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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형제들 (주님 수난 예식 강론)
   2021/04/06  9:58

주님 수난 예식

 

2021. 04. 02. 교구청 성모당

 

오늘 ‘주님 수난 성금요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오후 3시에 성모당에 모여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 후, ‘주님 수난 예식’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도 오늘 오후 3시에 마지막 ‘십자가의 길’을 바쳤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주님 수난 예식은 신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저녁시간에 거행할 것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 일 년 중에 미사 없는 날이 오늘과 내일입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이고, 내일은 무덤에 계시는 날이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내일 밤에야 ‘파스카 성야’의 불을 밝히며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주님 수난 예식은, 1부 말씀 전례, 2부 십자가 경배, 3부 영성체로 진행될 것입니다.

성주간이 시작하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는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수난기를 가, 나, 다해로 나누어 봉독합니다. 그런데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는 늘 ‘요한이 전한 예수님의 수난기(요한 18,1-19,42)’를 봉독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교회가 그렇게 배치를 해놓았습니다. 공관복음서보다는 요한복음이 예수님의 수난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기는 합니다.

 

요한복음사가는 자신의 고통과 죽음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수난하시는 예수님을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요한이 전한 예수님의 수난기’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 어느 동산에 가 계셨는데, 거기에 유다를 앞세우고 병사들과 성전 경비병들이 들이닥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먼저 나서시며 “누구를 찾느냐?”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요.”하고 대답하였더니 예수님께서 “나다.”하고 답을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잡으러 온 그들이 놀라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다.’하지 않았느냐? 너희가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들은 가게 내버려 두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나만 잡아가고 제자들은 그냥 두어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그 때 시몬 베드로가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요한 18,11)

그런데 대사제의 종의 귀를 자른 사람이 베드로라고 말하는 곳은 요한복음뿐이고, 다른 공관복음서에서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에 어떤 한 사람이 그렇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그 종의 이름이 말코스였다.’(요한 18,10)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루카복음 22,51을 보면, 예수님께서 귀가 잘린 그 사람의 귀에 손을 대어 고쳐 주십니다.

그리고 마태오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대사제의 종의 귀를 자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마태 26,52)

예수님 말씀이 아니라도 이 말은 진리입니다. 그래서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격언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미얀마 사태가 심각합니다.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정당이 다수당을 차지하자 군부가 부정선거라고 하면서 쿠테타를 일으켜 반대하는 사람들 수백 여 명을 죽였습니다. 내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지금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퍼지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해 10월 3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전야에 회칙 하나를 발표하셨습니다. 그것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회칙으로 제목이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입니다. 회칙 제목 그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출생지나 거주지나 피부 색깔이나 종교나 생각과 이념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서 모든 사람을 형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해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얼마나 많은 갈등과 다툼과 증오와 폭력이 있는지 모릅니다.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성금요일에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참으로 회심을 해야 합니다. 사람이 참된 회심을 체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이 옳고 나만 정의롭다는 착각에 빠져 언제라도 상대방에 대하여 적대적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런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4월 7일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있는데,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흑색선전과 포플리즘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회칙 <모든 형제들>의 제1장 제목이 ‘닫힌 세상의 그림자’입니다. 그러면서 ‘부서진 꿈들’에 대해서 먼저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지난 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있었고 그 후에 세계가 하나가 되려는 노력과 꿈이 있었는데, 그 꿈이 깨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안타까워하십니다. 사실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가 된 지도 20년이 지났지만, 닫힌 세상 위에 드리워진 검은 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면서 형제애를 이야기하고, 그 형제애를 위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모두가 봉사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고 계십니다.

 

다시 오늘 복음으로 돌아와서 보면, 병사들에게 체포되신 예수님께서는 밤새 여기 저기 끌려 다니시며 심문과 재판을 받으십니다. 그러는 사이에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잡아뗍니다. 결국 빌라도 총독은 자기 스스로 “나는 이 사람에게서 죄목을 찾지 못하겠소.”(요한 19,6) 해놓고서 여론에 떠밀려 사형선고를 내리고 맙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다른 두 죄수와 함께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말씀, 즉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라는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습니다.

‘다 이루어졌다.’는 말씀이 무슨 뜻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당신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뜻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고 우리의 구원을 이루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후 십자가 경배에서는 이렇게 노래할 것입니다. “보라, 십자 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 모두 와서 경배하세.”

그리고 이 미사 전에 바쳤던 ‘십자가의 길’ 기도에서는 매 처에 도착할 때마다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기를, 남들에게는 십자가가 걸림돌이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구원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할 따름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1고린 1,18-25참조)

 

오늘 제2독서인 히브리서 4,14-16 말씀이 우리들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조용히 묵상하고자 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에게는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굳게 지켜 나아갑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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