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2023년 소공동체 전국모임 미사 강론) |
2023/06/27 9:53 |
2023년 소공동체 전국모임 미사
2023년 6월 26일,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캠퍼스 참인재관 대강당
찬미예수님, 2023년 제21차 소공동체전국모임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대구대교구에, 그리고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 캠퍼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제1독서 창세기에서는 아브람(나중에 아브라함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게 됩니다.), 그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너의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축복을 덧붙여 약속하셨습니다. 곧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하셨어요. 그럼에도 아브람은 큰 고민에 휩싸입니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내 자리, 내 터전, 내 거점과 같이 익숙한 곳에서 전혀 낯선 자리 예측할 수 없는 곳에 간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고, 룻도 그와 함께 떠났으며, 그때 나이는 일흔 다섯 살이었다고 합니다.
강론을 준비하다가 메리 파워(Mary Power: 번역이 ‘마리아 힘’) 수녀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김효성 젬마 수녀님의 글 <내려놓기 연습>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92세의 메리 파워 수녀님은 캐나다 성심회 소속으로 할리팩스 성심수녀원 내 요양수녀 공동체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재정 형편상 더 운영할 수 없어서 문을 닫게 되었고, 수녀님을 일반 요양원에 옮겨야 하였기에, 50세의 관구장이 어렵게 그 결정을 알렸습니다. 그때 메리 파워 수녀님은 대답하기를, “네 관구장 수녀님, 젊었을 때 아프리카 선교를 몇 번 청했는데 들어주시지 않으셨는데. 이제야 요양원 노인들에게 선교하러 가게 되었으니, 그곳에 가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성심회 수녀님들은 파워 수녀님을 위해 경당에서 파견 예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수녀님은 제대 옆에 휠체어 앉아 참석하였으며, 특히 파견 성가로 “주님 저를 보내소서. 당신 백성 가운데로”를 부를 때는, 손 박자를 치며 4절까지 함께 불렀다.’고 하며, 덧붙여 ‘일흔 다섯의 아브람과 아흔 둘의 메리 파워 수녀 두 사람 모두 일생을 관통하는 일관된 <삶의 근원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평소실력으로 내려놓고 떠난 것이 아닐까’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때 소공동체를 보급하기 위하여 너무 서둘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구담당신부 혹은 시범본당 주임사제가 결정한 방식으로만 소공동체를 보급하려 했었습니다. 더나가 다른 신심 단체는 모두 해체한 경우도 있었고 복구에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보니 이렇게 진행된 소공동체가 결국 뿌리가 약해서 말라버렸습니다. 오히려 관심 있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교구 소공동체촉진팀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단계적으로 시간을 들인 경우에만 제대로 뿌리내리고 잘 성장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말씀하십니다. ‘자기 눈의 들보’는 소공동체 역사에서는 ‘나만이 옳다는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 비추어 우리가 추구해야할 소공동체는 예수님의 말씀에 기초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말씀하시고 언제나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말씀과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이 부름 받은 이들의 회중, 곧 교회를 이루듯이, 이렇게 응답한 이들의 소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교구담당신부, 본당신부, 소공동체 대표, 소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다함께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곧, 대화-참여-사명의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독서의 아브람처럼 주님의 이끄심에 따라 그분이 일러주시는 대로 길을 떠나야 할 것이고, 하느님 친교의 천상고향을 향한 이 여정에서, 서로 돕고, 서로 응원하고, 서로 보살피며,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이번 소공동체 전국모임에도 풍성한 결실이 있기를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