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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8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
   2018/03/31  19:44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요한 20,1)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갖 수난과 모욕을 겪으시고 결국 십자가에 달리시어 죽음을 맞으셨지만 하느님께서는 철저히 당신 뜻을 따르신 예수님을 다시 살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죽여야 다시 산다는 것을,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자연을 보면 부활의 신비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겨울, 우리는 유례없이 혹독한 추위를 겪었습니다. 폭설과 겨울 폭풍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었습니다. 나무는 잎을 모두 떨구고 딱딱한 가지만 남아 찬바람을 맞으며 죽은 듯이 겨울을 납니다. 죽음의 세력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린 것 같은 겨울이었지만, 어김없이 따스한 봄날은 찾아오고, 죽은 것 같던 나무도 조금씩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아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봄꽃도 일제히 피어 봄이 왔음을,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그렇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부활(復活)”의 계절입니다. 모든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에게 부활 사건은 “희망”이 됩니다. 우리도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 그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시련과 환난의 십자가길, 그 끝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겠지만 우리는 주저하거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죽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죽음 너머에 부활과 영원한 생명, 우리의 구원이 있음을 압니다.
 

근래 교구는 많은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의 고난과 시련을 이겨 내고 회개와 쇄신을 이루어 주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 교회도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죽음의 세계와 이 세상을 가로막고 있던 무거운 돌이 치워지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무덤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어둠의 세력이 막아 놓은 무거운 돌을 치우고 무덤 밖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그 길은 바로 회개와 쇄신입니다. 교구 내의 모든 사제단, 모든 신자 공동체가 쇄신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여 회개하는 것만이 쇄신으로 나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교구는 새로운 백 년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모당 봉헌 백 주년을 맞았습니다. 올해 저는 사목교서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에서 밝힌 것처럼 드망즈 주교님의 원의를 이어 성모님께 다시 세 가지를 청하고 약속했습니다. “교구의 쇄신과 발전”, “성소자 발굴과 사제양성을 위한 은총”,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과 복음의 기쁨이 충만한 본당과 가정”을 이룰 수 있기를 말입니다. 사목교서 실천의 첫 해로 우리는 올해를 “회개의 해”로 삼았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철저히 자각하고 주님께로 향하는 마음으로 회개하며 쇄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부활을 사는 우리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이날, 저는 교구장으로서 우리의 십자가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모욕과 모함, 수난과 고통, 죽음을 감내하고 받아들이셨듯이, 우리도 나에게 주어지는 시련들을 잘 이겨 내고 스스로 쇄신의 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옛것을 죽이고 회개하여, 주님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故) 김수환 추기경께서 생전에 하셨던 말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겸허한 대지처럼 우리 모두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 자신을 낮추어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지는 겸허합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내려 서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아래 있고 짓밟힙니다.
세상의 모든 더러움과 썩고 죽은 것까지 받아들입니다.
그리하여 대지는 부패와 죽음을 극복하고
이를 오히려 밑거름으로 삼아 새로운 생명을 낳습니다.
그리스도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아멘.


2018년 4월 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 환 길(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