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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년 교구장 성탄 메시지
   2019/12/24  11:30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습니다.”(요한 1,9)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추운 겨울 밤,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에 아기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교회는 이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마다 성탄절을 지내며 구세주의 오심을 기념하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일 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 가까이에 성탄을 지내는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둠이 가장 깊을 때 빛은 더 밝게 빛나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교회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우리 신앙의 보화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우리 가운데 보내시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은 놀라운 구원 신비의 시작입니다. 구세주께서 위대한 왕이나 권력자의 모습이 아니라, 시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나약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인간의 생각을 초월합니다. 대개 세상 사람들은 권력으로 남들을 억누르며 더 높아지려고 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 더 부유해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구세주께서는 더 낮은 모습으로, 더 나약한 모습으로 오셔서 사랑을 가르치십니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춥고 어두운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테러와 범죄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음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 가는 어린 아이들도 아직 많습니다. 이런 위험을 피해 자유세계를 찾아오는 난민은 넘쳐 나고 있지만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강대국들은 난민의 어려움을 외면합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해지고, 서로 간의 혐오와 증오의 골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정치 상황은 불안하고, 경제 현실은 어렵기만 합니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많은 노인들이 가난과 외로움에 처해 있습니다.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혼란과 경기 침체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겁게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맞는 성탄절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빛이 어두운 세상을 밝고 따스하게 해 주는 것처럼, 예수님의 성탄이 이 사회를,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을 더욱 밝고 따스하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기쁜 성탄을 맞이하여 우리 마음 안에 빛을 밝힙시다. 그 빛으로 세상을 더욱 밝고 따스하게 밝혀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는 2018년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아, 초대 교구장이셨던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 우리 교구를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께 봉헌했던 그 정신으로, 그리고 루르드의 성모님께서 주셨던 메시지대로 삼 년을 살고자 하였습니다. 첫해를 ‘회개의 해’로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용서와 화해의 해’를 살았으며, 2020년 새해에는 ‘치유의 해’를 살고자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특별 전교의 달’ 선포가 있었고, 우리 교구는 ‘냉담교우 회두와 선교’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교우들이 노력하고 활동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교우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새해에도 계속 이러한 활동을 펼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구는 2020년 새해를 ‘치유의 해’로 살고자 합니다. 우선 우리 교구민들이 대내외적으로 입은 상처에 대해 성모님께서 치유의 은혜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가톨릭 신자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가 되고 선물이 되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상처 난 현실을 치유하는 데 있어서 우리 교우들이 먼저 노력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끊임없이 기도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실천하려는 노력들을 좀 더 기울였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새해에는 우리가 특별히 성체를 공경할 뿐만 아니라 성체를 자주 영하고 성령의 은혜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 힘으로 먼저 나 자신이 치유되고, 치유 받은 내가 나아가 다른 상처 입은 이웃들을 치유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치유를 위해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성탄을 기뻐하며 축하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울러 2020년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인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남북한이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도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열심히 기도합시다.

 

다시 한 번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2019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