신을 소중히 다룰 수 있는 성스러운 장소, 특히 교회나 묘지에 모실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장은 물론이고 화장의 경우에도 죽은 이가 마지막에 머무르는 장소에는 꼭 비석이나 이름표를 비치하여 죽은 이가 누구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죽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은, 죽은 이나 산이나 세례 받은 모든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한다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표현하는 것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962항 참조).

그리스도인의 장례는 죽음의 고통을 달래는 일시적 위안이나 예식이 아니라 참된 삶을 드러내는 희망의 예식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장례를 통해 죽은 이가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이라는 믿음을 고백하며, 유족은 부활과 영원한 만남에 대한 희망으로 사별의 아픔을 이겨 내게 됩니다.
 

신자들은 죽은 이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장례를 정성껏 돌보아 줌으로써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드러내도록 힘써야 합니다. 문상은 고인을 위해 기도하고 유족을 위로할 뿐 아니라, 조문객에게도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도록 하는 기회가 됩니다,


2. 화장을 하고 남은 유골을 뿌리거나(산골) 집에 보관할 수 있습니까?

 

가톨릭 교회는 유골을 허공이나 땅이나 바다 등의 장소에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6항 참조).
 

교회는 “합법적 이유로 시신의 화장을 선택한 경우, 세상을 떠난 신자의 유골은 거룩한 장소, 곧 묘지, 또는 어떤 경우에 교회나 이를 목적으로 마련되어 교회의 관할 권위가 지정한 장소에 보존되어야 한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5항)고 하면서, 화장한 뒤에 남은 유골을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일은 그리스도교 교리에 반대되는 것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죽은 이가 생전에 교회의 뜻에 반해 유해를 ‘산골’하도록 유언을 했다면, 교회법에 따라 장례 미사가 거부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여야 합니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8항 참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골을 거룩한 장소에 보존하는 일은 그들의 유가족이나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추모, 그리고 유골에 대한 존중과 부적절하거나 미신적인 관습의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5항 참조).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떠난 신자를 화장한 뒤 유골을 뿌리거나 기념물이나 장신구, 또는 다른 물건에 넣어 보관하는 행위, 유가족들이 유골을 나누어 가지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3. 교회가 산골을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죽음으로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되지만 부활 때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육신에 썩지 않는 생명을 주시며, 이 육신은 우리의 영혼과 다시 결합하여 변모될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의 부활 신앙입니다. 따라서 부활할 육신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하여 산골을 금지합니다.
 

그리스도교 장례는 부활에 대한 교회의 믿음을 확인시키고,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인 인간 육신의 커다란 존엄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교회는 “죽음에 관한 잘못된 생각, 곧 죽음을 인간의 완전한 소멸, 자연이나 우주와 융합되는 순간, 윤회의 한 단계, 육체의 감옥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으로 여기는 그릇된 사상들과 관련된 태도를 용납하거나 그러한 예식을 허용할 수 없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3항)고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어떤 위생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도 ‘산골’하거나 ‘유골을 기념물이나 장신구 또는 다른 물건에 넣어 보관하려는 시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모든 형태의 범신론이나 자연주의나 허무주의의 모습을 피하고자 합니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7항 참조).
 

산골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적인 통념에 따라 이미 산골을 한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행한 산골은 무지와 착오에 따른 것일 뿐 자신의 양심을 거슬러 자유 의지로 행한 잘못과는 분명히 구별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산골을 후회하며 고인을 기억하기를 원한다면, 기일에 고인을 위한 지향으로 위령 미사(연미사)를 봉헌하고 위령 기도(연도)를 드리면 됩니다.
 

4. 하느님께서는 세상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신데, 유골을 세상에 뿌리는 것은 죽은 이를 하느님의 품에 다시 맡겨 드리는 행위가 아닌지요?
 

하느님께서는 세상 어디에나 계시지만 세상을 초월하여 계신 분이십니다. 죽은 이를 세상과 일치시키려는 범신론적 사고에 입각한 산골은 하느님의 존재도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분께서 세상을 초월하여 계신다는 신앙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우주(세계)의 모든 것에 신성(神性)이 내재한다는 것, 곧 세계(우주)와 신의 동일성을 주장하는 세계관을 범신론(汎神論, pantheism)이라고 합니다. 세상 만물이 다 신적인 것이라는 범신론은 이 세계만이 실재적인 것이고, 신은 존재하는 것의 총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연주의적이고 유물론적 범신론 사상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무신론으로 귀결되는 반그리스도교적인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앙에 합당한 세계관은 초월적이고 내재적 유신론(有神論)에 입각한 세계관입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어디에나 내재하여 계시는 분이시지만, 세상에 얽매여 계시지 않고 당신께서 만드신 세상을 초월하여 계시는 분이시라는 관점의 세계관입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은 세상에 살면서도 그 세상을 넘어 하느님께서 마련하여 주시는 하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믿고 희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죽은 이의 유골을 성스럽게 또 소중하게 보관하면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기다리고 기도하는 일은 부활을 믿는 신앙인에게 합당한 것이지만, 유골을 소중히 모시지 않고 공중이나 산, 강, 바다 등에 뿌림으로써 다시 볼 수도 찾을 수도 없게 만들어 버리는 산골 행위는 하느님을 세상 안에만 계시는 분으로 축소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멋있게 유골을 뿌리는 산골 행위는 사람들 사이에서 범신론적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크므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5. 자연을 섭리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라면, 자연에서 나온 사람을 다시 자연에 맡기는 산골 행위는 괜찮은 것 아닙니까?
 

유골을 소중하게 모시지 않고 뿌려 버리는 산골 행위는 자연을 초월하여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을 자연 안에만 얽매여 계시는 분으로 축소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산골은 자연주의 사상의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초월적이며 신적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정신 현상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현상과 그 변화의 근본 원리가 자연이나 물질에 있다고 보는 철학적 체계를 자연주의(自然主義, naturalism)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자연주의는 자연을 유일한 현실로 간주하는 입장으로서 그 자연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는 사상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창조주이시기에 자연을 섭리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자연과 물질 자체가 하느님일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자연과 물질은 하느님에게서 만들어진 것일 뿐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느님께서는 자연과 물질을 움직이시되 그 자연과 물질을 초월하여 계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산골은 하느님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고, 그리스도교의 부활 신앙도 부정하는 자연주의 사상으로 오해될 수 있으므로 교회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6.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고 허무한 것인데, 이 세상이 아니라 저세상에 희망을 두고 있는 우리가 죽은 이의 유골을 세상에 남겨두지 않고 흩뿌리는 산골이 왜 잘못되었나요?

 

사랑하는 이의 유골을 흩어 버리는 행위는 세상을 조금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세계관을 조장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산골은 세상이 덧없어 유골을 보관하지 않고 버린다는 허무주의적 표현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는 허무주의(虛無主義, nihilism)는 근대를 이끌어 온 서구 이성주의와 합리주의가 위기를 겪은 다음에 생긴 것으로, 모든 것을 궁극적으로 허무로 돌리는 풍조라 할 수 있습니다. 허무주의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인생은 다만 한시적인 것들이 지배하고 있는 감각과 경험의 기회에 지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지나가고 찰나적이라고 설명됩니다. 허무주의자들 중에는 절대적인 진리나 도덕이나 가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하느님까지 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우리 가운데 있고, 이 세상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의 삶을 통해서 저세상에서 영원한 삶에 이르게 됨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세상은 허무하기만 한 덧없는 그 무엇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게 하는 소중한 과정이고 일부이기에 세상이 덧없어 유골을 뿌리는 산골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7. 요즘 자연장, 특히 수목장(樹木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수목장은 해도 되는지요?

 

자연장(수목장 포함)은 거룩한 장소인 묘지 공간에 마련된 수목, 화초, 잔디 등에 화장한 유골을 함에 담아 묻고 추모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고인의 이름이 적힌 비석이나 표식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부활 신앙에 반대되는 이유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면 허용됩니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6항 참조). 그러나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행위는 산골로 여겨 교회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수목장은 명시적으로 신앙교리성 훈령이 금지하는 것, 곧 “세상을 떠난 신자의 유골을 공중이나 땅이나 바다 또는 다른 어떤 장소에 뿌리는 행위”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됩니다. 수목장은 사람이 죽은 뒤 화장한 분골을 지정된 수목의 밑이나 뿌리 주위에 묻는 것이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매장의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수목장이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관점에서 범신론이나 자연주의 사상의 표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수목장의 경우 묘지 안에서 매장이 이루어지고, 나무에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이 분명히 표시되어 추모의 상징적 장소로서 규정된다면, 그리고 육신의 부활이라는 그리스도교 신앙 교리가 분명히 인식되고 고백된다면, 그 자체가 그리스도교 신앙 교리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매장이 아닌 산골 형태로 이루어지는 수목장은 그리스도교 장례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8. 만일 유골 장례를 치르고 난 뒤 그 유골의 봉안 기간이 지났다면, 그때에는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산골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도 산골을 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적당한 안치소에 이름을 표기하고 매장하여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이라 해도 그 유골은 어디까지나 성스럽고 소중하게 보관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교회의 지침에 따르면,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은 정부가 정한 봉안당 관련 법률을 따르되, 공원묘지 등지에 별도로 ‘공동 안치소’를 마련하여 매장 형태로 영구히 봉안해야 합니다. 이때 이름을 표기하여 죽은 이를 추모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주교회의 2017년 춘계 정기 총회 결정 사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