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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말씀
라루 선장과 성심당, 그리고 두봉 주교님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성야 강론)
  •   2025-04-24
  •   825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성야

 

2025. 04. 19. 범어대성당

 

주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우리나라와 온 세계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많은 어려움과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몇몇 나라는 아직도 전쟁을 하고 있고, 또 어떤 나라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기도 하며, 어떤 나라는 지진이나 자연재해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뜻하지 않는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다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은 우리 구원을 위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과 잘못된 판단과 이기심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나의 힘없는 어린양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시고 그들의 용서를 위해 성부께 기도하시고는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하시며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오늘 부활하셨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24,1-12)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5-6)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는 부활 신앙을 믿는 사람입니다. 부활을 믿지 않으면 그리스도 신자라 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주일마다 신앙고백을 하면서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하고 말합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60명의 예비신자들이 세례성사를 받고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오늘 서간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이 말씀처럼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되살아나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기쁜 날이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믿고 우리의 영원한 삶을 믿는 사람으로서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활의 삶이 어떤 삶입니까? 기쁘고 떳떳하게 살면서 주님의 부활을 증거하는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달 들어 세 번 안동을 다녀왔습니다. 산불 피해 때문에 격려하러 안동교구청과 경북도청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두봉 주교님께서 선종하셔서 연도와 장례를 다녀왔습니다.

두봉 주교님께서는 지난달 둘째 월요일과 화요일에 안동교구 농은 수련원에서 있었던 주교 영성 모임에서 뵈었고 옆에서 식사도 같이하였는데, 꼭 한 달 만에 하느님 나라에 가셨습니다.

두봉 주교님께서는 당신을 소개하면서 두견새 ‘두’자에 봉우리 ‘봉’자를 쓴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산봉우리에서 우는 두견새’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시려고 하신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친절하게 대하시고, 어떤 일을 하시든지 늘 기쁘고 떳떳하게 하셨습니다. 이런 삶이 부활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전’이라고 하면 제일 유명한 데가 어딥니까? 많은 사람들이 성심당 빵집을 듭니다. 대전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성심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첫 페이지에 ‘1956 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이라는 제목이 나오고, 이어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흥남 부두 철수 작전 후 대전에 도착해 대흥동성당의 오기선 신부에게 받은 밀가루 두 포대가 성심당의 시작이 되어 오늘의 기적이 되었습니다.”

한 10여 년 전에 대전 성 정하상 교육관에서 주교 영성 모임이 있었는데 성심당 창립자의 며느리 되시는 분이 오셔서 시어른께서 어떻게 빵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정신과 영성으로 빵집을 운영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1950년 12월에 있었던 흥남 철수 작전 때 시어른이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남한으로 피난을 왔다고 하였습니다.

그 배의 선장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레너드 라루’입니다. 두봉 주교님 원래 프랑스어 이름이 ‘르네 뒤퐁’인데, 세례명이 같지 않은가 싶습니다. ‘르네’를 영어로 ‘레너드’라고 부른는 것 같습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어느 날 갑자기 성 베네딕토회 뉴톤 수도원에 들어가서 2001년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을 수도원 농장을 가꾸면서 평수사로 살았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세계가정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뉴저지의 뉴톤 수도원에 들러서 레너드 라루 수사님의 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성 베네딕토 수도회에서 이분을 지금 시복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습니다만, 성심당 창립자이신 임길순님이 남한으로 피난 와서 거제인가 부산인가에서 사시다가 아무래도 서울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기차를 탔는데 기차가 대전에 와서 고장이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전에서 살게 되었고, 매일 성당에 가고 싶어서 대흥동성당 가까이에 집을 얻어서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 성당에서 주는 미국 가톨릭 원조품 밀가루를 받아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1956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당시 두봉 주교님께서 대흥동성당 보좌신부를 하고 계셨습니다. 주교님 연혁을 찾아보니까 1955년부터 65년까지 대흥동성당 보좌신부를 하셨습니다. 그 당시 성심당에서 빵을 만들어 팔고 나면 남은 것을 그 주인과 두봉 신부님이 고아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성심당 홈페이지의 두 번째 장면에 이런 글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되며, ‘맛있는 빵, 경이로운 빵, 생명의 빵’을 통해 사랑의 문화를 이루어 가겠습니다.”

제가 성심당을 선전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정신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심당 이야기나, 레너드 라루 선장 이야기나, 두봉 주교님의 삶이 바로 우리가 살아야 할 부활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그분들처럼 기쁘고 떳떳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2025. 04. 19. 범어대성당

 

주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우리나라와 온 세계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많은 어려움과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몇몇 나라는 아직도 전쟁을 하고 있고, 또 어떤 나라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기도 하며, 어떤 나라는 지진이나 자연재해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뜻하지 않는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다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은 우리 구원을 위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과 잘못된 판단과 이기심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나의 힘없는 어린양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시고 그들의 용서를 위해 성부께 기도하시고는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하시며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오늘 부활하셨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24,1-12)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5-6)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는 부활 신앙을 믿는 사람입니다. 부활을 믿지 않으면 그리스도 신자라 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주일마다 신앙고백을 하면서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하고 말합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60명의 예비신자들이 세례성사를 받고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오늘 서간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이 말씀처럼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되살아나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기쁜 날이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믿고 우리의 영원한 삶을 믿는 사람으로서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활의 삶이 어떤 삶입니까? 기쁘고 떳떳하게 살면서 주님의 부활을 증거하는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달 들어 세 번 안동을 다녀왔습니다. 산불 피해 때문에 격려하러 안동교구청과 경북도청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두봉 주교님께서 선종하셔서 연도와 장례를 다녀왔습니다.

두봉 주교님께서는 지난달 둘째 월요일과 화요일에 안동교구 농은 수련원에서 있었던 주교 영성 모임에서 뵈었고 옆에서 식사도 같이하였는데, 꼭 한 달 만에 하느님 나라에 가셨습니다.

두봉 주교님께서는 당신을 소개하면서 두견새 ‘두’자에 봉우리 ‘봉’자를 쓴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산봉우리에서 우는 두견새’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시려고 하신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친절하게 대하시고, 어떤 일을 하시든지 늘 기쁘고 떳떳하게 하셨습니다. 이런 삶이 부활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전’이라고 하면 제일 유명한 데가 어딥니까? 많은 사람들이 성심당 빵집을 듭니다. 대전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성심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첫 페이지에 ‘1956 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이라는 제목이 나오고, 이어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흥남 부두 철수 작전 후 대전에 도착해 대흥동성당의 오기선 신부에게 받은 밀가루 두 포대가 성심당의 시작이 되어 오늘의 기적이 되었습니다.”

한 10여 년 전에 대전 성 정하상 교육관에서 주교 영성 모임이 있었는데 성심당 창립자의 며느리 되시는 분이 오셔서 시어른께서 어떻게 빵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정신과 영성으로 빵집을 운영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1950년 12월에 있었던 흥남 철수 작전 때 시어른이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남한으로 피난을 왔다고 하였습니다.

그 배의 선장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레너드 라루’입니다. 두봉 주교님 원래 프랑스어 이름이 ‘르네 뒤퐁’인데, 세례명이 같지 않은가 싶습니다. ‘르네’를 영어로 ‘레너드’라고 부른는 것 같습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어느 날 갑자기 성 베네딕토회 뉴톤 수도원에 들어가서 2001년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을 수도원 농장을 가꾸면서 평수사로 살았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세계가정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뉴저지의 뉴톤 수도원에 들러서 레너드 라루 수사님의 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성 베네딕토 수도회에서 이분을 지금 시복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습니다만, 성심당 창립자이신 임길순님이 남한으로 피난 와서 거제인가 부산인가에서 사시다가 아무래도 서울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기차를 탔는데 기차가 대전에 와서 고장이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전에서 살게 되었고, 매일 성당에 가고 싶어서 대흥동성당 가까이에 집을 얻어서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 성당에서 주는 미국 가톨릭 원조품 밀가루를 받아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1956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당시 두봉 주교님께서 대흥동성당 보좌신부를 하고 계셨습니다. 주교님 연혁을 찾아보니까 1955년부터 65년까지 대흥동성당 보좌신부를 하셨습니다. 그 당시 성심당에서 빵을 만들어 팔고 나면 남은 것을 그 주인과 두봉 신부님이 고아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성심당 홈페이지의 두 번째 장면에 이런 글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되며, ‘맛있는 빵, 경이로운 빵, 생명의 빵’을 통해 사랑의 문화를 이루어 가겠습니다.”

제가 성심당을 선전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정신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심당 이야기나, 레너드 라루 선장 이야기나, 두봉 주교님의 삶이 바로 우리가 살아야 할 부활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그분들처럼 기쁘고 떳떳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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