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겨자씨는 자라나 새들이 깃들일 수 있게 된다 (매호 성당 사목 방문 미사 강론) |
2024/06/17 16:31 |
매호 성당 사목 방문 미사
2024년 6월 16일
찬미 예수님. 매호 성당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말씀의 씨앗을 뿌리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지난 수요일(6월 12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일반 알현 도중에, 사제들에게 말씀하시기를 ‘강론은 8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길어지면 사람들이 잠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정 없이 성경을 접하던 신자들이 강론을 통해 이미지나 생각, 느낌을 갖도록 간결하게 강론하여, 집에 가서도 다시 생각하고, 자신의 삶과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분께 이미지, 생각, 느낌을 전해 보려고 하다가,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聖讀)가 떠올랐습니다. 귀고(Guigo) 수사가 제시한 렉시오 디비나의 사다리를 소개합니다. 그것은 렉시오 디비나의 4단계를 표시한 것으로 독서-묵상-기도-관상의 4단계를 말합니다. 각각의 이미지를 한번 그려보십시오. 1단계 [독서]는, 수도자가 첫째 계단에 앉아 성경을 읽는 이미지입니다. 2단계 [묵상]은, 수도자가 한 계단 더 올라가 묵상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복음에서 땅에 씨를 뿌리는 장면, 그전에 먼저 밭을 가는 장면, 물을 주고 양분을 주는 장면, 밤에 자고 있을 때 곡식이 쑥쑥 자라는 장면과 추수하는 장면을 그리며 묵상합니다. 또한 겨자씨 얘기에서는 겨자씨가 3미터 높이로 크게 자리서 새들이 깃드는 장면을 그리며 묵상합니다. 머스타드 소스 속에 들어있는 노란색 알갱이가 바로 겨자씨입니다. 곡식 비유든 겨자씨 비유든 말씀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곳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자라는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겠습니다. 3단계 [기도]는, 수도자가 한 계단 더 올라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오복음에서 오늘 복음 말고 겨자씨 얘기를 1번 더 하시는데요. “너희가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마태 17,20).” 기도 관련하여 예수님은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마태 21,22).”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기도 일곱 청원처럼 먼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고, 이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4단계 [관상]은, 수도자가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가 하늘을 향해 팔을 쫙 뻗은 이미지입니다. 관상은 하느님을 향해 서서 만남을 기다립니다. 다만 쫙 뻗은 사람의 손을 잡아 주시고 만나 주시는 것은 온전히 하느님의 자유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단계들인 독서-묵상-기도를 거친 다음 관상의 단계에서, ‘아, 나는 이렇게 해야 하겠구나!’라는 결심과 행동이 이어진다면 하느님을 만났다고 할 것입니다. 구약의 아브라함, 모세도 또 신약의 막달레나, 다락방에서 무서워 떨던 제자들도 하느님 또는 예수님을 만나 변화하고 행동하게 됨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착한 행실의 열매가 맺히면 ‘하느님을 만났다.’라고 여길 수 있겠지요? 4단계 관상까지 마치면 수도자는 내려와서 마당을 씁니다. 일합니다. 분도회의 모토가 ‘기도하고 일하라.’인데요. 이렇게 렉시오 디비나로 기도하고, 기도한 다음에 일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론은 8분 정도로 간결하게, 이미지나 생각, 느낌을 주어, 집에 가서 숙고하고 각자 삶의 행동이 되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저는 렉시오 디비나의 사다리의 이미지를 전해 드렸습니다. 렉시오 디비나 4단계인 독서-묵상-기도-관상, 덧붙여 활동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복음에서는, 먼저 씨앗이 자라나 새들이 여유롭게 깃들일 수 있도록, 성경을 자주 읽어 씨앗을 뿌리시는 그리스도께 내 마음을 드리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덧붙여 예수님의 말씀 씨앗을 나도 받고, 이웃에게도 전하면 참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각자 이미지나 생각, 느낌을 가지셨지요? 네. 우리를 구하시려 십자가에 목숨 바친 놀라운 사랑을 느끼며, 많은 이들이 그분의 사랑을 누리도록 전교와 쉬는 교우 초대에 적극 활동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