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총대리
Archbishop/Bishop
자비로이 부르시니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미사 강론)
|
|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미사
2025. 04. 23. 계산주교좌성당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님께서 2022년 12월 31일에 선종하셔서 제가 2023년 1월 4일에 이곳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드렸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4개월여 만에 다시 이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추모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두 교황’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의 주인공 두 분이 이제 하느님 나라로 다 가시고 말았습니다. 그 영화에도 나옵니다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교구장 추기경일 때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듣고 콘클라베를 위해 로마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교황으로 선출되는 바람에 당신 교구로 돌아오시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이 2013년 3월이었습니다. 그 다음 해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나라를 방문하셔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선시대의 순교자 124분을 복자로 선포하시는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복자 124위에는 대구의 순교자 20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는 대전교구에서 열리고 있던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셔서 청년들을 만나시고 격려해 주셨던 것입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2년 몇 개월 후면 서울과 각 교구에서 열리게 될 것입니다. 세계청년대회의 주최자가 교황님이십니다. 교황님께서 세계청년들을 한국(서울)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다시 우리나라에 오시리라 기대하였는데, 다음 교황님께서 참석하시게 되었습니다. 교황님의 선종으로 온 세상이 슬픔에 잠겨있습니다만, 우리는 교황님을 잘 배웅해 드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교황님께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이제는 아버지 품에서 편히 쉬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9월 셋째 주에 1주일간 한국천주교회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 방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 교황님 알현이 있었는데, 불편하신 몸으로 걸어오셔서 한 사람 한 사람 악수하시고 난 뒤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교황님께서 한 5분 정도 말씀하시고 우리더러 질문하면 대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한 주교님께서 어떻게 하면 주교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질문하였더니 “잘 먹고 잘 자고 기쁘게 사십시오.”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하여 한 시간 반 정도 저희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머무시는 집이 ‘성녀 마르타 집’입니다. 교황청에서 근무하는 일부 성직자들이 머무는 공동 사제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청을 방문하는 주교들이 임시로 머무는 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작년 사도좌 방문 때 그 집에서 머물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점심때나 저녁 식사 때 저희와 같은 식당에서 교황님께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간혹 뵙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더러 일부러 인사하려고 하지 말고 편히 식사하라고 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올해 들어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에 폐렴으로 입원하셔서 한 달 이상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지난 3월 말경에 퇴원하셔서 성녀 마르타 집에 머무시면서 신자들에게 한 번씩 나타나시기도 하셨습니다. 지난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있었던 병자와 의료인들의 희년 행사에도 잠시 나오셨고, 지난 성 목요일에는 해마다 하시던 대로 로마의 한 교도소를 방문하여 세족례는 하시지 못하셨지만, 간단한 격려의 말씀을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부활절 미사에도 잠시 참석하셨으며 정오에는 교황청 발코니에서 간단한 부활 인사말과 교황 강복을 주셨습니다. 로마에서 유학하는 어느 신부님이 부활절 저녁에 저에게 보냈던 메일을 보니까 그날 교황님께서 강복을 주신 후에, 하시던 대로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을 오픈카로 한 바퀴 돌면서 어린이에게 축복도 하시고 들어가셨다고 전해주었습니다. 편찮으신 몸임에도 불구하고 교황님께서는 예수님처럼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셨고 세상과 교회를 위해 끝까지 봉사하시고 가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부활절 다음 날인 21일은 교구청을 비롯하여 많은 성당이 휴무였습니다. 저도 우리 교구청 사무처팀과 함께 경주로 엠마우스를 떠났습니다. 오늘 마침 복음(루카 24,13-35) 내용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난 뒤에 제자 두 사람이 엠마오라는 동네로 가다가 뜻밖에 예수님을 만나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엠마우스로 경주에 갔다가 오후에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참으로 놀랐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은 알지만, 전날 부활절에도 잠시나마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메시지도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떠나실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는 저나 여러분이나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생각하면 저는 성직자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는 말씀, 교회는 야전병원이라는 말씀, 그리고 교회 안에만 있지 말고 변방으로 나가라는 말씀 등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날 저녁, 아무도 없는 성 베드로 광장을 교황님 홀로 걸어가셔서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는 예수님께 기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교황님은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작은 이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라는 복음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셨던 분이십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마다 함께 하시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그리고 최근에는 산불 피해 때도 위로의 말씀을 주시고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지난 부활절 메시지에서도 다른 분(디에고 라벨리 대주교)이 대독하였지만, 전쟁 종식과 평화와 화해, 그리고 상호 존중과 약자들에 대한 포용을 호소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선종하신 날 유언장이 공개되었습니다. 어제 가톨릭신문 인터넷판에 난 것을 봤습니다만, 2022년 6월 29일에 작성하신 것으로 주로 당신의 장례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일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자비로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 지극히 거룩하신 성삼위의 이름으로, 아멘.
저의 지상 삶이 저물어 감을 느끼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굳은 희망 안에서, 제가 묻힐 자리에 대한 마지막 바람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언제나 저의 삶과 사제직, 주교직을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께 맡겨드려 왔습니다. 그러므로 제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교황 대성전인 성모대성당에서 쉬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중략) 저를 사랑해 주셨고 저를 위하여 계속 기도해 주실 분들에게 주님께서 마땅한 상급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제 삶의 마지막에 맞이하는 고통을, 온 누리의 평화와 만민의 형제애를 위하여 주님께 봉헌합니다.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2022년 6월 29일 프란치스코”
마지막까지 세상의 평화와 형제애를 호소하시며 당신을 봉헌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동시대에 살았고 그분을 뵐 수 있었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참 좋으신 목자를 주셨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미사의 입당송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알렐루야.” 2025. 04. 23. 계산주교좌성당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님께서 2022년 12월 31일에 선종하셔서 제가 2023년 1월 4일에 이곳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드렸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4개월여 만에 다시 이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추모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두 교황’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의 주인공 두 분이 이제 하느님 나라로 다 가시고 말았습니다. 그 영화에도 나옵니다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교구장 추기경일 때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듣고 콘클라베를 위해 로마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교황으로 선출되는 바람에 당신 교구로 돌아오시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이 2013년 3월이었습니다. 그 다음 해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나라를 방문하셔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선시대의 순교자 124분을 복자로 선포하시는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복자 124위에는 대구의 순교자 20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는 대전교구에서 열리고 있던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셔서 청년들을 만나시고 격려해 주셨던 것입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2년 몇 개월 후면 서울과 각 교구에서 열리게 될 것입니다. 세계청년대회의 주최자가 교황님이십니다. 교황님께서 세계청년들을 한국(서울)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다시 우리나라에 오시리라 기대하였는데, 다음 교황님께서 참석하시게 되었습니다. 교황님의 선종으로 온 세상이 슬픔에 잠겨있습니다만, 우리는 교황님을 잘 배웅해 드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교황님께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이제는 아버지 품에서 편히 쉬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9월 셋째 주에 1주일간 한국천주교회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 방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 교황님 알현이 있었는데, 불편하신 몸으로 걸어오셔서 한 사람 한 사람 악수하시고 난 뒤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교황님께서 한 5분 정도 말씀하시고 우리더러 질문하면 대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한 주교님께서 어떻게 하면 주교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질문하였더니 “잘 먹고 잘 자고 기쁘게 사십시오.”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하여 한 시간 반 정도 저희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머무시는 집이 ‘성녀 마르타 집’입니다. 교황청에서 근무하는 일부 성직자들이 머무는 공동 사제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청을 방문하는 주교들이 임시로 머무는 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작년 사도좌 방문 때 그 집에서 머물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점심때나 저녁 식사 때 저희와 같은 식당에서 교황님께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간혹 뵙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더러 일부러 인사하려고 하지 말고 편히 식사하라고 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올해 들어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에 폐렴으로 입원하셔서 한 달 이상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지난 3월 말경에 퇴원하셔서 성녀 마르타 집에 머무시면서 신자들에게 한 번씩 나타나시기도 하셨습니다. 지난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있었던 병자와 의료인들의 희년 행사에도 잠시 나오셨고, 지난 성 목요일에는 해마다 하시던 대로 로마의 한 교도소를 방문하여 세족례는 하시지 못하셨지만, 간단한 격려의 말씀을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부활절 미사에도 잠시 참석하셨으며 정오에는 교황청 발코니에서 간단한 부활 인사말과 교황 강복을 주셨습니다. 로마에서 유학하는 어느 신부님이 부활절 저녁에 저에게 보냈던 메일을 보니까 그날 교황님께서 강복을 주신 후에, 하시던 대로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을 오픈카로 한 바퀴 돌면서 어린이에게 축복도 하시고 들어가셨다고 전해주었습니다. 편찮으신 몸임에도 불구하고 교황님께서는 예수님처럼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셨고 세상과 교회를 위해 끝까지 봉사하시고 가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부활절 다음 날인 21일은 교구청을 비롯하여 많은 성당이 휴무였습니다. 저도 우리 교구청 사무처팀과 함께 경주로 엠마우스를 떠났습니다. 오늘 마침 복음(루카 24,13-35) 내용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난 뒤에 제자 두 사람이 엠마오라는 동네로 가다가 뜻밖에 예수님을 만나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엠마우스로 경주에 갔다가 오후에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참으로 놀랐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은 알지만, 전날 부활절에도 잠시나마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메시지도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떠나실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는 저나 여러분이나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생각하면 저는 성직자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는 말씀, 교회는 야전병원이라는 말씀, 그리고 교회 안에만 있지 말고 변방으로 나가라는 말씀 등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날 저녁, 아무도 없는 성 베드로 광장을 교황님 홀로 걸어가셔서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는 예수님께 기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교황님은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작은 이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라는 복음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셨던 분이십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마다 함께 하시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그리고 최근에는 산불 피해 때도 위로의 말씀을 주시고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지난 부활절 메시지에서도 다른 분(디에고 라벨리 대주교)이 대독하였지만, 전쟁 종식과 평화와 화해, 그리고 상호 존중과 약자들에 대한 포용을 호소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선종하신 날 유언장이 공개되었습니다. 어제 가톨릭신문 인터넷판에 난 것을 봤습니다만, 2022년 6월 29일에 작성하신 것으로 주로 당신의 장례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일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자비로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 지극히 거룩하신 성삼위의 이름으로, 아멘.
저의 지상 삶이 저물어 감을 느끼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굳은 희망 안에서, 제가 묻힐 자리에 대한 마지막 바람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언제나 저의 삶과 사제직, 주교직을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께 맡겨드려 왔습니다. 그러므로 제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교황 대성전인 성모대성당에서 쉬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중략) 저를 사랑해 주셨고 저를 위하여 계속 기도해 주실 분들에게 주님께서 마땅한 상급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제 삶의 마지막에 맞이하는 고통을, 온 누리의 평화와 만민의 형제애를 위하여 주님께 봉헌합니다.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2022년 6월 29일 프란치스코”
마지막까지 세상의 평화와 형제애를 호소하시며 당신을 봉헌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동시대에 살았고 그분을 뵐 수 있었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참 좋으신 목자를 주셨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미사의 입당송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알렐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