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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비의 특별 희년 교구장 담화문
   2015/12/10  0:46

인자하신 아버지의 자녀답게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2코린 1,3)이신 주님께서 모든 교구민에게 은총과 자비를 베푸시고 강복하시기를 빕니다. 지난 4월 11일에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께서는 칙서 『자비의 얼굴』을 반포하시어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로부터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지내도록 정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이 희년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자비를 베푸시는 아버지의 뚜렷한 표지”(『자비의 얼굴』 3항)가 되어 너그러우시고 인자하신 하느님을 세상에 더욱 힘차게 선포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자비하신 아버지를 바라보고 그분을 닮고자 노력함으로써 그 자신이 참된 행복을 누릴 뿐 아니라, 용서와 관대함의 자취가 날로 희미해져 가는 이 세상에서 “자비의 관리자요 분배자”(11항)가 되어 희망을 전파할 수 있게 됩니다. 로마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聖門)을 여시는 교황님과 결합하여, 저도 오는 대림 제3주일에 주교좌 계산성당의 문을 열며 주님의 은혜의 해가 열렸음을 기쁜 마음으로 선포할 것입니다.

 

   구약 시대에 희년(禧年)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빚을 탕감해 주고 노예를 해방하며 담보로 잡은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해였습니다(레위 25,8~10 참조). 50년마다 돌아오는 이 희년에 구약 백성들은 사람의 제도나 관습 때문에 어그러진 하느님의 질서를 본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자 했습니다. 교회는 이 희년의 정신에 따라 25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성년(聖年)을 선포하여 대사를 베풉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로 이 주기와 상관없이 성년을 선포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교황님께서 제정하신 ‘자비의 특별 희년’이 바로 그러한 경우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특별 희년이 단지 대사의 은혜를 받는 기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한 해가 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사실 희년의 본래 정신은 자비이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른 질서도 자비입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가 입은 자비는 형제들에게 “매정한 종”(9항, 마태 18,23~35 참조)이 되지 말고 오히려 자비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도록 촉구합니다. 그러므로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의 인자하심을 우리의 행동 양식으로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인 것입니다. 

 

   사랑으로 완성된 정의는 보복과 처벌을 원하지 않고 오히려 자비를 베풉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용서”(20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화해의 성사를 통해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일은 이 자비의 희년에 특별한 중요성을 갖습니다.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하느님께서 맡기신 이 직무에 더욱 충실하여,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들을 반기러 뛰어나가는 아버지”(17항)가 되려고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이 결의와 헌신의 표지로 교구에서는 성모당에 상설 고해소를 마련하여 운영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지겨워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기쁘게 용서해 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미 교구 공문을 통해 알린 바와 같이 이 특별 희년에 수여되는 대사는, 대구대교구 안에서는 주교좌 계산성당과 교구 100주년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2016년 5월 15일 봉헌식 후), 성모당, 관덕정순교기념관, 복자성당, 한티순교성지, 진목정성지, 신나무골성지, 죽도성당, 가실성당 등을 순례하고 통상적으로 대사를 받기 위한 준비와 기도를 한 이들에게 주어집니다. 많은 교우들이 대사의 은혜를 누리는 가운데 우리의 모든 죄보다 훨씬 더 강하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저는 가정의 성화를 오는 한 해 우리 교구의 사목 지표로 삼은 바 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사람이 되시고 또 성모님과 요셉 성인과 함께 가정생활을 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약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오히려 은총으로 북돋아 주십니다. 이 자비의 희년에 특별히 상처받은 가정들, 위기에 처한 부모들과 자녀들, 그리고 버림받은 태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다정한 한 마디의 말과 잡아주는 손길을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님께서는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희년에 너그러우시고 사랑이 넘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우리의 생활 태도와 언행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드러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심판하러 오지 않으시고 오히려 구원하러 오신 주 예수님의 인자하심에 의탁하며, 특별히 자비의 모후이신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와 성 이윤일 요한, 그리고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께서 우리 교구와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 환 길(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