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 축성 미사
2025. 04. 17. 범어대성당
성주간 목요일인 오늘 우리는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를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이 공동 집전함으로써 서로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미사 중에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은 각자 수품 때 했던 서약을 새롭게 하며 자신의 직무에 더욱 충실할 것을 다짐할 것입니다. 서약을 갱신하는 우리 신부님들과 저희 주교님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빕니다.
특히 올해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으시는 천광성 바오로 신부님과 장정식 마티아 신부님, 그리고 사제서품 60주년 회경축을 맞으시는 박원출 토마스 신부님과 이판석 요셉 신부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원출 토마스 신부님께서는 몸이 약간 불편하셔서 참석하시지 못하셨지만 미사 중에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성주간 예식서를 보면 모든 사제는 이 미사에 참여해야 하며,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 함께 모이기 어려우면 파스카에 가까운 다른 날로 앞당겨 성유축성미사를 거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나가사키 대교구는 성주간 화요일에 성유축성미사를 드린다고 합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섬에 있는 본당에서 사목하시는 신부님들이 성유축성미사에 참례하고 돌아가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미사를 드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라고 하였습니다.
하여튼 성유축성미사를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 하든지, 아니면 파스카 가까운 다른 날에 할 수 있게 한 것은 다가오는 부활 미사에 세례성사나 견진성사가 있는 본당이 많기에 그때 사용할 성유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달 ‘빛’ 잡지에 소형섭 신부님께서 성유 축성에 대하여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성유 축성 미사에는 세 가지 기름이 준비되는데, 사실 세 가지 기름이 다 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축성 성유만 축성되고, 예비신자 성유와 병자 성유는 축복되는 것입니다.
‘축복(Benedictio)’은 하느님의 복과 은혜를 빌어주는 행위로서 여러 번 받을 수 있습니다. 예비신자 기간 중에 예비신자들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 예비신자 기름을 여러 차례 바를 수 있고, 병자들의 고통과 근심을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해 병자 성유도 여러 차례 바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축성(Consecratio)’은 하느님께 봉헌하여 그 사물을 거룩하게 하는 것, 즉 한 번의 축성으로 영원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소유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세례성사나 견진성사, 그리고 성품성사는 한 번만 받은 것입니다. 축성은 하느님의 것으로 따로 거룩하게 구별해 놓는다는 성별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축성 성유를 받아 하느님 자녀의 지위와 성령의 인호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넓은 의미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축성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사제는 사제 서품 때 축성 성유를 받아 하느님의 일꾼이요 백성의 봉사자로서 영원히 사제 직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탈출기 30,30을 보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너는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기름을 부어 그들이 사제로서 나를 섬기도록 성별하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신부님들이 사제가 되고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이고 은총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하여 우리 신부님들이 자신이 받은 직무에 늘 기쁘고 감사하면서, 그리고 보람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지난주 목요일(4월 10일)에 안동교구의 초대 교구장이셨던 두봉 레나도 주교님께서 만 95세의 일기로 선종하셨습니다. 2년 전 사제서품 70주년을 맞이하였을 때 주교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사제로 산 70년 동안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하늘나라로 거처를 옮길 때 하느님께 칭찬받을 일은 사제가 된 것입니다.”
두봉 주교님께서는 1953년에 사제로 서품받으시고 그 이듬해 우리나라에 오셔서 71년 동안 기쁘고 떳떳하게, 정말 훌륭한 삶을 사셨고, 우리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사실 우리가 성직자로 살든, 수도자로 살든, 평신도로 살든 그냥 적당하게 살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잘 살려고 하면, 그러니까 제대로 살려고 하면 그냥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낭만 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드라마의 한 시리즈가 끝나면서 이런 멘트가 나왔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과 마주하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날마다 닥치는 일을 묵묵히, 그리고 기쁘게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닥터 김사부가 후배 의사에게 이런 말을 하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환자는 의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의사는 환자를 선택할 수 없어. 어떤 환자든 최선을 다하여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도리야. 내가 왜 의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의사로 사는지,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는 날 낭만도 사라진다.”
저를 포함하여 우리는 완전한 사람이 아닙니다.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고,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지금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분야에서도 좋지 않지만, 특히 정치적인 갈등과 분열이 너무 심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은 계엄과 탄핵의 시간을 겪어야 했었고, 이제는 대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 신자들에게서 자주 들려오는 주된 이야기가 무엇이냐 하면, ‘우리 신부님, 강론 시간에 정치 이야기 그만하면 좋겠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언론에 다 나온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고, 그리고 한쪽 편을 든다는 것입니다.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들은 두 편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 경기 중계를 TBC 대구방송 라디오에서 매일 하는데, 운전하다가 가끔 들어보면 편파방송을 합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늘 삼성 편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가 대구이고 스포츠 중계니까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슈와 발언은 매우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정치적인 생각이나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친한 사람들끼리 사적으로 피력하시고, 강론 시간이나 신자들의 모임에서는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형제끼리도, 부자간에도 갈라지게 만드는 것이 정치적인 이념인 것입니다. 가끔 어떤 신자들도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퍼 나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도 자제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동이 갈등과 분열을 더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장미대선이라고 하는데, 잘못하다가는 장미전쟁이 될까 염려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번 대선에서는 심각한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좋은 지도자가 뽑힐 수 있도록, 그리고 위정자들이 사심을 떠나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격려하고 권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5년 정기 희년을 맞이하여 우리 교회가 더욱 환대하는 교회, 열린 교회가 됨으로써 세상에 희망의 표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느님, 성령의 도유로 성자를 주님이신 그리스도로 세우셨으니, 저희도 함께 축성하시어 현세에서 구원의 증인이 되게 하소서. 아멘.”(성유축성미사 본기도)
2025. 04. 17. 범어대성당
성주간 목요일인 오늘 우리는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를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이 공동 집전함으로써 서로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미사 중에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은 각자 수품 때 했던 서약을 새롭게 하며 자신의 직무에 더욱 충실할 것을 다짐할 것입니다. 서약을 갱신하는 우리 신부님들과 저희 주교님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빕니다.
특히 올해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으시는 천광성 바오로 신부님과 장정식 마티아 신부님, 그리고 사제서품 60주년 회경축을 맞으시는 박원출 토마스 신부님과 이판석 요셉 신부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원출 토마스 신부님께서는 몸이 약간 불편하셔서 참석하시지 못하셨지만 미사 중에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성주간 예식서를 보면 모든 사제는 이 미사에 참여해야 하며,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 함께 모이기 어려우면 파스카에 가까운 다른 날로 앞당겨 성유축성미사를 거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나가사키 대교구는 성주간 화요일에 성유축성미사를 드린다고 합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섬에 있는 본당에서 사목하시는 신부님들이 성유축성미사에 참례하고 돌아가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미사를 드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라고 하였습니다.
하여튼 성유축성미사를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 하든지, 아니면 파스카 가까운 다른 날에 할 수 있게 한 것은 다가오는 부활 미사에 세례성사나 견진성사가 있는 본당이 많기에 그때 사용할 성유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달 ‘빛’ 잡지에 소형섭 신부님께서 성유 축성에 대하여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성유 축성 미사에는 세 가지 기름이 준비되는데, 사실 세 가지 기름이 다 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축성 성유만 축성되고, 예비신자 성유와 병자 성유는 축복되는 것입니다.
‘축복(Benedictio)’은 하느님의 복과 은혜를 빌어주는 행위로서 여러 번 받을 수 있습니다. 예비신자 기간 중에 예비신자들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 예비신자 기름을 여러 차례 바를 수 있고, 병자들의 고통과 근심을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해 병자 성유도 여러 차례 바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축성(Consecratio)’은 하느님께 봉헌하여 그 사물을 거룩하게 하는 것, 즉 한 번의 축성으로 영원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소유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세례성사나 견진성사, 그리고 성품성사는 한 번만 받은 것입니다. 축성은 하느님의 것으로 따로 거룩하게 구별해 놓는다는 성별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축성 성유를 받아 하느님 자녀의 지위와 성령의 인호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넓은 의미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축성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사제는 사제 서품 때 축성 성유를 받아 하느님의 일꾼이요 백성의 봉사자로서 영원히 사제 직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탈출기 30,30을 보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너는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기름을 부어 그들이 사제로서 나를 섬기도록 성별하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신부님들이 사제가 되고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이고 은총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하여 우리 신부님들이 자신이 받은 직무에 늘 기쁘고 감사하면서, 그리고 보람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지난주 목요일(4월 10일)에 안동교구의 초대 교구장이셨던 두봉 레나도 주교님께서 만 95세의 일기로 선종하셨습니다. 2년 전 사제서품 70주년을 맞이하였을 때 주교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사제로 산 70년 동안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하늘나라로 거처를 옮길 때 하느님께 칭찬받을 일은 사제가 된 것입니다.”
두봉 주교님께서는 1953년에 사제로 서품받으시고 그 이듬해 우리나라에 오셔서 71년 동안 기쁘고 떳떳하게, 정말 훌륭한 삶을 사셨고, 우리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사실 우리가 성직자로 살든, 수도자로 살든, 평신도로 살든 그냥 적당하게 살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잘 살려고 하면, 그러니까 제대로 살려고 하면 그냥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낭만 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드라마의 한 시리즈가 끝나면서 이런 멘트가 나왔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과 마주하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날마다 닥치는 일을 묵묵히, 그리고 기쁘게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닥터 김사부가 후배 의사에게 이런 말을 하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환자는 의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의사는 환자를 선택할 수 없어. 어떤 환자든 최선을 다하여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도리야. 내가 왜 의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의사로 사는지,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는 날 낭만도 사라진다.”
저를 포함하여 우리는 완전한 사람이 아닙니다.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고,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지금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분야에서도 좋지 않지만, 특히 정치적인 갈등과 분열이 너무 심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은 계엄과 탄핵의 시간을 겪어야 했었고, 이제는 대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 신자들에게서 자주 들려오는 주된 이야기가 무엇이냐 하면, ‘우리 신부님, 강론 시간에 정치 이야기 그만하면 좋겠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언론에 다 나온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고, 그리고 한쪽 편을 든다는 것입니다.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들은 두 편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 경기 중계를 TBC 대구방송 라디오에서 매일 하는데, 운전하다가 가끔 들어보면 편파방송을 합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늘 삼성 편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가 대구이고 스포츠 중계니까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슈와 발언은 매우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정치적인 생각이나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친한 사람들끼리 사적으로 피력하시고, 강론 시간이나 신자들의 모임에서는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형제끼리도, 부자간에도 갈라지게 만드는 것이 정치적인 이념인 것입니다. 가끔 어떤 신자들도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퍼 나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도 자제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동이 갈등과 분열을 더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장미대선이라고 하는데, 잘못하다가는 장미전쟁이 될까 염려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번 대선에서는 심각한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좋은 지도자가 뽑힐 수 있도록, 그리고 위정자들이 사심을 떠나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격려하고 권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5년 정기 희년을 맞이하여 우리 교회가 더욱 환대하는 교회, 열린 교회가 됨으로써 세상에 희망의 표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느님, 성령의 도유로 성자를 주님이신 그리스도로 세우셨으니, 저희도 함께 축성하시어 현세에서 구원의 증인이 되게 하소서. 아멘.”(성유축성미사 본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