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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
   2019/04/20  11:49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


“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24)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을 교구민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를 나눕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자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으셨지만 마침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는 누구나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부활 사건은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인간에게 운명처럼 뿌리내린 죄와 죽음의 세력은 꺾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큰 사건의 최초 목격자는 예수님께서 직접 뽑아 세우신 사도들이 아니라, 여인들이었습니다. 일찍이 예수님의 탄생을 목격한 이들도 종교 지도자들이나 권력자들이 아닌,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당시 보잘것없고 업신여김 당하는 작은이들이었습니다. 이렇듯 주님께서는 항상 가난하고 멸시당하는 이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심지어 당신 스스로를 낮추시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며 겸손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처음 목격한 여인들은 “마리아 막달레나, 요안나, 그리고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라고 성서 저자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여인들도 처음에는 무덤이 비어 있고 주님의 시신이 없는 것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천사가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알려 주자, 생전에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고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고 놀라움과 기쁨에 차서 사도들에게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사도들은 여인들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가 헛소리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베드로 사도가 무덤으로 달려가 직접 빈 무덤을 보았다고 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누구도 믿지 못했고, 믿기에도 어려운 사건이었지만, 훗날 성령의 이끄심으로 사도들과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 주님 부활의 신비를 깨닫고 믿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이 신비의 참 의미를 깨닫고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삶 안에서 예수님의 모범을 배우고,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따르며, 예수님과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부활해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이 어떤 모습이여야 하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사순 시기 담화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파스카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참회와 회개와 용서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얼굴과 마음을 새롭게 하여야 합니다.” 참회와 회개의 시기인 사순 시기를 보낸 우리는 파스카 축제를 통해 새로운 삶으로 부활했습니다. 부활한 우리는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이란 바로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리고 사랑의 최고 행위는 “용서와 화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에게 잘못한 형제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 18,22 참조) 우리가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았으니 우리도 우리에게 잘못한 형제를 용서해야 합니다. 화해하는 사랑의 행위가 바로 하느님을 닮아 가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올해 사목교서를 통해 한 해를 “용서와 화해의 해”로 살아가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조건 없이 하느님께 용서를 받은 신앙인은 다른 이가 자신에게 지은 죄를 용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들의 죄를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며 기도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는 참회와 회개의 사순 시기를 거쳐 예수님의 부활을 맞았습니다. 부활의 삶은 일상에서 거듭 새롭게 태어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 것입니다. 바로 용서와 화해를 통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삶입니다. 
“우리의 이기심과 자아도취를 뒤로하고 예수님의 파스카를 향해 돌아섭시다.”(교황 프란치스코, 「사순 시기 담화문」) 죄와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해방시키고 새 삶을 주셨습니다. 이제 새 삶을 얻은 우리가 이웃과 모든 피조물들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이 가져온 해방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여러분의 매일 매순간이 부활의 삶이 되기를 희망하며 기도드립니다.


2019년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 환 길(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