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더보기
슬라이드배경

교구장/총대리

Archbishop/Bishop

교구장 말씀
생명을 나눈 은인 (조규원 프란치스코와 김여명 글라라 혼인미사 강론)
  •   2025-06-05
  •   704

조규원 프란치스코와 김여명 글라라 혼인미사

 

2025. 05. 31. 약현성당

 

먼저 오늘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혼인 서약을 맺는 신랑 조규원 프란치스코 군과 신부 김여명 글라라 양에게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서울의 첫 본당이 명동본당이고 두 번째 본당이 이곳 약현본당입니다. 그런데 성당 건물로 보면 약현성당이 명동성당보다 6년 먼저 지어졌습니다. 1892년에 준공되었으니까 130년이 넘었네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한국 최초의 서양식 벽돌 교회 건축물인 아름다운 이 약현성당에서 이 두 사람의 혼인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성당이 건축사적으로도 유명하지만, 2014년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다녀가신 서소문 순교 성지를 바로 앞에서 내려다보며 지키고 있는 성당이기에 한국 교회사적으로도 아주 의미가 깊은 성당입니다. 그리고 이 약현성당은 우리나라 최초로 사제서품식이 거행되었던 곳입니다. 1896년 4월 26일 강도영 마르코,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강성삼 라우렌시오가 이 성당에서 사제로 서품되었던 것입니다. 이분들이 우리나라 3, 4, 5번 신부님들입니다. 신랑 신부 덕분에 저도 오늘 처음으로 이 유서 깊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대구대교구에도 역사가 100년이 넘는 성당이 3개 있습니다. 대구 계산성당, 김천 황금성당, 칠곡 가실성당이 그것입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한국 드라마가 있는데, 보셨나요? ‘폭삭 속았수다.’라는 드라마입니다. 1960년대에 초중고를 다녔던 저희들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로서, 제주도의 어느 어촌에 삶의 근거를 두고 살았던, 3대에 걸친 한 가정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보름 전에 미주 지역에서 선교하시는 우리 교구 신부님들을 격려하고 대구대교구 볼리비아 선교 3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를 갔다 왔습니다. 그 먼 길을 다녀오면서 동행하는 한 신부님이 다운받아 온 그 드라마를 비행기 안에서 다 보았습니다.

그 드라마에 결혼식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가실성당에서는 결혼식 시작하기 전에 하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나오고, 계산성당에서는 성당 안에서 결혼식 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결혼식 장면에 대해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나오는 대사가 아주 좋아서 이 자리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사돈은 자식을 나눈 사이이기에 은인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자식을 30년 동안 애지중지하면서 키워서 상대를 위해 내놓잖아요. 이것보다 더 큰 은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형님께서는 아들 규원이를 45세에 얻었다고 했나요? 그래서 구약의 아브라함의 외아들 이사악과 같이 참으로 귀한 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부 여명 양도 마찬가지로 참으로 귀한 딸입니다. 이 귀한 자식을 서로를 위해 내놓았으니, 생명을 나눈 은인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신랑 신부가 서로를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귀한 선물임을 여기고 사랑함으로써 행복한 부부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와 함께 사돈끼리도 자식을 나눈 은인으로서 서로 존경하고 고마워하며 친밀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부인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남편한테 “당신 덕분에 내 인생이 맨날 봄날이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나도 그랬어요.”라고 말합니다. 결혼하고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가 있어서 행복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부부가 참으로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 제목이 ‘폭삭 속았수다.’입니다. 이 말은 제주도 방언인데,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와 함께 사느라고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공부시키느라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지금 옆 사람한테 ‘폭삭 속았수다.’라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사랑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으로 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잘 이겨내시고, 더 나아가서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오늘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혼인의 서약을 맺는 조규원 프란치스코 군과 김여명 글라라 양에게 다시 한번 큰 축복 내려주시고, 성모님께서 늘 보호하여 주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2025. 05. 31. 약현성당

 

먼저 오늘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혼인 서약을 맺는 신랑 조규원 프란치스코 군과 신부 김여명 글라라 양에게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서울의 첫 본당이 명동본당이고 두 번째 본당이 이곳 약현본당입니다. 그런데 성당 건물로 보면 약현성당이 명동성당보다 6년 먼저 지어졌습니다. 1892년에 준공되었으니까 130년이 넘었네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한국 최초의 서양식 벽돌 교회 건축물인 아름다운 이 약현성당에서 이 두 사람의 혼인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성당이 건축사적으로도 유명하지만, 2014년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다녀가신 서소문 순교 성지를 바로 앞에서 내려다보며 지키고 있는 성당이기에 한국 교회사적으로도 아주 의미가 깊은 성당입니다. 그리고 이 약현성당은 우리나라 최초로 사제서품식이 거행되었던 곳입니다. 1896년 4월 26일 강도영 마르코,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강성삼 라우렌시오가 이 성당에서 사제로 서품되었던 것입니다. 이분들이 우리나라 3, 4, 5번 신부님들입니다. 신랑 신부 덕분에 저도 오늘 처음으로 이 유서 깊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대구대교구에도 역사가 100년이 넘는 성당이 3개 있습니다. 대구 계산성당, 김천 황금성당, 칠곡 가실성당이 그것입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한국 드라마가 있는데, 보셨나요? ‘폭삭 속았수다.’라는 드라마입니다. 1960년대에 초중고를 다녔던 저희들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로서, 제주도의 어느 어촌에 삶의 근거를 두고 살았던, 3대에 걸친 한 가정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보름 전에 미주 지역에서 선교하시는 우리 교구 신부님들을 격려하고 대구대교구 볼리비아 선교 3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를 갔다 왔습니다. 그 먼 길을 다녀오면서 동행하는 한 신부님이 다운받아 온 그 드라마를 비행기 안에서 다 보았습니다.

그 드라마에 결혼식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가실성당에서는 결혼식 시작하기 전에 하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나오고, 계산성당에서는 성당 안에서 결혼식 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결혼식 장면에 대해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나오는 대사가 아주 좋아서 이 자리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사돈은 자식을 나눈 사이이기에 은인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자식을 30년 동안 애지중지하면서 키워서 상대를 위해 내놓잖아요. 이것보다 더 큰 은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형님께서는 아들 규원이를 45세에 얻었다고 했나요? 그래서 구약의 아브라함의 외아들 이사악과 같이 참으로 귀한 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부 여명 양도 마찬가지로 참으로 귀한 딸입니다. 이 귀한 자식을 서로를 위해 내놓았으니, 생명을 나눈 은인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신랑 신부가 서로를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귀한 선물임을 여기고 사랑함으로써 행복한 부부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와 함께 사돈끼리도 자식을 나눈 은인으로서 서로 존경하고 고마워하며 친밀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부인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남편한테 “당신 덕분에 내 인생이 맨날 봄날이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나도 그랬어요.”라고 말합니다. 결혼하고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가 있어서 행복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부부가 참으로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 제목이 ‘폭삭 속았수다.’입니다. 이 말은 제주도 방언인데,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와 함께 사느라고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공부시키느라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지금 옆 사람한테 ‘폭삭 속았수다.’라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사랑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으로 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잘 이겨내시고, 더 나아가서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오늘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혼인의 서약을 맺는 조규원 프란치스코 군과 김여명 글라라 양에게 다시 한번 큰 축복 내려주시고, 성모님께서 늘 보호하여 주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번호 제목 등록일 조회
562 나를 따라라(마태 9,9) (제3차 교구사제 연중피정 파견미사 강론)
  • 번호 :  562
  • 등록일 :  2025-07-08
  • 조회 :  188
2025-07-08 188
561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 (구미지역 성경대학 30주년 미사 강론)
  • 번호 :  561
  • 등록일 :  2025-06-30
  • 조회 :  385
2025-06-30 385
560 예수 성심을 닮은 사제 (사제성화의 날 미사 강론)
  • 번호 :  560
  • 등록일 :  2025-06-30
  • 조회 :  361
2025-06-30 361
559 예수 성심의 사랑을 전하는 주님 손안의 연장 (예수성심시녀회 설립 90주년 감사미사 강론)
  • 번호 :  559
  • 등록일 :  2025-06-09
  • 조회 :  837
2025-06-09 837
558 생명을 나눈 은인 (조규원 프란치스코와 김여명 글라라 혼인미사 강론)
  • 번호 :  558
  • 등록일 :  2025-06-05
  • 조회 :  705
2025-06-05 705
557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세계청년대회 발대미사 강론)
  • 번호 :  557
  • 등록일 :  2025-05-29
  • 조회 :  746
2025-05-29 746
556 폭삭 속았수다 (베들레헴 공동체 20주년 감사미사 강론)
  • 번호 :  556
  • 등록일 :  2025-05-28
  • 조회 :  961
2025-05-28 961
555 새로운 사태 (찬미 받으소서 10주년 기념 미사 강론)
  • 번호 :  555
  • 등록일 :  2025-05-28
  • 조회 :  425
2025-05-28 425
554 생애 제일 잘한 일 (영아 축복 미사 강론)
  • 번호 :  554
  • 등록일 :  2025-04-29
  • 조회 :  830
2025-04-29 830
553 자비로이 부르시니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미사 강론)
  • 번호 :  553
  • 등록일 :  2025-04-26
  • 조회 :  441
2025-04-26 441
552 라루 선장과 성심당, 그리고 두봉 주교님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성야 강론)
  • 번호 :  552
  • 등록일 :  2025-04-24
  • 조회 :  825
2025-04-24 825
551 기쁘고 떳떳하게 (2025년 성유 축성 미사 강론)
  • 번호 :  551
  • 등록일 :  2025-04-18
  • 조회 :  1146
2025-04-18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