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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0년 제53회 평신도주일 담화
   2020/11/08  9:1

두려워하지 말고 그분과 함께 제자리를 찾읍시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쉰세 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들에게 고유한 소명과 사명을 되새기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살 것을 다짐하고 격려하는 날입니다. 


우리 평신도에게 고유한 소명과 사명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속 안에서 누룩과 소금의 역할을 하여 우리 가정과 직장과 사회가 하느님 보시기에 좋게 바뀌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를 밝히는 빛이 되어 온 세상 사람들을 참 빛이신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소명을 지닌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종종 그리스도인답지 않게 살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잘 아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우리를 부르셔서 당신 자녀로 삼으시고 복음의 증인이 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지혜”(1코린 1,24)이신 그분을 통하여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찾기만 하면 그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고,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의에 차 있습니다. 기업의 도산과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가난한 이들은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비대면과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방식의 친교와 소통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신자들의 성사 생활과 공동체 활동도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을,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언어와 인종과 국경의 장벽을 넘어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이 고립적이지 않으며, 인류와 자연을 포함한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공동체적 운명을 지닌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자기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삶에서 돌아서서 모두가 운명공동체임을 자각하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야 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물론 이런 삶을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하고 우리를 격려하시는 주님의 도움에 힘입어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초래한 이 엄중한 상황을 능히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값진 유산들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가톨릭 사회교리가 그것입니다. 인간 존엄성, 공동성, 연대성, 보조성,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같은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들은 오늘날 여전히 적절하고 유효한 길잡이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최근에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온갖 장벽과 경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설정 120주년을 바라보면서 2030년까지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교구장님께서는 장기적인 사목 방향을 세우시고 많은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거기에 맞추어 우리 평신도들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2021년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 살고 실천하신 가장 좋은 본보기이신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아 세속 안에서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도록 불림 받은 우리 평신도들의 소명과 사명을 깊이 되새기고 그 본분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1월 8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평신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