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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bishop/Bi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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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인생 덕목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17주기 추모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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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17주기 추모미사
2026. 02. 14.(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지 올해로 17주기가 되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지금 하느님 나라에서 영복을 누리고 계시겠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김 추기경님의 성덕과 노고에 큰 상급을 내려주시길 빕니다. 그리고 서울대교구 주도로 한국천주교회에서 김 추기경님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시복시성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열심히 기도하고 준비를 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7년 전 김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그날 우리 교구는 교구 100주년을 2-3년 앞두고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 캠퍼스에서 사제 연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제 연수를 마치고 저는 두 분의 신부님과 함께 서울 명동성당으로 조문하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연수한다고 뉴스를 잘 보지 못했던 저로서는 명동 일대에 수많은 사람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진 것을 처음 보았고, 또 그 줄이 추기경님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날 성당 입구 어느 홀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렇게 썼습니다. “추기경님, 당신은 우리들의 모범이십니다. 고맙습니다.”
김 추기경께서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천주교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추기경님 때문에 천주교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졌고 전교도 잘 되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천주교가 부흥기를 맞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래전에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 계실 때 교구에서는 군위 용대리에 있는 추기경님 생가와 주위의 땅들을 매입하였습니다. 추기경께서 선종하시고 난 뒤 군위군에서는 이곳을 김 추기경 공원으로 꾸미는 것을 기획하였고, 김영만 전임 군수님 계실 때인 2015년 3월에 우리 교구와 MOU를 체결하여 2018년 3월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하였던 것입니다. 개원하는 날 서울의 염수정 추기경님과 김관용 당시 경북지사님께서도 함께하셨습니다. 그리고 김 추기경님 선종 10주기 되던 2019년 6월 이곳에 십자가의 길 14처와 성모상과 천사상 축복식을 가졌고, 그해 가을에는 대구 성모당에서 김 추기경님 사진전을 가졌습니다. 그 사진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 한 장을 내놓았는데, 이정욱 신부님이 크게 확대하여 전시관 입구에 붙여놓은 것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사진은 제가 한 40년 전에 강원도 인제에서 군종신부로 근무할 때, 김 추기경님과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서울에서 주교회의를 마치고 저희 부대를 방문하셨는데, 제가 두 분에게 설악산 오색을 구경시켜 드리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두 어르신께서 저를 보러 강원도에까지 오셨던 것이 아닙니다. 당시 저의 군단장님이 신치구(벨라도) 장군님이셨는데, 추기경님께서 옛날에 김천본당 신부님으로 계실 때부터 학생으로 알고 있었고 추기경님을 특별히 존경하고 잘 모시는 분이셨습니다. 신 장군님이 초대하여 추기경님이 우리 부대에 오셨던 것입니다. 신 장군님도 한 3년 전에 90 초반의 연세로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5,17-37)은 예수님의 산상설교 중의 한 부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20) 하시며 여러 가지 새로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화도 내지 마라. 그리고 원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과 화해하고 나서 제단에 예물을 바쳐라. 간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너희는 들었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것도 하지 마라.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너희는 들었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예수님의 이 산상수훈의 말씀을 그대로 살면 어쩌면 바보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마태 5,39-42) 이러한 예수님의 산상수훈 말씀을 가장 잘 사셨다고 할 수 있는 분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김 추기경님의 정신은 한 마디로 ‘바보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원 입구에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이 새겨져 있습니다. 남의 밥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정서이기 때문에 남의 밥이 되는 것은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이 바보의 정신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추기경님 선종 1주기가 되었을 때 서울대교구에서 재단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입니다. 정부 지원 전혀 없이 순수 민간 모금과 배분을 위한 재단입니다. 전국의 많은 어려운 사람들과 시설들이 그 재단의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언론인이면서 국회의원을 했던 봉두완(다윗) 씨가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그해에 ‘김수환 추기경 인생 덕목’이란 제목의 글을 썼는데, 당시 동아일보에 실렸었습니다. 그 글을 마지막으로 읽어 드리겠습니다. “말=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독서=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헤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노점상=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웃음=웃는 연습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TV(바보상자)=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성냄=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외롭고 쓸쓸하다. 기도=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이웃=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사랑=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26. 02. 14.(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지 올해로 17주기가 되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지금 하느님 나라에서 영복을 누리고 계시겠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김 추기경님의 성덕과 노고에 큰 상급을 내려주시길 빕니다. 그리고 서울대교구 주도로 한국천주교회에서 김 추기경님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시복시성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열심히 기도하고 준비를 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7년 전 김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그날 우리 교구는 교구 100주년을 2-3년 앞두고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 캠퍼스에서 사제 연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제 연수를 마치고 저는 두 분의 신부님과 함께 서울 명동성당으로 조문하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연수한다고 뉴스를 잘 보지 못했던 저로서는 명동 일대에 수많은 사람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진 것을 처음 보았고, 또 그 줄이 추기경님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날 성당 입구 어느 홀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렇게 썼습니다. “추기경님, 당신은 우리들의 모범이십니다. 고맙습니다.”
김 추기경께서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천주교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추기경님 때문에 천주교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졌고 전교도 잘 되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천주교가 부흥기를 맞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래전에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 계실 때 교구에서는 군위 용대리에 있는 추기경님 생가와 주위의 땅들을 매입하였습니다. 추기경께서 선종하시고 난 뒤 군위군에서는 이곳을 김 추기경 공원으로 꾸미는 것을 기획하였고, 김영만 전임 군수님 계실 때인 2015년 3월에 우리 교구와 MOU를 체결하여 2018년 3월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하였던 것입니다. 개원하는 날 서울의 염수정 추기경님과 김관용 당시 경북지사님께서도 함께하셨습니다. 그리고 김 추기경님 선종 10주기 되던 2019년 6월 이곳에 십자가의 길 14처와 성모상과 천사상 축복식을 가졌고, 그해 가을에는 대구 성모당에서 김 추기경님 사진전을 가졌습니다. 그 사진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 한 장을 내놓았는데, 이정욱 신부님이 크게 확대하여 전시관 입구에 붙여놓은 것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사진은 제가 한 40년 전에 강원도 인제에서 군종신부로 근무할 때, 김 추기경님과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서울에서 주교회의를 마치고 저희 부대를 방문하셨는데, 제가 두 분에게 설악산 오색을 구경시켜 드리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두 어르신께서 저를 보러 강원도에까지 오셨던 것이 아닙니다. 당시 저의 군단장님이 신치구(벨라도) 장군님이셨는데, 추기경님께서 옛날에 김천본당 신부님으로 계실 때부터 학생으로 알고 있었고 추기경님을 특별히 존경하고 잘 모시는 분이셨습니다. 신 장군님이 초대하여 추기경님이 우리 부대에 오셨던 것입니다. 신 장군님도 한 3년 전에 90 초반의 연세로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5,17-37)은 예수님의 산상설교 중의 한 부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20) 하시며 여러 가지 새로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너희는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화도 내지 마라. 그리고 원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과 화해하고 나서 제단에 예물을 바쳐라. 간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너희는 들었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것도 하지 마라.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너희는 들었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예수님의 이 산상수훈의 말씀을 그대로 살면 어쩌면 바보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마태 5,39-42) 이러한 예수님의 산상수훈 말씀을 가장 잘 사셨다고 할 수 있는 분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김 추기경님의 정신은 한 마디로 ‘바보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원 입구에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이 새겨져 있습니다. 남의 밥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정서이기 때문에 남의 밥이 되는 것은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이 바보의 정신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추기경님 선종 1주기가 되었을 때 서울대교구에서 재단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입니다. 정부 지원 전혀 없이 순수 민간 모금과 배분을 위한 재단입니다. 전국의 많은 어려운 사람들과 시설들이 그 재단의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언론인이면서 국회의원을 했던 봉두완(다윗) 씨가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그해에 ‘김수환 추기경 인생 덕목’이란 제목의 글을 썼는데, 당시 동아일보에 실렸었습니다. 그 글을 마지막으로 읽어 드리겠습니다. “말=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독서=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헤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노점상=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웃음=웃는 연습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TV(바보상자)=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성냄=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외롭고 쓸쓸하다. 기도=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이웃=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사랑=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