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더보기
슬라이드배경

교구장/총대리

Archbishop/Bishop

교구장 말씀
우리는 그들의 믿음과 희생, 봉헌을 기억한다 (대구 카리타스 신년미사 강론)
  •   2026-01-06
  •   1069

대구 카리타스 신년미사

 

2026. 01. 03. 11:00 범어대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2025년 을사년이 지나고 2026년 병오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였습니다. 여러분, 지난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나라 안팎으로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런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살아있으니 이 또한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어지러운 시절에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교회와 사회를 위해 봉사해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지난달에 교구청 신청사가 완공되어 각 부서가 이사를 하여 새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5년 마지막 날 12월 31일에는 종무미사 겸 경당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경당은 통상 어떤 큰 건물에 딸린 작은 성당이나 기도소를 말합니다. 새로운 교구청 본관 로비층에 있는 경당 이름을 ‘세례자 요한 경당’이라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미성당’의 창업자 박성곤 회장님의 세례명입니다.

미성당을 아세요? 미성당은 대구 중앙통에 있었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대구에서는 제일 잘 나갔던, 금은보석을 취급하는 곳이었습니다.

옛날에 극장에 가면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늘 미성당 광고를 보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성탄 판공 때가 되면 판공성사를 보고 교무금을 책정하면 미성당 달력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당시 대구교구 신자로서 미성당 달력을 받아보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성당 창업주 박회장님께서 평소에 성당 하나를 봉헌하고 싶어 하셨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하시고 대신 땅을 교구에 기증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땅이 몇 년 전에 대구 대공원 계획에 포함됨으로써 많은 보상을 교구가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천국에 계실 박성곤 세례자 요한 회장님님과, 그 자녀분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그 경당을 세례자 요한 경당으로 봉헌하였던 것입니다.

 

경당 봉헌을 했던 그날 신청사 마당에는 커다란 조각 작품이 세워졌습니다. 가운데에 종탑이 있고, 그 종탑 위에 두 사람이 종을 매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탑 밑에는 다섯 사람이 있습니다. 계산성당의 초대 주임이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 서상돈 아오스딩과 정규옥 바오로와 김종학 베드로로 구성된 평신도 세 사람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조선대목구장이신 뮈텔 주교님이 서 있습니다.

이 조형물의 제목은 ‘대구대목구 유치를 위한 네 사람의 발걸음’입니다. 1910년 당시 계산성당의 주된 인물이었던 그 네 사람이 대구교구 유치를 위해 서울의 뮈텔 주교님을 찾아간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분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것을 교회와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우리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김만덕을 아십니까? 조선시대 유명한 거상이며 요즘 말로 여성 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제주도에서 말입니다.

김만덕은 12살 때 양친을 잃고 고아가 되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느 나이 많은 기생의 수양딸로 들어갔는데, 거기에 들락거리는 장사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는 독립해서 장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엄청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심한 가뭄으로 기아에 허덕이게 될 때 육지로 배를 보내어 쌀을 사와 제주도민을 살렸습니다. 이 소식을 정조 임금께서 듣고 감동하여 김만덕에게 소원을 이야기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김만덕은 한양과 금강산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주도민에게 출륙금지령(조선 중기 인조 임금 때 내린 명으로 제주도민은 섬을 떠날 수 없다)이 내려져 있어서 김만덕은 한양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조 임금이 예외 조항을 만들어 한양에 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정조 임금님이 한양에 온 김만덕을 한번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시 평민은 왕궁에 입궁하거나 왕을 직접 알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김만덕에게 임시 관직을 내려 입궁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김만덕은 한양에 가서 임금님을 알현하였고 금강산까지 구경하고 제주도로 돌아와 살다가 73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다 내어놓았던 것입니다.

정조 임금께서는 이러한 김만덕의 일대기를 기록하도록 하였는데, 그것이 ‘만덕전’이라는 이름으로 오늘까지 남아있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29-34)을 보면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씀이지요? 우리는 미사 때마다 영성체 직전에 사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입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어린양은 속죄양입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어린양이 되셨기 때문에 우리의 죄는 사함을 받고 구원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 카리타스 정신인 것입니다.

 

교구청 신청사 마당의 조각품 앞에 설명판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신앙은 언제나 누군가의 수고 위에 세워지고, 그들의 믿음이, 그들의 헌신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우리는 그들의 믿음과 희생, 봉헌을 기억한다.”

2026. 01. 03. 11:00 범어대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2025년 을사년이 지나고 2026년 병오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였습니다. 여러분, 지난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나라 안팎으로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런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살아있으니 이 또한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어지러운 시절에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교회와 사회를 위해 봉사해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지난달에 교구청 신청사가 완공되어 각 부서가 이사를 하여 새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5년 마지막 날 12월 31일에는 종무미사 겸 경당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경당은 통상 어떤 큰 건물에 딸린 작은 성당이나 기도소를 말합니다. 새로운 교구청 본관 로비층에 있는 경당 이름을 ‘세례자 요한 경당’이라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미성당’의 창업자 박성곤 회장님의 세례명입니다.

미성당을 아세요? 미성당은 대구 중앙통에 있었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대구에서는 제일 잘 나갔던, 금은보석을 취급하는 곳이었습니다.

옛날에 극장에 가면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늘 미성당 광고를 보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성탄 판공 때가 되면 판공성사를 보고 교무금을 책정하면 미성당 달력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당시 대구교구 신자로서 미성당 달력을 받아보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성당 창업주 박회장님께서 평소에 성당 하나를 봉헌하고 싶어 하셨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하시고 대신 땅을 교구에 기증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땅이 몇 년 전에 대구 대공원 계획에 포함됨으로써 많은 보상을 교구가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천국에 계실 박성곤 세례자 요한 회장님님과, 그 자녀분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그 경당을 세례자 요한 경당으로 봉헌하였던 것입니다.

 

경당 봉헌을 했던 그날 신청사 마당에는 커다란 조각 작품이 세워졌습니다. 가운데에 종탑이 있고, 그 종탑 위에 두 사람이 종을 매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탑 밑에는 다섯 사람이 있습니다. 계산성당의 초대 주임이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 서상돈 아오스딩과 정규옥 바오로와 김종학 베드로로 구성된 평신도 세 사람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조선대목구장이신 뮈텔 주교님이 서 있습니다.

이 조형물의 제목은 ‘대구대목구 유치를 위한 네 사람의 발걸음’입니다. 1910년 당시 계산성당의 주된 인물이었던 그 네 사람이 대구교구 유치를 위해 서울의 뮈텔 주교님을 찾아간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분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것을 교회와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우리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김만덕을 아십니까? 조선시대 유명한 거상이며 요즘 말로 여성 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제주도에서 말입니다.

김만덕은 12살 때 양친을 잃고 고아가 되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느 나이 많은 기생의 수양딸로 들어갔는데, 거기에 들락거리는 장사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는 독립해서 장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엄청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심한 가뭄으로 기아에 허덕이게 될 때 육지로 배를 보내어 쌀을 사와 제주도민을 살렸습니다. 이 소식을 정조 임금께서 듣고 감동하여 김만덕에게 소원을 이야기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김만덕은 한양과 금강산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주도민에게 출륙금지령(조선 중기 인조 임금 때 내린 명으로 제주도민은 섬을 떠날 수 없다)이 내려져 있어서 김만덕은 한양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조 임금이 예외 조항을 만들어 한양에 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정조 임금님이 한양에 온 김만덕을 한번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시 평민은 왕궁에 입궁하거나 왕을 직접 알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김만덕에게 임시 관직을 내려 입궁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김만덕은 한양에 가서 임금님을 알현하였고 금강산까지 구경하고 제주도로 돌아와 살다가 73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다 내어놓았던 것입니다.

정조 임금께서는 이러한 김만덕의 일대기를 기록하도록 하였는데, 그것이 ‘만덕전’이라는 이름으로 오늘까지 남아있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29-34)을 보면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씀이지요? 우리는 미사 때마다 영성체 직전에 사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입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어린양은 속죄양입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어린양이 되셨기 때문에 우리의 죄는 사함을 받고 구원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 카리타스 정신인 것입니다.

 

교구청 신청사 마당의 조각품 앞에 설명판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신앙은 언제나 누군가의 수고 위에 세워지고, 그들의 믿음이, 그들의 헌신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우리는 그들의 믿음과 희생, 봉헌을 기억한다.”

번호 제목 등록일 조회
597 사제를 사랑해 주세요 (성유 축성 미사 강론)
  • 번호 :  597
  • 등록일 :  2026-04-03
  • 조회 :  1067
2026-04-03 1067
596 피아트(Fiat) (전국 가톨릭여성위원회 모임 미사 강론)
  • 번호 :  596
  • 등록일 :  2026-03-26
  • 조회 :  858
2026-03-26 858
595 돌을 치워라(요한 11,39) (전국 가톨릭 의사회 피정 파견미사 강론)
  • 번호 :  595
  • 등록일 :  2026-03-24
  • 조회 :  661
2026-03-24 661
594 성 요셉처럼 (꾸르실료 전국 주간단 정기총회 파견미사 강론)
  • 번호 :  594
  • 등록일 :  2026-03-24
  • 조회 :  438
2026-03-24 438
593 나오미와 룻 (제10회 교구 여성의 날 미사 강론)
  • 번호 :  593
  • 등록일 :  2026-03-17
  • 조회 :  1021
2026-03-17 1021
592 경청과 통합과 친교의 리더십 (4대리구장 최환욱 신부 취임미사 강론)
  • 번호 :  592
  • 등록일 :  2026-03-10
  • 조회 :  820
2026-03-10 820
591 학이시습지불역열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입학미사 강론)
  • 번호 :  591
  • 등록일 :  2026-03-03
  • 조회 :  906
2026-03-03 906
590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 덕목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17주기 추모미사 강론)
  • 번호 :  590
  • 등록일 :  2026-02-19
  • 조회 :  871
2026-02-19 871
589 자기 자신의 참 자아와 의미를 찾아서 (사제연수 파견미사 강론)
  • 번호 :  589
  • 등록일 :  2026-02-09
  • 조회 :  1327
2026-02-09 1327
588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으로 (원로사제 감사미사 강론)
  • 번호 :  588
  • 등록일 :  2026-02-05
  • 조회 :  1392
2026-02-05 1392
587 잘츠부르크 대교구와 루디 신부님을 생각하며 (내당본당 60주년 감사미사 강론)
  • 번호 :  587
  • 등록일 :  2026-01-06
  • 조회 :  1714
2026-01-06 1714
586 우리는 그들의 믿음과 희생, 봉헌을 기억한다 (대구 카리타스 신년미사 강론)
  • 번호 :  586
  • 등록일 :  2026-01-06
  • 조회 :  1070
2026-01-06 1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