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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2022/04/16  23:28

부활(復活)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5-6)

 

1.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고자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지만, 마침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는 누구나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러니 부활 사건은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인간에게 운명처럼 뿌리내린 죄와 죽음의 세력은 꺾이고 하느님 자녀로서의 새로운 삶이 주어졌습니다. 이러한 신앙을 바탕으로 우리는 희망을 품고 기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2.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는 이 세상은 여전히 밝지만은 않습니다. 세상은 질병과 전쟁,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문화, 온갖 갈등으로 인한 분열, 환경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먼저,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의 상황은 막바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기세가 맹렬합니다. 그로 인해 나빠진 경제 상황으로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전쟁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죽거나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밖의 많은 분쟁 지역에서도 전쟁과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난민들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많은 갈등과 분열을 야기합니다.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마스크와 일회용품 사용의 폭증은 환경보호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무력하게 합니다. “공동의 집”인 우리 지구는 환경오염과 온난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세상은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여 축하를 나누고 있지만, 현실은 마치 죽음의 세력이 승리한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3. 이러한 현 상황 속에서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부활의 기쁨을 어떻게 전하며, 부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죽음의 세력이 아직도 기세를 떨치는 세상 한가운데서 부활을 맞이한 우리 신앙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올해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는 동안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합시다.”(갈라 6,9-10)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들려주시며, 상황이 어렵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인내의 은총을 얻기 위해 기도하자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시대에 구원의 씨앗을 심으면서 영원한 생명이라는 위대한 희망으로 지상의 희망에 생기를 줍니다. 산산이 부서진 꿈들에 대한 씁쓸한 낙담, 눈앞에 놓인 도전들에 대한 깊은 걱정, 턱없이 부족한 자원에 대한 좌절은 우리가 이기주의에 갇히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에 숨어 버리려는 유혹을 받게 할 수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사순시기 담화문」) 교황께서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우리 삶의 악을 뿌리 뽑으며, 적극적인 애덕으로 선행을 해 나가자고 독려하셨습니다.

 

4. 우리도 희망을 가집시다. 낙심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 땅을 뚫고 새싹이 움트듯, 두꺼운 껍데기를 깨고 병아리가 태어나듯, 애벌레가 고치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 내어 나비가 되어 날아가듯 이 어두운 현실을 이겨 내고 부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의 시작을 맞았습니다. 과학적이고 철저한 방역으로 감염병을 이겨 내고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렸던 신앙생활을 다시 회복해 나갑시다. 성당에 모이기 힘들다는 이유로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끼리 비대면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편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핑계 삼아 영적 나태함을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과의 만남’이며,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모임’입니다. 감염병의 위험은 이러한 만남을 방해했지만, 이제 다시 일상을 회복하면서 우리는 교회에 모여 하느님을 만나야 하고, 하느님 백성인 형제들과 만나야 할 것입니다.

 

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 공동체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장기 사목 계획 아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주제의 두 번째 해로서, 하느님 말씀에 힘입어 하느님 말씀 안에서 힘과 희망을 얻어 기쁘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 안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말씀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갈 때, 어두운 세상 안에 살면서도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하느님 자녀로서의 삶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교회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과 분쟁, 기후 변화, 차별, 폭력, 박해 같은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세계적 위기 속에서 우리는 ‘함께 가는 여정’을 걸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시노드를 열어 하느님 말씀과 형제자매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하셨습니다. 지금은 교회와 세계 모두에게 결단의 시기입니다. 우리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고, 한 몸의 여러 지체를 이루며 각자 고유한 가치와 역할을 가집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경청하며, 그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야 하겠습니다.

 

6. 다시 한 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여러분의 매순간이 부활의 삶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부활(復活)’이란 말 그대로 다시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삶은 이전과 같은 삶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삶입니다. 과거의 악습에 물든 ‘죽은 삶’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득 찬 ‘새로운 삶’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삶을 보고 세상이 희망을 갖게 합시다. 세상이 죽음의 세력을 이기고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여, 다시 삶으로 나아가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22년 4월 17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